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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을 요구하는 전 남편

재혼을 요구하는 전 남편

Sentient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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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이익을 전제로 한 정략결혼에서 강아청은 먼저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가 제일 배승찬이 필요할때 그는 다른 여자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결국,강아청은 과감하게 이혼을 결정하고 새로우 삶을 시작했다.배승찬이 그녀의 소중함을 깨우쳤을때 그녀이 이미 떠나고 없었다. 줄을 서서 강아청에게 대시하는 경쟁자들 앞에서 배승찬은 그녀에게 20억을 제안하면서 애원했다. "강아청,그래도 부부의 정이 있잖아,우리 다시 같이 살자."

제1화 화재

운성의 중심부 지역,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한 주택가에 당장이라도 건물을 집어삼킬 것 같은 불길이 휘몰아쳤다. 바람이 불 때마다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과 짙은 연기는 이미 건물 절반 이상을 집어삼켰다.

"나왔어! 살아 나왔어!" 혼란 속에서 불길을 헤치고 나오는 사람을 발견한 누군가가 환희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소방관의 품에 안겨 간신히 밖으로 나온 강아청은 안전한 곳에 옮겨졌다.

작고 정교한 얼굴에 검은 재가 얼룩덜룩 묻어 있었고, 삶에 대한 기대로 항상 반짝이던 두 눈동자는 모든 희망을 잃은 듯 텅 비어 있었다.

정신이 든 그녀는 살아 있다는 안도감에 평소의 조신한 모습도 잊은 채 조금 쉰 듯한 목소리로 소방관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감정 없는 기계음에, 강아청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좌절감과 더불어 슬픔에 목이 메는 것을 느꼈다.

쾅!

귀가 터질 듯한 굉음이 차갑게 반복하는 기계음을 집어삼켰다. 뒤를 돌아본 강아청은 자신이 간신히 도망쳐 나온 그 층이 불길에 휩싸인 것을 발견하고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폭발에 의해 각종 잔해 파편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우박처럼 바닥에 쏟아졌다.

모든 사람들이 깜작 놀라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건물을 올려다봤고, 건물에서 방금 구출된 생존자들은 더욱 겁에 질려 가족들의 품을 파고들며 위안을 구했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들과 반대로 홀로 들것에 누워있는 강아청은 더욱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승찬 씨..." 스멀스멀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공포감에 입술을 꼭 깨문 그녀는 결국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남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기계음이 몇 번 울리는 것 같더니 그대로 통화가 끊기는 것이다.

바로 그때,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 트위터 알림이 짧게 울렸다.

최근 한창 배우로서 주목 받고 있는 연아별의 스캔들 기사였다. #배우 연아별의 재벌 남자친구 등장?

트위터의 기사 내용에 따르면, 유명 영화 제작자이자 프로듀서가 연아별에게 식사를 대접하는데, 연아별이 내키지 않은 얼굴로 건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나빠질 때, 그들이 있던 룸을 지나가던 연아별의 남자 친구가 프로듀서를 무시하고 연아별만 데리고 나갔다고 했다.

트위터에 기사를 올린 기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남자의 형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남자의 신분 때문일까, 사진에는 남자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실제 정체는 끝까지 비밀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연아별이 남자의 정장을 어깨에 걸치고 수줍은 미소로 손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강아청은 눈도 깜박하지 않고 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만 가만히 응시했다.

그 남자는 바로 그녀의 남편인 배승찬이었다.

연아별의 어깨에 무심하게 걸쳐진 정장 재킷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배승찬의 옷은 해외 유명 재단사가 직접 맞춤 제작해 보내온다는 사실을 강아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휴대폰을 꽉 거머쥔 손 마디마디는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쥐어짜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게 저려왔다.

그녀가 생사를 오가고 있을 때, 그의 남편은 통화를 두절한 채 연아별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2년 동안의 결혼 생활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그녀의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억지로 고개를 젖혔지만, 눈물은 그녀의 아픈 속도 모르고 야속하게 흘러내리기만 했다.

연아별이 배승찬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쉬쉬하며 떠드는 진실이다. 배씨 가문에서 평범한 가정의 여식인 연아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의 사랑도 끝까지 이뤄질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결국 배씨 가문의 억압을 견디지 못해 헤어졌지만,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은 영원히 미련으로만 남는 것 같았다.

이후 끊임없는 노력으로 배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차지한 배승찬이 다시 연아별을 되찾으려 했을 때, 연아별은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연아별을 거절한 가문에 복수하기 위함일까, 결국 그는 연아별과 동일하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강아청을 배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에 앉히고 가문에서 혼인을 맺었음 하는 재벌 명문가의 아가씨들을 모두 쳐냈다.

당시 강아청은 할머니의 막대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사업 파트너의 망나니 재벌 2세와 결혼하라고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서로에게 바라는 바가 있었던 배승찬과 강아청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혼을 승낙했다.

결혼 기간을 1년으로 약속했는데 두 사람은 계약이 끝난 후에도 바로 이혼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지속해 왔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계약 기간을 훨씬 넘기면서, 강아청은 자신이 배씨 가문의 진정한 사모님이 되었다고 확신했었으나, 모든 것은 그녀의 허망한 환상일 뿐이었다.

조금 전, 그녀는 한 차례의 화재에서 목숨을 잃을 뻔하며 배승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배승찬은 가차 없이 그녀의 전화를 거절했다. 알고 보니, 그녀가 생사를 오가고 있을 때 배승찬은 그의 첫사랑인 연아별과 함께 있었던 것이다.

이 가혹한 현실은 강아청의 환상을 와장창 깨부순 것도 모자라, 그녀를 한낱 아름다웠던 꿈에서 현실이라는 시궁창에 밀어 넣으며 조롱했다. 그녀가 그 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이 터무니없는 허울뿐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심지어 연아별의 대체품도 될 수 없었다. 그저 배승찬이 가족에게 복수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을 뿐이다.

한참 멍하니 있던 강아청의 두 눈에 또다시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제는 그녀가 완전히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희망에 자신을 가두어 넣고 기만하는 어리석은 짓을 확실히 그만 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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