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289/coverorgin.jpg?v=07c8e71724a3c84eb183f4844352f9b6&imageMogr2/format/webp)
"아, 아파 죽겠네. 나 아직 죽지 않은 건가? 하긴, 죽으면 아프지도 않겠지. 근데 여긴 어디지? 지붕은 왜 이렇게 낡은 거야?"
윤도회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목적지를 향하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생판 처음 보는 낯선 곳이었다. '왜 갑자기 이곳으로 온 거지?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야? 저 낡은 지붕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밖은 또 왜 이리 시끄러워?'
밖에서는 어떤 아줌마가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을 전체가 들릴 정도였다. 정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윤도회는 깨질 듯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그저 속으로 그들이 빨리 조용해지기를 바랐다.
밖에서는 선씨가 차남 내외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를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악을 썼다.
선씨가 이토록 길길이 날뛰는 이유는 둘째 아들이 윤도회를 부자 상인에게 팔아넘기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선씨는 돈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그들 내외를 핍박하며 어른을 공경할 줄도 모르는 괘씸한 놈들이라고 언성을 높였지만, 차남 윤이강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들 윤이강은 그녀의 말이라면 늘 고분고분 따랐지만, 선씨는 그런 아들이 탐탁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점쟁이가 그녀의 손자가 장차 가문을 번성하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에게는 손자가 한 명밖에 없었고, 그건 바로 장남의 아들이었다.
점쟁이의 말에 미신적으로 집착한 그녀는 모든 것을 큰아들 윤이현의 가정에 쏟아 부었다. 게다가 큰며느리 하씨 역시 매일 시어머니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곤 했다.
하씨의 이름은 하유민이었고, 윤씨네로 시집온 후 슬하에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다. 딸은 윤도회와 동갑으로 올해 17살이었고, 성에 있는 서원에서 글공부 중인 큰아들은 14살, 작은아들은 7살이었다.
큰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친척 관계였기에, 윤씨 가문에 시집온 후 두 사람의 사이는 유난히 돈독했다.
반면 윤이강은 연씨와 혼인을 맺었다. 연씨의 본명은 연미정이고, 윤씨 가문의 어르신이 살아생전 차남을 위해 직접 구해온 처자였다. 윤이강과 연미정이 혼인한 지 3년 후, 윤씨 어르신은 병으로 별세했다.
윤이강과 연미정 부부는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장녀 윤도회는 올해 17살이었고, 두 남동생은 각각 14살과 7살이었다.
윤도회가 깨질 것만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온갖 기억들 때문에 또다시 까무러치고 말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말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 악독한 시어머니는 쉴 새 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큰며느리는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윤이강은 실망과 비통이 서린 눈으로 노모를 응시했고, 반면 그의 형 윤이현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동생 가족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아들이 장차 관직에 오르면, 더 이상 동생 따위는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어우야, 아무래도 도희를 그 호상한테 시집보내는 게 좋겠다. 그럼 너도 팔자가 펴일 테고, 그 호상한테서 장인 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겠느냐."
신씨 곁애서 팔짱을 끼고 아니꼬운 눈길로 윤이강 내외를 바라보던 윤이현이 헛기침을 하더니 넌지시 말했다. "만약 형님도 슬하에 있는 딸내미를 그 늙은 영감탱이의 첩으로 시집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저 대신 이 혼약을 응하시지요." 윤이강이 그 말에 서슴없이 반박해 나섰다.
"너...네가 감히 나한테 대들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윤이현은 동생을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불효자식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지금 이 어미는 네놈의 그 쓸모없는 딸년을 호상한테 시집보내 가문을 돕고자 하는 것뿐인데, 그것마저 싫으냐? 내가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어! 이렇게 키우지 말았어야 했어!" 선씨는 아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아이고 작은 서방님, 도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인데, 어찌 저희 도영이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그런 소린 하지도 마십시오." 하씨가 발끈하며 거들었다.
"아무튼 저는 도희를 그 늙은 영감탱이한테 시집보내지 않을 겁니다. 제 딸을 위해 좋은 신랑감을 찾아줄 거라고요. 그리고 이 혼약은 형님 내외가 약속한 것이니,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십시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형님과 형수님이 제 처자식을 괴롭히는 것을 참아왔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형제간에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두 분은 되러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네요. 평소 우리 식구를 괴롭히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요. 농사일에 등골이 휘는 건 저희 내외지만 추수를 끝내면 늘 쥐꼬리만한 식량을 받았죠. 게다가 돈도 제가 가장 많이 벌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0년 동안 할 만큼 했습니다. 어머니, 이제 저희 식구는 분가를 할 겁니다." 윤이강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분가? 네가 감히 분가를 하겠다고? 이 불효자식!" 선씨는 다리를 치며 소리쳤다.
"어머니, 이강이가 분가를 하겠다고 하니 내버려 두십시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겁니다.
나가겠다면 맨몸으로 나가야 할 겁니다." 윤이현은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요, 어머니. 우리 아들은 앞으로 관직에 오를 귀한 몸인데 저런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들한테 시달리면 안 되잖아요." 하씨가 맞장구쳤다.
"그래, 정녕 분가를 하겠다면 맨몸으로 나가거라. 큰아들아, 얼른 가서 촌장을 모셔오너라." 선씨가 말했다.
/1/100365/coverorgin.jpg?v=ea183ad58a4384aab57917e8c8c177f1&imageMogr2/format/webp)
/0/64107/coverorgin.jpg?v=6cf068f7a418787f02d53445e517464d&imageMogr2/format/webp)
/0/94069/coverorgin.jpg?v=2c8cc182e265c1460face5019e69cb5b&imageMogr2/format/webp)
/1/109668/coverorgin.jpg?v=634b0e10e39de72f5198c3387bab4911&imageMogr2/format/webp)
/0/74793/coverorgin.jpg?v=bbde0604183c9330a225eb47be6cd6ab&imageMogr2/format/webp)
/0/69546/coverorgin.jpg?v=31c5ba425a5868d130f1aeff0ad77cd3&imageMogr2/format/webp)
/1/104753/coverorgin.jpg?v=e713651d70364a53333bbdfce6fbe68e&imageMogr2/format/webp)
/1/110093/coverorgin.jpg?v=a26554afea024ea24285d4b34bcbfee2&imageMogr2/format/webp)
/0/48183/coverorgin.jpg?v=21130e41da0bbb743bf0771708d4db4b&imageMogr2/forma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