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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석양이 꽃무늬 박힌 창살 사이로 스며들어 심가연의 여윈 몸을 비추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심가연은 주름진 손수건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는 자잘한 기침을 연달아 터뜨렸다.
비단 손수건에 묻은 핏자국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열여덟 살의 꽃다운 나이에 후작 부로 시집을 온 지가, 어느덧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긴 세월 동안 후작의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곁을 지켜줄 혈육도 하나 없었다.
반평생을 후작부의 안주인으로 지내며 모든 열정을 후작 부에 쏟아 부은 그녀는 이제야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작 부에서 그녀는 그저 뿌리 없는 부평초와 같았고, 의지할 곳조차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의 곁에 조용히 서 있는 시녀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작님을 모셔 오도록 하여라. 내가 후사에 대해 상의할 것이 있다."
문간에 기대어 졸고 있던 어린 시녀는 귀찮은 듯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마님, 후작님께서는 지금 이 부인 처소에 계십니다. 노비가 가봤자 허탕일 뿐입니다."
심가연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은 것을 본 어린 시녀는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을 지킨 심가연이 마른 손가락으로 침상 모서리를 잡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나를 부축하거라. 내가 직접 후작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어린 시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몸을 살며시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
심가연은 병든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별채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틈새로, 맑고도 즐거운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살짝 떨리는 손을 들어 문을 밀어젖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온몸의 피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 소승욱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이연아의 옥 같은 발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조심스럽게 따뜻한 물에 담그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작 나리. 이러시는 모습을 하인들이 보기라도 하면, 분명 웃음거리가 될 것이옵니다."
평소 결벽증이 심하기로 소문난 소승욱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부드러운 수건으로 이연아의 발목을 살살 닦아주며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부부 사이에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느냐?
네 이 발을, 내가 평생을 닦아준다 한들 전혀 짜증 나지 않고 오히려 바라는 바이다."
"누가 부부라는 겁니까?" 이연아가 교태를 부리며 발끝으로 그의 손등을 살짝 문질렀다. "후작님께서 정식으로 맞이하신 부인께서는 본채에 누워 계시지 않습니까."
소승욱의 목소리에 짜증과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그 여자는 우리 소씨 가문을 위한 돈줄에 불과하다! 내 마음속의 진정한 아내는 오직 너 하나뿐이다."
그는 말을 이어가면서, 이연아의 옥처럼 고운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문 밖에 서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심가연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과거 소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후작 부의 안주인인 그녀는 혼수도 팔고 여러 사람들에게 굽신거리며 도움을 청했다.
그 후, 소승욱이 섭정왕의 심기를 건드려 감옥에 갇히게 되자, 심가연은 화려한 옷차림과 비녀를 벗어 던져버리고는, 홀로 섭정왕부 앞의 차가운 돌계단에 밤새도록 무릎을 꿇고 빌었다.
살을 에는 듯이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그녀는 백 번이 넘도록 머리를 조아렸고, 눈물이 다 마르고 피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섭정왕부에서 사흘 밤낮을 섭정왕의 갖은 희롱을 견뎌낸 후에야 비로소 소승욱은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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