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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 뒤늦은 후회

떠난 후, 뒤늦은 후회

Rowan West
결혼한지 2년, 윤도현은 거의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명문가들 사이에서 윤도현이 그녀를 극도로 싫어한다고 소문이 돌았다. 서하율은 열 살 때 이미 윤도현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죽마고우였다. 그는 풋풋한 모습에서 이제는 윤씨 가문의 실권자로 성장하였지만 그가 이젠 사랑하지 않는다는 한마디에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되었다. 그의 첫 사랑은 그녀가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비웃었고, 그의 형제들은 뒤에서 이미 다른 사람을 형수라고 불렀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그와 10년 동안 함께 했다는 것을 잊은 듯 했다. 그녀는 지난 추억에 빠져 쉽게 포기 못했고 결국 자신을 우스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윤도현은 시종일관 그녀를 멀리하지도 가깝게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쳐버린 그녀는 이혼 합의서를 남겨두고 떠났다. 모든 사람들은 드디어 윤도현이 자유의 놈이 되어 첫 사랑과 이쁜 사랑을 이룰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에서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양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었다. "하율아, 나 결백해. 제발 나를 떠나가지 마."
현대 이혼배신차가운 사랑이혼삼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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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조소희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성주혁은 저녁에 잡힌 외부 접대 자리에서 술을 꽤 마셨는지 기분이 한껏 올라 있었고, 밤새 다섯 번이나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조금 버티기가 버거웠다.

미리 준비해둔 콘돔은 네 번째 쯤에 이미 모두 바닥이 났다.

그럼에도 성주혁은 마지막까지 눈을 붉힌 채 그녀를 꽉 붙잡고선 아무런 장벽 없이 밀고 들어왔다. 거칠고 격렬했으며, 거의 폭주에 가까운 행위였다.

피부가 직접 맞닿는 감각은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쾌감을 안겨주었지만,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스물여덟의 성주혁은 한창 전성기에 있었고, 사업이 잘 풀리는 만큼 욕구도 그에 못지않게 강했다.

결혼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줄곧 피임에는 철저한 사람이었다.

조소희도 처음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지만, 지난 6개월 동안 그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녀는 성주혁과 자신의 피를 나눈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성주혁의 얼굴은 어디에 갖다 놔도 한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훌륭했고, 침대 위에선 더 말할 나위 없이 능수능란했다. 그리고 가끔씩 던지는 달콤한 말들은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에 턱도 없이 충분했다.

1년 전, 조소희는 성주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확실히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마음은 처음의 냉담함과 거부감에서 점점 그에 대한 좋아함으로 변하게 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주혁은 오직 침대 위에서만 그녀에게 열정을 보일 뿐, 평소엔 늘 싸늘한 태도로 일관했다.

"약 꼭 챙겨 먹어."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복잡한 생각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임신이라도 하면 골치 아프니까."

"응..." 그녀는 실망과 체념이 뒤섞인 채, 힘없이 대답했다.

요 며칠은 마침 그녀의 배란기였다. 하지만 성주혁은 술을 마신 상태였기에 혹여 임신이 된다고 해도 그 아이는 낳을 수 없을 터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성주혁의 말은 그녀의 마음에 가시를 꽂았다.

성주혁은 잠옷을 걸쳐 입고 욕실로 향했다.

조소희는 그의 훤칠한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시선을 돌렸다.

바로 그때, 거슬릴 만큼 날카로운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조소희는 성주혁의 핸드폰을 들었고 그 화면에는 '예진'이라는 이름이 반짝이고 있었다.

강예진은 성주혁의 비서였다. 손짓 하나에도 부드럽고 섬세한 여인의 분위기가 묻어났고,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든 한 번쯤은 빠져들 법한 달콤한 경성 말투를 쓰는 여자였다.

소문에 따르면, 강예진은 6년 전에 경성에서의 고액 연봉 일자리를 거부하고 강성에 있는 성씨 그룹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오직 성주혁의 곁에 있기 위해서였고 둘은 겉으로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였지만, 실상은 연인 관계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기다란 손이 쑥 뻗어와 조소희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채더니, 곧장 전화를 받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예진아."

말 끝에 담긴 감정은 그렇게도 달콤하고 환희에 차 있었다.

조소희의 가슴은 또다시 구멍이 뚫린 듯 싸늘하게 시려왔다.

성주혁은 그녀와 통화할 때면 늘 따분한 말투였고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말했던 적이 없었다.

"주혁아, 지금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어... 나 좀 구해줘... 나 지금 제로 클럽이야..." 성주혁이 바로 조소희 옆에서 전화를 받았기에, 강예진의 떨리는 목소리는 고스란히 그녀의 귀에도 들려왔다.

"지금 당장 갈게. 그리고 근처에 사는 친구를 먼저 보낼 테니까, 우선 문 잠그고 있어. 신고는 했어?" 성주혁은 얼굴을 잔뜩 굳힌 채 드레스 룸으로 향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급하고도 진지했다.

조소희는 분노로 온몸이 떨려왔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한 달 전, 조소희는 방송국 동료들과 북부 교외로 촬영을 나갔다가 반대편에서 역주행해 오던 대형 트럭을 피하려다 차가 도랑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모든 사람이 크게 다쳤다.

그녀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피를 흘렸고,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은 채 성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회식 중이라는 이유로,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온 그녀에게 전화할 힘은 있는 걸 보니 죽지는 않을 것 같다며 냉정하게 끊어버렸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술에 취한 상태로도 강예진이 위험하단 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려 하고 있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급히 옷을 챙겨 입은 성주혁은 드레스 룸을 나올 때조차도 다정한 목소리로 강예진을 달래고 있었다. 조소희는 휴대폰 너머에서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은은하게 흐느끼는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조소희는 성주혁보다 한발 앞서 현관문 앞을 가로막았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너 술 마셨잖아. 지금 운전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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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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