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6605/coverorgin.jpg?v=a499f7d52aa45cf7d023afa3cc7dfba7&imageMogr2/format/webp)
조나라, 백옥마을에 위치한 서씨 가문.
"누나, 빨리 먹어."
귓가에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서은별은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동생? 내게 언제부터 동생이 있었지?'
입술에 뭔가가 닿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누나, 어서 먹어. 제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녀는 애써 눈을 뜨며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 보았다.
"누나! 죽지 마! 죽으면 안돼! 빨리 눈 좀 떠."
"이 망할 것들, 당장 나오지 못해!"
주변의 소란에 사은별의 짜증은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 요란스레 문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서은별은 끝내 눈을 떴고 순간, 수많은 기억들이 그녀의 뇌리에 덮쳤다.
"윽!"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누나!"
이제 3살 된 서은혁은 울상을 지은 채 서은별을 쳐다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서은정은 손에 든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깜짝 놀란 얼굴로 서은별을 살폈다.
"언니, 언니, 왜 그래? 우리를 놀래 키지 마."
쾅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낡아 빠진 문을 세게 걷어차며 방으로 들이 닥쳤고 두 아이는 즉시 침입자가 서은별을 해치지 못하도록 그녀의 앞을 지켰다.
방에 들이 닥친 사람은 서씨 가문의 노부인 서유진이었고 자애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문의 큰 아들의 며느리와 둘째 아들의 며느리가 서유진의 뒤를 따라 들어왔고 마찬가지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셋째 집안의 이 망할 것들! 감히 음식을 훔쳐? 이 늙은이를 눈에 두지도 않는 것이냐? 오늘 너희를 재대로 혼내 줘야겠다!"
"할머니, 저희는 음식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이건 언니의 몫이에요. 언니가 아파서 제가 대신 가지고 있었습니다."
10살 밖에 되지 않은 서은정은 무서웠지만 두려움을 억누르고 가문의 어른들과 맞섰다.
"흥, 가문의 규정에 밥 때를 놓치면 굶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규정을 어기고 음식을 훔친 주제에 감히 말대꾸를 해? 어르신, 이것들을 제대로 벌해 주십시오, 아니면 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당시, 제 딸이 저녁 밥 때를 놓쳤을 때, 어르신은 아이를 굶게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둘째네 종예슬이 예전에 있었던 일을 언급했다.
"어르신, 이 것들을 좀 보세요. 두 팔을 활짝 벌려 언니를 보호하려는 모습이라니. 가엽긴 하지만 너무 눈꼴 사납네요. 흥, 주제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첫째네 임미진이 아이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들을 향해 침을 뱉었다.
노부인은 두 며느리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앞으로 다가가 서은영의 손에 들려있던 차갑게 식어 딱딱해진 찐빵을 빼앗았다.
"으앙! 돌려 줘! 이 나쁜 놈! 그건 언니 거야."
서은영은 서럽게 울며 노부인을 향해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이 은혜도 모르는 것 같으니! 감히 내게 혼을 대? 오늘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겠군!"
"은혁아!"
정신을 차린 서은별이 급히 서은혁을 품에 안았다.
"어르신, 은혁이는 이제 3살입니다.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습니까?"
품에 안긴 채 서럽게 울고 있는 동생을 내려다 보며 서은별은 생각에 잠겼다.
'타임 슬립?'
눈을 감고 여러 번 심호흡을 한 끝에야 점차 생각이 정리 되었다. 전 주인의 기억을 전부 흡수했는지 더 이상의 두통은 없었고 눈앞의 상황을 주시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타임 슬립의 익숙한 레파토리였다. 심술궂은 할머니, 그리고 양 옆에 있는 두 심보 나쁜 고모들.
자신을 언니 누나라 부르던 두 아이를 바라보니 몰골이 형편 없었고 몇 달 동안 씻지도 못한 듯 보였다.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는 것 같았고 낡고 해지다 못해 군데 군데 구멍이 뚫린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 자신을 보니 동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큰 부인 임미진은 살이 뛰룩뛰룩했고 둘째 부인 종예슬은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중간 체형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노부인 서유진이었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었다. 여태 호의 호식하며 살아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어르신, 저년 눈빛을 보세요." 큰 부인은 침대에 걸터앉은 서은별의 차가운 눈빛에 이상한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서은별! 강물에 몸을 던졌다고 해서 모든 일을 해결 되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이미 조씨 가문의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았다. 네가 죽으면 네 동생 은정이로 대신 할 것이다."
/0/93647/coverorgin.jpg?v=8e7722ea153a57fa525b5bc56b4c359a&imageMogr2/forma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