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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왕비의 역전

추녀 왕비의 역전

Rita

5.0
평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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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서완은 21세기 약재 가문의 18대 계승자로, 염왕의 손에서 사람을 빼앗을 정도인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었다. 만든 단약은 천하의 만병을 치료할 수 있어 모두가 필사적으로 구하려 했다. 뜻밖에도 하루아침에, 원근에 소문난 승상댁의 추녀가 되었고, 천하를 뒤흔든 전신 왕야를 덮치기까지 했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가 어떻게 역전하는지 지켜보라고! 약혼자를 빼앗아? 그럼 가문둘 수 없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의붓여동생에게 망신을 주고 혼수를 빼앗아 일 푼도 남겨주지 않았다! 만만해 보인다고? 그럼 그녀를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제대로 짓밟아 뭉개주지! 그 못난이 아버지, 독부 계모, 그리고 맨날 연약한 척 연기하는 의붓여동생까지! 못생겼다고? 그럼 얼굴의 반점을 고쳐 좌중을 놀라게 할 절세의 미인으로 변하지! 옛날의 못생겼던 승상댁 적장녀가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심지어 왕야까지 자신의 왕비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냉혈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소천경은 자기 부인밖에 모르는 공처가가 되었다. 부인이 누군가를 죽이려 하면, 그는 칼을 건넸고,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 그는 꽃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그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듯했다. 심지어 그와 이혼을 하려 한다. 말로는 남자는 자기 발목을 잡는다나 뭐나. 소천경은 너무 억울했다. "그럴 수 없네. 내 순결은 이미 부인에게 주었는데, 부인은 반드시 내 몸을 책임져야 하네."

제1화 타임슬립

밤하늘에 떠오른 달빛과 매서운 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밤이었다.

두 명의 건장한 사내가 어깨에 자루를 짊어지고 황급히 깊숙한 숲으로 들어갔다.

"이런 제기랄, 이리 무거울 줄이야!" 두 사람은 자루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자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소녀를 이미 죽은 돼지처럼 끌어냈다.

그러자 흉측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 그대로 달빛 아래 나타났다.

진대범이 불쾌하다는 듯 바닥에 쓰러진 소녀를 걷어차며 침을 뱉었다. "약효가 엄청 센 약이라고 하지 않았어? 한 병 마시면 열녀도 욕구로 가득한 여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왜 아직도 반응이 없는 거지?"

흉측한 얼굴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지만, 둘째 아가씨의 명령을 받았으니 반드시 순결을 더럽히고 죽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최후가 더 비참해질 것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은 없었다. 헛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으며 분부를 따를 수밖에.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이상한 낌새를 차린 진대호가 자루 가까이에 다가가 소녀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동시에 소녀가 눈을 번쩍 떴다!

그렇게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본 진대호는 위험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큰 아가씨 아직 죽지 않았군요."

"마침 딱 깨어났네요. 최음제에 중독된 느낌이 아주 고통스럽지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바로 도와줄 테니까."

두툼한 손이 당장이라도 소녀의 옷깃에 닿으려 할 때였다.

그의 움직임을 알아차린 소녀의 눈에 살기가 언뜻 거리더니 무릎으로 사내의 가랑이를 세게 위로 찍었다. 사내가 허리를 굽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소녀는 옆에 있는 돌을 잡고 사내의 머리를 있는 힘껏 찍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뜨거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빠르게 변한 태세에 진대범이 정신을 차렸을 때, 진대호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차가운 주검이 되고 말았다.

피로 얼룩진 얼굴을 옆으로 돌린 소녀의 안색이 달빛에 가려져 언뜻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먹빛을 머금은 눈동자에 내뿜는 살의는 마치 악귀가 지옥에서 기어 나온 것만 같았다.

"가, 가까이 오지 마! 아악!" 얼굴이 사색이 된 진대범이 허겁지겁 줄행랑을 치려 했다.

사내가 막 돌아선 순간, 도깨비와도 같은 그림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다.

"도망이라도 가려고? 아직 내 동의도 거치지 않았잖아?" 비죽거리며 냉소 짓는 소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빠르고 정확하게 손을 뻗었다.

퍽, 소리와 함께 진대범이 용서를 빌기도 전에 목이 부러지고 말았다.

진씨 형제를 처리하고 나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열기가 아랫배에서부터 전해지는 것을 느낀 소녀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바닥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

가슴 앞으로 빠르게 혈자리를 두 개 짚은 그녀는 열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강제로 억제하고 차분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김서완(金書晚), 원래 21세기 약재 가문의 18대 계승자로 의술과 독약에 능통하고 무예까지 뛰어났다. 그러다 어느 날, 밤을 새워가며 읽은 소설의 세계로 영혼이 오게 된 것이다.

원래 몸 주인의 이름도 김서완이었는데, 대하국 승상댁의 아가씨이자 경성의 제일 추녀였다.

승상 아버지의 총애를 받지 못했을 뿐더러 계모에게 오랫동안 괴롭힘까지 받아온 그녀는 가문에서 줄곧 하인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지냈다.

평양후작부의 박창세(樸世昌)와 혼인을 약조했으나, 계모의 딸 김이연(金伊冉)이 그녀의 세자빈 자리를 탐냈다. 하여 혼인 전날 그녀에게 약을 먹여 그녀의 순결을 더럽힌 후, 자리까지 빼앗으려 한 것이다.

결국 약효를 이기지 못한 그녀가 진씨 형제들에게 끌려가는 도중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기억을 소화해 낸 김서완은 탐스러운 입술을 한 번 핥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걱정하지 말거라. 너를 다치게 했던 사람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음!"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전에, 혈자리를 눌러 억제했던 약효가 다시 몰려왔다.

김서완은 이번에 참지 못하고 눈살을 깊게 찌푸렸다.

최음제의 약효는 실로 대단했다. 그녀의 독보적인 점혈술도 소용없을 정도였으니, 원래 몸의 주인이 버티지 못하고 죽은 이유가 충분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사내를 찾아 해독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그녀의 몸 상태로는 반 시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김서완은 서 있기조차 힘든 몸을 어렵게 이끌고 산 아래로 달리기 시작했다. 밤이 깊은 데다 최음제의 약효까지 치밀어 올라 앞으로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운 상태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덤불을 지날 때, 그녀는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이런 빌어먹을. 으아아악!"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은 느낌에, 김서완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가파른 비탈길을 굴러 차가운 연못에 빠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연못의 물에 몸을 담그고 나서야 김서완은 정신을 조금 차린 것 같았다. 빠르게 물 밖으로 헤엄쳐 나온 그녀는 얼굴에 남은 물기를 닦고 주위를 둘러보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놓인 바위 위에 바르게 앉아 있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무심한 얼굴에 두 눈을 굳게 감은 사내의 구릿빛 피부에 달빛이 드리우며 잘빠진 근육 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칠흑을 옮겨 담은 것 같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려 멀리서도 주변의 공기마저 내리누르는듯한 오만한 기세가 느껴졌다.

사내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광경에 깊이 감격한 김서완은 사막에서 단물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연못을 가로질러 헤엄쳤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사내의 준수한 외양에서는 검은 기운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얼굴만 봐도 사내가 맹독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바위에 앉은 그는 한담(차가운 못)에 몸을 담가 체내의 독소를 억제하고 있었다.

"다 보았느냐?"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은 사내가 속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자, 눈 밑에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텅 빈 눈동자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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