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804/coverorgin.jpg?v=d0095aef860fcd8706a6752e05917ccf&imageMogr2/format/webp)
IT 대기업의 총수, 주지환과의 9년간의 결혼 생활은 동화 그 자체였다.
그는 나를 미치도록 아끼는 강력한 거물이었고, 나는 그의 세상이었던 뛰어난 건축가였다.
우리의 사랑은 모두가 부러워하며 전설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교통사고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는 지난 9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깨어났다.
나도, 우리의 삶도, 우리의 사랑도,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사라졌다.
대신 나를 원수로 여기는 괴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릴 적 친구라는 가면을 쓴 교활한 한세라의 계략에 빠져, 그는 하찮은 빚을 핑계로 내 동생을 죽였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생의 장례식장에서 부하들을 시켜 내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잔인함으로, 내 목소리를 훔쳐 갔다.
내 성대를 외과적으로 이식해 한세라에게 주었고, 나는 목소리를 잃고 산산조각 났다.
나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던 남자는 나의 고문관이 되었다.
그는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를 향한 나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던 사랑은 마침내 순수하고 절대적인 증오로 변했다.
그는 내가 파괴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내 죽음을 위장하고, 그의 제국 전체를 불태워 버릴 증거를 세상에 흘린 뒤 사라졌다.
내가 결혼했던 남자는 이미 죽었다.
이제 그의 얼굴을 한 괴물이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
제1화
서연우 POV:
정신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심장 박동기의 다급한 경고음과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였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마치 두개골이 쪼개졌다가 조잡하게 다시 붙여진 것 같은 깊은 통증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타이어가 찢어지는 소리, 끔찍한 금속음, 그리고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장면만이 가득했다.
남편, 지환이 빙글빙글 도는 차 안에서 내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던지던 그 순간.
친절한 눈빛과 지친 얼굴의 간호사가 내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깨어나셨네요. 서울중앙병원입니다. 심한 뇌진탕과 갈비뼈 몇 개가 부러졌지만, 괜찮아지실 거예요."
위로가 되어야 할 그녀의 말은 그저 소음일 뿐이었다.
"제 남편은요."
목이 쉰 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주지환 씨요. 저랑 같이 차에 있었는데… 살아… 있나요?"
간호사의 표정이 연민으로 부드러워졌다. 그 표정에 속이 울렁거렸다.
"살아계세요."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중환자실에 계세요. 충격을 거의 다 받으셨어요. 두 분 다 살아남으신 게 기적입니다."
안도감이 온몸을 덮쳤다. 마치 두 번째 충격을 받은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빠졌다.
지환은 살아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은 주지환을 IT 대기업의 총수, 맨손으로 제국을 건설한 무자비한 CEO로 알고 있었다.
잡지 표지를 장식한 카리스마 넘치는 천재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일요일 아침 팬케이크를 만들며 엉터리 콧노래를 부르던 남자, 내 악몽이 너무 시끄러울 때 나를 안아주던 남자, 나의 닻이자 폭풍이었던 맹렬함으로 나를 사랑했던 남자를 알고 있었다.
9년 동안 우리의 사랑은 전설이었고, 질투 어린 사교계에서 속삭이는 동화였다.
그는 강력한 거물이었고, 나는 그가 사랑하는 뛰어난 건축가였다.
의사들은 나를 계속 관찰했지만, 깨어있는 모든 순간은 그에게 가기 위한 싸움이었다.
마침내 영원 같던 시간이 흐른 후, 그를 만나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갈비뼈가 비명을 질렀지만,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중환자실 복도를 거의 뛰다시피 했다. 멍든 가슴에 심장이 미친 듯이 울렸다.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잘생긴 얼굴은 창백하고 수척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떠 있었다.
내가 사랑에 빠졌던 그 깊고 폭풍우 치는 회색 눈동자였다.
"지환 씨."
눈물이 시야를 흐리며 숨을 내쉬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나는 그의 곁으로 달려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는 내 손길이 마치 독이라도 되는 듯 움찔하며 피했다.
언제나 그토록 사랑스럽게 나를 바라보던 그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이제 차갑고 무서운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내 얼굴을 훑어보는 그의 시선에는 아주 작은 알아봄의 기색조차 없었다.
"누구시죠?"
그가 감정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나를 덮쳤다.
나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뭐라고요? 지환 씨, 나예요. 연우. 당신 아내."
잔인하고 웃음기 없는 미소가 그의 입술을 비틀었다.
내가 사랑했던 미소의 끔찍한 캐리커처였다.
"내 아내? 웃기는군. 난 아내가 있었던 기억이 없는데."
그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눈을 얼음장처럼 가늘게 떴다.
"하지만 당신은 기억나, 서연우. 우리 집안을 풍비박산 낸 게 바로 당신이라는 건 기억나지."
숨이 멎었다.
그는 10년 전, 우리가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가 나를 오해하고 비난했던 가족의 비극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9년 전에 이미 오해를 풀고 넘어갔던 일이었다.
그의 기억은… 단순히 손상된 것이 아니었다.
되감긴 것이었다.
나를 지워버렸다.
우리를 지워버렸다.
"아니에요, 지환 씨. 그건… 아주 오래전 일이에요. 우린 다 해결했어요. 우린 사랑에 빠졌고, 9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어요."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 잠금 해제조차 힘들었다.
우리 결혼식 날 사진으로 화면을 넘겼다. 그가 나를 품에 안고 순수한 기쁨으로 빛나는 눈으로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봐요. 이게 우리예요."
그는 사진을 완전히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시선을 다시 나에게로 돌렸다.
"무슨 장난을 치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제 끝이야. 당장 꺼져."
"지환 씨, 제발요."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당신은 다쳤어요. 혼란스러운 거예요. 제가 기억을 찾도록 도와줄게요."
그의 표정은 정말로 위협적으로 굳어졌다.
"꺼지라고 했다."
그는 침대 옆 탁자에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몇 번의 터치 후, 화면을 나에게로 돌렸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라이브 영상이었다.
/0/97840/coverorgin.jpg?v=d6de97545077e0a3c3eae616e369caea&imageMogr2/format/webp)
/0/41641/coverorgin.jpg?v=959c4d5e81ce39c4de3bfa74da419fdb&imageMogr2/format/webp)
/0/98786/coverorgin.jpg?v=40a18a48d6f26c6fabf40bba7f94e24f&imageMogr2/format/webp)
/0/65397/coverorgin.jpg?v=1eda2d7bcd1558c40eb13b19745d1f81&imageMogr2/format/webp)
/0/95721/coverorgin.jpg?v=fb89430d8d380b463349cffa799c70b3&imageMogr2/format/webp)
/0/45242/coverorgin.jpg?v=1ad5ebaed86e92ab51129db3e86b6b29&imageMogr2/format/webp)
/0/43999/coverorgin.jpg?v=721eb70b69d3aecb6a662274dc884678&imageMogr2/format/webp)
/0/86522/coverorgin.jpg?v=bae07882b556728bc2b9513a8f7090c5&imageMogr2/format/webp)
/1/107944/coverorgin.jpg?v=d6453341ffce77be615346fa40f37ad5&imageMogr2/forma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