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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윤은 손에 든 보온 도시락을 조심스럽게 가슴에 품고 심씨 그룹 건물로 들어섰다.
이 약선(藥膳) 한 그릇을 위해 그녀는 인맥을 총동원해 남미 지하 경매장에서 단 한 포기뿐이라는 혈갈초(血竭草)를 어렵게 확보했다. 그 뒤로 6시간 내내 냄비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달였다.
남편 심도훈이 심각한 편두통을 앓고 있었기에, 이 요리는 그의 생명을 연장해 줄 유일한 방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차서윤의 눈에 들어온 건, 심도훈이 임세린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임세린, 그녀는 심도훈의 첫사랑이었다.
차서윤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
"세상에, 세인트 메디컬 콘퍼런스 초대장이에요?" 임세린은 환하게 웃으며 초대장을 받아들더니, 차서윤을 향해 도발적인 눈빛을 던졌다.
"왔어?" 차서윤의 인기척을 느낀 심도훈이 입을 열었다. 그는 그녀의 손에 들린 보온 도시락에 잠깐 시선을 두었다가 곧 무심하게 거두며 말했다. "거기 놔둬."
심도훈의 태도를 본 임세린은 더욱 우쭐해졌다. 손에 든 초대장을 자랑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도훈 오빠, 고마워요. 이거 전 세계 최고의 의학 전문가들만 참석할 수 있는 학회라면서요? 오빠가 저한테 이런 걸 준비해 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제가 곧 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큰 선물까지… 정말 감동이에요."
'선물?' 문 앞에 멈춰 선 차서윤은 순간 멍해졌다.
그건 세인트 측에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의학 강연에 초대하기 위해 특별히 보낸 초대장이었다.
차서윤은 그저 심도훈에게 대신 받아 두기만 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른 여자를 기쁘게 하기 위한 '선물'로 둔갑해 있었다.
차서윤의 어머니는 평생 희귀 유전병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하지만 연구가 막 돌파구를 찾으려던 순간, 누군가의 음모로 실종됐고 '학술 조작'이라는 누명까지 쓴 채 자취를 감췄다.
지난 5년 동안 차서윤은 심씨 가문에서 '요리만 할 줄 아는 가정주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저택 지하의 허름한 실험실에 틀어박혀, 눈이 빨개지도록 약제를 조제하고 데이터를 검증하며 어머니의 연구를 몰래 이어 왔다.
지난주, 차서윤의 연구 성과는 마침내 국제 의학 협회의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과했다.
이 초대장은 그녀에게 어머니의 결백을 밝히고, 유전병 환자들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차서윤은 앞으로 다가가 임세린의 손에 쥐인 초대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내 거야. 내놔."
초대장을 쥔 임세린의 손이 굳어지더니, 그녀는 재빨리 심도훈의 등 뒤로 숨었다. "서윤 언니, 왜 이러세요? 이건 도훈 오빠가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요."
심도훈의 안색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차서윤, 그건 너한테 아무 쓸모 없는 물건이야. 난 이미 세린이한테 줬어."
"쓸모가 없다고?" 차서윤은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을 흘렸다. "심도훈, 내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판단할 일이 아니야."
곁에 서 있던 심도훈의 비서 임재우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차서윤 씨, 당신 물건이라뇨? 지금 당신이 몸에 걸친 것 중에 심씨 집안 것이 아닌 게 뭐가 있죠?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다는 겁니까? 임세린 씨는 해외에서 돌아온 의학 박사입니다. 초대장을 그분께 드리는 게 훨씬 낫죠. 가정주부인 당신은 책도 제대로 읽어 보지 못했을 텐데, 그게 뭔지 알겠어요?"
심도훈은 임재우의 말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의 기억 속 차서윤은 매일 주방에 틀어박혀 요리만 하며 그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여자였다. 의학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철저한 문외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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