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036/coverorgin.jpg?v=aa37ec6a2d551b37402113bf044b3ece&imageMogr2/format/webp)
심수빈은 임신했다.
병원에서 나온 그녀는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편 강경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태 씨..."
임신 검사지를 손에 꼭 쥔 그녀의 손바닥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전화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나도 할 얘기 있었어.
7시에 집에서 봐."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뚜, 뚜…' 하는 무미건조한 신호음에 심수빈의 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듯했다.
왠지 모르게 강경태의 목소리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길게 숨을 내쉰 그녀는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강경태는 용성에서 가장 큰 다국적 그룹의 대표로 평소에도 골치 아픈 일이 많으니, 자신을 향해 차갑게 말한 건 아닐 거라 애써 생각했다.
저녁 7시.
심수빈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들을 식탁에 올려놓고 시계를 보며 강경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강경태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을까 싶어,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평소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그였기에, 심수빈은 강경태가 늦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저녁 8시.
저택의 문이 열리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세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찬 바람의 냉기를 가득 머금은 코트를 벗어 문 앞에 서 있는 하인에게 건넸다.
심수빈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일이 좀 있었어."
강경태는 서류를 손에 쥐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할 얘기 있다며?"
젓가락은 들 생각도 없다는 듯, 남자는 깊은 연못 같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 "말해봐."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차갑고 엄숙한 분위기에 심수빈은 마른침을 삼키며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 임신했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먼저 말씀하세요."
강경태는 잠시 침묵하더니 심수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정이가 돌아왔어."
그의 한마디에 심수빈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강경태가 말하는 우정은 심수빈의 사촌 언니 심우정이다.
심우정과 강경태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로 두 사람의 사이는 각별했다.
원래 1년 전, 강경태와 결혼하기로 한 사람은 심우정이었다.
하지만 심우정은 결혼식 전날 밤 갑자기 도망쳐 사라졌다.
강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체면을 위해 심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시골에 있는 심수빈을 찾아와 강경태와 결혼하게 했다.
심수빈은 강경태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언젠가 심우정이 돌아오면 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1/105797/coverorgin.jpg?v=e3fd5d3e7e4fa0abd900bbdabde45433&imageMogr2/format/webp)
/1/108470/coverorgin.jpg?v=d22f2509ee53ffe14b6025a0f14d660f&imageMogr2/format/webp)
/1/103806/coverorgin.jpg?v=d1920226f85f0b8c3c50d9c3830c3378&imageMogr2/format/webp)
/0/93921/coverorgin.jpg?v=5772f8573613ecf6534f8530f0c27393&imageMogr2/format/webp)
/1/101826/coverorgin.jpg?v=8ce903afccef65cabeb4d4917cac3bd2&imageMogr2/format/webp)
/1/106562/coverorgin.jpg?v=1a182179fdf271c5286cc3925936e7fe&imageMogr2/forma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