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965/coverorgin.jpg?v=902376a7a965bae66115a9bf87d620e2&imageMogr2/format/webp)
강은지는 사직서를 인사팀장님 책상 위에 내밀었다. 손가락으로 사직서의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쓸어 내리며 주름이 지지 않도록 했다.
인사팀장님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입을 뗐다. "강은지 씨가 그만 두겠다고 하니 너무 아쉽네요. 정말 확실히 결정한 건가요?"
"네." 강은지는 미소 지으며 입가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회사 건물을 나서며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린 그녀는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며 부동산 중개인 임한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강은지 씨께서 관심 있으셨던 그 별장, 집주인이 가격을 낮추기로 했습니다. 오늘 오후에 집 구경 가능하실까요?]
기쁜 소식에 강은지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그 작은 별장을, 강은지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멀리 떨어진 그곳이면, 남편 박민섭과의 위태로운 관계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손가락이 무심코 자신의 아랫배에 닿았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박민섭은 그녀와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바쁜 업무 일정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점차 자신에게 매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결국, 지난달 건강검진 때, 의사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결혼 생활이 화목한지 묻는 순간, 비로소 그녀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날 오후, 강은지는 별장을 보러 갔다. 별장은 사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별장의 전 주인은 오래된 부부였다. 정원에는 장미가 만발하여 공기 중에 달콤한 꽃향기가 감돌았다.
햇살이 가득한 거실 한가운데에 선 강은지는 바닥에 길게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봤다.
"여기로 할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심할 여지 없는 굳건함이 담겨 있었다.
중개인 임한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네, 바로 계약서를 준비하겠습니다. 혹시 박 도련님도 함께 계약서에 서명합니까?"
/1/100425/coverorgin.jpg?v=ef97cb5feac9d28da319fa4e23631450&imageMogr2/format/webp)
/0/94069/coverorgin.jpg?v=2c8cc182e265c1460face5019e69cb5b&imageMogr2/format/webp)
/0/92079/coverorgin.jpg?v=8bf79307633c52eaa4d77671fd9b4bd5&imageMogr2/format/webp)
/0/77560/coverorgin.jpg?v=48febcc2590c6016de40ae2ba0ebd3a4&imageMogr2/format/webp)
/0/89086/coverorgin.jpg?v=282ac51c82000a13397e746fcf9a453e&imageMogr2/format/webp)
/0/98996/coverorgin.jpg?v=4c133a777c39de57ef4ea1486cff0dbd&imageMogr2/forma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