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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실크 커튼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작고 가느다란 손이 커튼을 향해 뻗어왔지만, 뒤이어 쫓아오는 커다란 손이 작은 손을 움켜잡고 창문에 고정했다.
이미 네 번째였다...
남자는 일주일 출장을 다녀오는 동안 참았던 욕정을 모두 쏘아 붓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세희가 떨려오는 몸을 겨우 지탱하고 남자를 돌아보며 애원하자 마침내 남자는 한탄을 크게 한 번 하며 동작을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는 여전히 끈적하고 후끈거렸다. 그녀의 등 뒤에서 전해지는 남자의 규칙적인 심장 소리와 더불어 그녀의 귓불과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는 남자의 숨결에 여자는 정신이 아찔해 날 정도였으니.
"못 참겠어?" 남자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여자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야릿한 통증에 몸을 돌린 한세희가 남자의 목에 팔을 감았다.
방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이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비쳐졌고 그의 두 눈에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으로 이글거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남자는 이성을 잃은 한 마리의 짐승일 뿐이었고, 공허함이 완전히 채워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한세희는 이 순간의 감정에 영원히 속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아는 한, 남자의 마음은 얼음보다도 차가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저 내일 선보러 가요."
"음."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답했다.
그리고 그의 차가운 입술이 다시 한세희의 뜨거운 입술을 향해 돌진했고 허리를 만지작 거리던 손이 천천히 미끄러져 그녀의 엉덩이에 머물렀다. 남자는 또다시 욕망을 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세희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번졌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남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의 손길에 한세희의 몸이 작게 떨리더니 교태를 부리듯이 허리를 높게 들어 아치형을 이루었다.
입술을 꼭 깨문 한세희의 입에서 뜨거운 열기가 터져 나왔다.
"제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오면 바로 동의하려고요."
마침내 남자가 얼어붙은 듯 손을 움직이지 않았고 어두운 눈동자가 자신의 품에 갇힌 그녀를 뚫어지게 내려다봤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눈동자에 한세희는 당장이라고 말려들어 갈 것 같았다. "결혼할 생각이란 말이야?"
"저 이제 27이에요." 결국 먼저 시선을 피한 그녀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한세희는 남자의 입가에 번진 냉소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뜨거웠던 온기가 한순간에 사라지더니 환한 불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한세희는 황급히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원피스로 가슴을 가렸다.
남자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검은색 정장 바지는 여전히 흠잡을 데 없이 잘 다려져 있었고, 검은색 셔츠는 단추 3개가 풀려져 있어 남자의 섹시하고도 매혹적인 매력을 극대화했다.
남자의 손끝에 위험하게 매달려 있는 담배를 무심코 쳐다본 한세희는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약혼반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반지는 오늘따라 더욱 눈이 부셨고, 오늘의 한세희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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