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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부인, 오늘 허상철 씨가 육은설 양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두 분의 이혼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육은설 양은 허상철 씨의 첫사랑이자, 육씨 가문의 친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물론, 남편까지 차지했던 것에 대해 죄책감은 없으신가요?"
"육씨 가문이 공식적으로 당신을 친딸이 아니라고 발표했고, 재산을 압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2년간 전업주부로 살아오셨는데, 앞으로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실 계획인가요?"
"허 부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십 개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그녀를 에워쌌고, 플래시가 무차별적으로 터졌다.
이런 광경에 압도당한 육수연은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육수연은 생일 파티장 한복판에서 기자들에게 포위된 채, 도망칠 틈도 없이 얼어붙었다. 멍하니 서 있는 그녀의 머릿속엔 방금 들은 말들이 뒤엉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육은설이 육씨 가문의 친딸이고, 허상철의 진짜 사랑이라면, 나는? 나는 대체 뭐였지?' 서류상으로는 허상철의 아내였지만, 실상은 모두에게 비웃음거리였을 뿐이다.
수년 전, 육씨 부부는 외국의 빈민가에서 육수연을 잃어버린 딸이라며 데려왔다.
'그때 친자 확인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가? 이제야 실수를 깨달았다니… '
육수연은 힘겹게 몸을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허상철의 시선은 그녀가 아니라, 멀리 서 있는 육은설에게 향해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 육은설밖에 없는 것처럼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육수연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잖아."
허상철은 돌처럼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제 알았으니 그걸로 됐어. 우린 끝이야, 육수연. 넌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우리 결혼은 그냥 거래였을 뿐이야. 내가 지금껏 사랑한 여자는 육은설뿐이야. 왜 결혼 후에 너를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는지 알아? 네가 역겨웠거든. 썩은 음식 같아서 입에 대기도 싫었어."
허상철의 멸시 어린 시선이 육수연의 낡은 옷차림과 촌스러운 안경까지 훑었다. 그녀는 허상철의 화려한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그의 모욕적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수연은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들어 허상철의 얼굴에 그대로 들이부었다.
금빛 액체가 허상철의 얼굴과 고급 정장을 흠뻑 적셨다. 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액체가 머리카락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썩은 음식이라고? 전업주부를 원한다고 말한 건 당신이었어. 엄마 아빠도 튀지 않고 얌전한 딸이 좋다고 말했잖아."
육수연은 잔을 바닥에 내던졌고, "쨍!"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파티장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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