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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작, 북성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며 도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북성 재벌 서열 1위 가문인 육씨 가문 장남 육승준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었다는 소식이 제일 먼저 퍼졌다.
곧이어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은, 육씨 가문이 졸부 가문인 고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맺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큰 화제는 당연 정략결혼의 주인공들이다. 신랑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육씨 가문의 육승준이고, 신부는 줄곧 외딴 시골에서 지낸 고씨 가문의 장녀이다.
그 시각,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략결혼의 주인공인 고시영은 시골 마을에 머무르고 있었다.
시골의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실에 짧은 알림음과 함께 문자가 하나가 도착했다. 휴대폰을 확인하자 그녀의 비서가 보낸 문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Evelyn님, 이번에 상황이 조금 특수한 환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Evelyn님을 6개월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시간되시나요? Evelyn님이 직접 와서 봐주실 수 있을까요?]
고시영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휴대폰 전원 버튼을 누르자, 밝았던 화면이 다시 어두워졌다.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못한 그녀의 두 눈에 아릿한 슬픔이 가득 번졌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를 현시대 허준에, 신의라 부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을 때 명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수술대에 선 그녀가 메스를 손에 쥔 순간, 할머니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시골의 얇은 벽을 통해, 부모님이 안방에서 다투는 소리가 거실까지 들렸다.
"당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어머니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돌아가겠다는 게 말이 돼?"
"여보, 회사에 우리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얼마나 많이 쌓여있는지 알기나 해요? 그리고 설희의 성인식 파티도 며칠 남지 않았어요. 회사 업무와 가족 행사가 더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님 장례식이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시영이가 본가에 올라가면 예의도 배워야 해요. 육씨 가문에 시집갈 아이인데, 시골뜨기처럼 행동하면 체면이 깎이는 건 우리 고씨 가문일 거예요!"
"이지혜, 시영이를 시골뜨기라고 부르지 마. 시영이도 당신 딸이야!"
"알아요. 시영이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 아이를 데리러 시골까지 내려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소리를 들은 고시영은 터져 나오려는 실소를 꾹 참았다.
안방에서 집이 떠나가게 소리를 지르는 두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친부모 고운표와 이지혜였다.
일반 사원으로 시작한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고시영이 태어난 지 한 달이 막 지나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녀를 할머니 손에 맡겼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두 사람은 틈만 나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애정을 표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순간이 언제부터 변했을까? 아마 두 사람이 사업을 확장하고 회사를 설립한 순간부터일 것이다. 고시영이 7살이 되던 해, 고설희가 태어났고 그녀는 더 이상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가면서 고씨 가문은 재벌 가문 서열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지혜가 가끔 전화를 걸어왔지만 고시영의 학업이나 건강에 관해 물어보지 않았고,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가족에게 이런 행운을 가져다 준 사람이 고설희라고 확신하며 자랑만 늘어놓았다.
고설희가 3살이 되던 해, 두 사람은 아주 잠깐 청성에 내려온 적이 있었다.
고운표가 할머니를 북성에 모셔가겠다는 말을 입에 올리자마자 고시영은 이지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지혜가 고운표에게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할머니는 계속 청성에 남게 되었다.
이지혜가 북성에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 소식이 전해졌고, 아들을 낳았다. 이후 두 사람의 관심은 온통 고설희와 늦둥이 아들에게 쏠렸고, 청성에 돈을 정기적으로 보내줬지만 15년 넘게 고시영을 만나러 오지 않았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고운표와 이지혜는 청성에 어머니와 큰딸이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고시영은 고운표와 이지혜를 따라 북성에 가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지금이라도 그녀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이며 부드럽게 어르고 달랬지만, 고시영은 그들의 목적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필경 북성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는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성 저택에 거의 도착할 때쯤, 이지혜가 고시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시영아, 사람들이 너의 학력에 대해 묻는다면 경성 의과대학을 석사 학위로 졸업했고, 인턴 준비 중이라고만 말하면 돼."
이지혜는 고시영이 시골 마을 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필경 청성은 외딴 시골에 위치한 마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고시영이 대학에 다닌 적 없다고 확신하는 이지혜는 그녀가 마을 의원에서 간단한 의학 기술만 배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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