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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처가 거물이었다

이혼한 전처가 거물이었다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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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은 3년 동안 현모양처 짓을 했다. 말을 잘 듣고 순진한 아내 모습을 보이면 유진운의 사랑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사랑은커녕 눈길조차 얻지 못했다니. 그리고 결국 여우짓을 하는 탁가운 때문에 이혼 서류까지 내놓았다. 그래, 이혼하지. 나도 이미 지칠 대로 지쳤으니까. 이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남송은 자신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유진운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만났을 때, 남송은 유진운이 닿을 수 없는 상대가 되었다. "저랑 협업하겠다고요? 글쎄요? 급이 될지 모르겠네요." 남송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다시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후회의 마음이 가득 찼다. 남송을 가까이할 수록 유진운은 그녀에게 숨겨진 비밀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킹의 신, 최고의 셰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 조각 대사, 지하의 거물, 다 남송의 타이틀이었다. 유진운은 놀라움과 동시에 남송에 대한 호기심과 소유욕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남송, 넌 내 거야." "이봐, 유진운. 당신은 이미 내 선택이 아니야." 유진운, 어디 한 번 견지해 봐.

제1화 이혼

"이혼해."

유진운의 날 선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3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남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고,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유진운의 뒤에 선 남송은 큰 키에 넓은 어깨와 다부진 체격을 말없이 바라봤다. 넓은 유리창에 날카롭고도 차가운 표정이 비친 것을 본 그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오갈 곳 없이 아래로 떨어뜨린 작은 주먹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았던, 듣기 무서웠던 그 말을 결국 듣고야 말았다.

유진운이 그녀를 마주 보며 돌아서자 얼굴 표정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지난 3년 동안 매일 봤던 얼굴이 아직도 질리지 않았을 뿐더러 신이 빚은 조각상 같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혼, 안 하면 안 돼요?" 애써 눈물을 참은 남송이 힘겹게 말을 뱉었다. 두 눈 가득 차오르는 애절함과 메마른 목소리에는 절망과 희미한 희망이 뒤엉켜 있었다.

남송을 내려다보는 유진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고 하얀 얼굴에 발그스름한 볼, 시무룩하게 처진 눈썹과 빨갛게 충혈된 눈시울.

민낯을 하고 있어도 잡티 하나 없이 깔끔한 피부에 부드러운 인상은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

눈시울이 빨개진 남송은 간절한 눈빛으로 유진운을 바라봤다. 오른쪽 눈 아래에 있는 작은 점과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유진운에게 남송은 다른 여자들보다 더욱 연약하고 어눌한 사람일 뿐이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으나, 그는 그런 그녀를 여자로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다.

3년 전,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유진운은 척추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상태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을 때 거의 절망적인 말을 들었었다. 의사는 그가 평생 하반신 마비로 지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때, 유진운은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져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그의 시중을 들 수 있는 의사 아내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용한 성격에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남송을 며느리로 들이게 된 것이었다.

"3년 동안 날 돌봐주느라 수고 많았어. 20억은 그 동안의 수고 비용 겸 위자료라고 생각해." 차분하고 담담한 유진운의 목소리에서 그녀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금액이 부족하면..."

"왜요?" 남송이 유진운의 말을 가로챈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빨갛게 부은 두 눈에는 고집스러운 빛이 어려 있었다. "왜 하필 지금 이혼하려는 건가요?" 애꿎은 아랫입술만 꽉 깨물고 있던 그녀가 물었다.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다. 남송은 그와 함께 기념일을 행복하게 보내는 상상을 했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지낼 꿈을 꾸었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 유진운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차가운 목소리가 남송의 아름다운 꿈과 얄팍한 희망을 동시에 짓밟았다. "가은이 돌아왔어. 가은이와 결혼할 거야."

청천벽력처럼 떨어진 소식에 남송은 몸을 휘청거렸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악착같이 지켜온 3년이라는 결혼 생활이 탁가은이라는 이름에 쉽게 무너지는 듯했다.

"대표님!" 집사가 부랴부랴 달려와 다급하게 말했다. "탁가은 씨가 저녁 식사를 할 때, 피를 토했다고 합니다."

유진운은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지더니 남송을 지나쳐 객실로 향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출발할 수 있게 차 준비시켜."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번개같이 남송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유진운은 객실에서 여자를 조심스레 품에 안고 나타났다. 탁가은의 몸에는 남송이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든 담요가 덮어져 있었다.

가녀린 몸에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유진운의 품에 쏙 안긴 여자의 입술에서 힘겹게 말이 새어나왔다. "진운 오빠, 남송 씨가..."

그제야 자리에 멈춰 선 유진운은 남송을 돌아보며 말했다. "구체적인 이혼 서류와 합의서는 변호사와 직접 얘기하면 돼. 3일 내에 저택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그는 여자를 더욱 소중하게 품에 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남송은 계단 위에 얼어붙은 사람처럼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때, 유진운의 품에 안긴 탁가은이 고개만 살짝 내밀더니 남송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피를 토했다는 여자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선전포고하듯이 말했다. "내가 돌아왔으니, 이제 진운 오빠 놓아주세요."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남송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미처 닦을 겨를도 없이 벌벌 떨리는 몸을 두 팔고 감싸 안았다.

10년이 지났다. 그가 지옥에서부터 그녀를 구해준 순간부터 지금까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를 사랑했다. 한 여자에게 이런 10년이 몇 번 더 있을까?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물건이다. 아무리 몸을 낮추고 허신해도 그 남자의 마음을 흘들지 못할 뿐더러 자기 자신만 점점 비참해지고 있었다. 유진운은 영원히 오남송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진운 씨, 당신을 위해 눈물 흘리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그 말과 함께 남송은 얼굴을 적신 눈물을 닦았다. 멍청할 정도로 착하고 순진했던 남송은 이제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녀의 눈빛이 결심이 선 듯 단호하게 빛났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위에 이혼협의서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

서류를 넘긴 남송의 눈빛이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이름에 고정되었다.

"유진운..."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이름을 쓰다듬자 또 다시 코끝이 시큰해 났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펜을 집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오남송, 이 이름으로 모든 것을 시작했으니, 이제 이 이름으로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남송은 이혼협의서 옆에 옥으로 된 인감을 내려놓았다. 재료 선별부터 조각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준비했고,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녀가 그를 위해 준비한 3주년 결혼 선물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한 3년 동안, 그녀는 모든 선물에 정성을 쏟아 부었다. 결국 장롱에 박혀 있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세를 면치 못했다. 마치 그녀의 마음처럼 말이다.

저택을 나선 남송은 대문 앞에 세워져 있는 고급 세단에 올라 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했어."

운전석에 선글라스를 끼고 앉은 남자의 입 꼬리가 올라가며 예쁜 곡선을 그렸다. "이혼 축하해."

그리고 노트북을 남송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너 자신을 되찾을 때가 되었어. 우리 모두 네가 돌아오기만 목 빠지게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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