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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선을 다했어요."
13시간에 걸친 수술에도 불구하고, 진가연의 뱃속에 있는 6개월 된 아이는 결국 살리지 못했다.
배지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술실 밖에서는 비통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 증손자!" 맨 앞에 서 있던 오복순 노부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 후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진가연의 병상이 수술실을 나서는 순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가슴을 찢는 듯한 울음소리와 애처로운 위로의 말들이 뒤섞여 배지은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 장면을 바라본 배지은은 가슴 한가운데에서 서서히 얼음장이 피어 오르는 듯한 차가움을 느꼈다.
고개를 들자 오민욱이 진가연의 병상에 몸을 숙인 채 난간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걱정스럽게 진가연을 내려다보는 그 모습은 마치 그녀의 남편이라도 되는 듯했다.
곧 이어 사람들은 진가연의 병상을 따라 병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마스크를 손에 쥔 채 장시간 수술로 인해 온몸에 힘이 빠진 배지은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주변에선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갔지만, 그녀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지은이 지친 몸을 이끌고 오씨 집안으로 돌아왔을 때, 하인들은 마치 역병에 걸린 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오민욱의 여동생 오수연은 집사의 손에서 빗자루를 빼앗아 들더니, 배지은의 종아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쳤다. "저리 가, 이 살인자야! 재수 없으니까 당장 꺼져!"
빗자루의 거친 부분이 종아리를 파고들어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배지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낮게 신음하자, 오수연은 비웃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그냥 가연 언니의 몸이 약해서 너의 그깟 의술이랑 희귀 혈액형 하나 믿고 우리 집에 발 들인 거잖아. 까놓고 말해서 넌 그냥 도구, 걸어 다니는 혈액팩일 뿐이라고! 이제 가연 언니 뱃속의 아이까지 죽여놨으니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변명할 건데?"
말을 마친 오수연은 경멸하듯 배지은을 향해 침을 내뱉었다
오씨 가문에 시집온 3년 동안, 배지은은 자신이 그저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다.
여기서는 누구나 그녀를 차갑게 대하고 비아냥거릴 수 있었다.
배지은은 따지고 싶지 않았고, 따질 기력도 없어 조용히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13시간에 걸친 대수술과 그 와중에 진가연이 대출혈을 하는 바람에 배지은은 직접 수혈까지 했다. 수술이 끝난 지금, 그녀는 저열과 함께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겨우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갑자기 누군가에게 거친 힘으로 침대에서 잡아 끌려 내동댕이쳐졌다.
끌려 내려오는 동안, 그녀의 머리가 침대 머리맡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고통에 몸을 움츠리며 눈을 뜬 배지은은, 자신을 끌어내린 사람이 오민욱인 것을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민욱 씨, 왔어요? 가연 씨의 아이... 난 정말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오민욱은 배지은의 멱살을 움켜쥔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며칠 전에 가연이의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을 때, 너 나한테 뭐라고 했지? 모든 게 정상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고작 며칠 만에 아이가 죽었는데, 지금 나한테 최선을 다했다고?"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든 배지은의 눈가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다. "민욱 씨, 난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어요."
진가연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3년 전에는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 산소 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지경이었다.
오민욱과 결혼한 3년 동안, 배지은은 밤낮으로 한의학과 서양 의학을 동원해 진가연을 돌봤고, 그 덕에 진가연의 몸은 거의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심지어 격하지 않은 운동도 가능할 정도였다.
단지 진가연이 오정호와 신혼 초에 잠자리를 갖다가 심장병이 발작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며칠 전 진가연의 건강 검진을 진행했을 때만 해도 모든 지표가 매우 좋았는데 불과 며칠 만에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배지은이 하루 휴가를 낸 사이, 진가연은 참을 수 없는 복통으로 고통스러워했고, 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진가연 뱃속의 태아는 이미 생명 징후가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지은은 최선을 다해 진가연을 살리려 애썼고, 수술 중에 직접 수혈까지 했다.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에게 한 점 부끄럼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설명을 들은 오민욱의 얼굴에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왜 가연이는 깨어나자마자 울면서 네가 이상한 약을 먹였다고 하는 거지?!"
그 말에 배지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그럴 리 없어요."
오민욱은 배지은의 멱살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그 변명은 직접 가연이 앞에 가서 해!"
오민욱은 더는 배지은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진가연은 몸이 좋지 않아 임신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이번 일로 아이를 잃고 몸까지 상했으니, 앞으로 다시 임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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