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사랑을 바쳐온 지난 십 년 동안, 초하은은 한지훈에게 진심을 다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녀는 시종일관 하나의 웃음거리였을 뿐이었다. 법원에서 이혼서류를 제출할 때, 한지훈은 초하은을 냉랭하게 무시하며 말했다. "무릎 꿇고 빌면,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도 있어!" 하지만 초하은은 대답 대신 담담하게 서명하고 냉씨 가문을 떠났다. 세 달 후. 초하은은 눈부시게 등장했다. 현재 그녀는 LX 배후의 총재였고,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비밀 디자이너였으며, 수백억의 자산과 광산을 소유한 사업가였다. 냉씨 가문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들의 재결합을 애걸하며 용서를 구했다. 초하은은 각계를 주름잡는 주 사장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들 냉씨 가문이 감히 나를 넘봐? 난 예전의 초하은이 아니야!"
한씨 가문과 초씨 가문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
시뻘건 불길이 하늘을 뒤덮었다.
남편 한지훈이 백채원을 품에 안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길 속에서 뛰쳐나왔지만, 남겨진 그녀는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병풍에 깔린 초하은은 움직일 힘조차 없었고, 눈물조차 메말랐다.
의식을 잃기 직전, 자욱한 연기 속에서 초하은은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위기일발의 순간,
누군가 그녀를 품에 안고 불길 속에서 뛰쳐나왔다.
힘차게 뛰는 심장 소리에 초하은은 낯선 안도감을 느꼈다.
치익.
갑자기 생살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뜨려고 했지만, 눈앞에는 숨 막히는 연기만 자욱할 뿐이었다.
무작정 뻗은 손가락에 끈적한 액체가 묻어났다. 남자는 순간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남자는 그녀가 자신의 몸을 더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귓가를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초하은은 얼굴을 데일 듯한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녀는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 애썼다.
그러나 흐릿한 시야 속에서 남자의 눈꼬리에 있는 요염한 점 하나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 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의식을 잃기 직전,
초하은은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도련님, 구급차가 왔습니다. 초씨 가문 분들도 모두 구급차에 탔으니 저희도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 팔에 입은 상처부터 치료하셔야 합니다.게다가 오늘은 하은 아가씨의 결혼식 날입니다.도련님께서 따라가시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
초하은은 병원 일반 병실에서 홀로 깨어났다.
창밖에는 밝은 달이 높게 떠 있었지만, 남편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병실은 차갑고 쓸쓸하기만 했다.
초하은은 갈비뼈가 부러졌고, 왼쪽 뺨에는 흉측한 찰과상이 났다. 의사는 상처를 조심해서 관리하지 않으면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의사가 다시 병실에 찾아왔다.
주위를 둘러본 의사가 초하은에게 물었다. "보호자분은 어디 계세요?"
초하은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한지훈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끝내 받지 않았다.
의사는 한숨을 쉬며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지금은 몸을 크게 움직이면 안 됩니다.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요. 정 안 되면 간호사에게 간병인을 구해달라고 하세요."
옆에 있던 간호사가 말했다. "어머, 혹시 결혼식장 화재 뉴스에 나왔던 그 신부님 아니세요? 남편분은 왜 같이 안 오셨어요?"
옆에 있던 수간호사가 그 말을 듣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젊은 간호사의 팔을 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층에 있어."
젊은 간호사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백채원 씨는 손만 살짝 다쳤다면서요!"
정작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초하은이었지만.
수간호사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위층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더군. 사람 팔자 제각각이라더니, 틀린 말 하나 없어."
그 순간,
병상에 앉아 있던 초하은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한 극심한 수치심에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녀는 벽을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고급 개인 병실로 향했다.
병실 문 앞에 선 그녀는,
10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가 의붓언니 백채원에게 조심스럽게 흰죽을 떠먹여 주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서로를 집어삼킬 듯 격렬한 불꽃이 튀었다.
원소민은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여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우리 채원이가 이런 고초를 겪는 걸까요?"
원소민이 '여보'라고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초하은의 친아버지, 초민호였다. 초민호는 원소민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진정해. 이건 그저 사고일 뿐이야."
"아빠! 이건 사고가 아니라 살인 미수예요! 언니가 아빠와 지훈 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한 내가 미워서 질투에 눈이 먼 거라고요! 그때 불길 속에 우리 둘만 있었는데, 언니가 날 밀었어요. 날 죽이려고 한 거란 말이에요!"
백채원은 말을 마치자마자 무너지듯 한지훈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원소민은 백채원의 손에 난 상처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 초민호의 품에 안겼다.
"여보, 채원이가 당신 친딸은 아니지만, 걘 당신만을 아빠로 생각하고 따랐어요. 그런데 이런 일로 죽을 뻔하다니! 내가 하은이를 위해 당신과 결혼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어떻게 하은이가 이럴 수 있어요! 걔는 대체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걸까요? 내 목숨이라도 내놓으라는 걸까요? 정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왜 죄 없는 우리 채원이를 해치려는 거냐고요!"
원소민이 하도 애끓는 목소리로 울어대서,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흉측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 백채원인 줄 알 정도였다.
병실 문 밖에 선 초하은은 백채원이 자신을 모함하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병실 안,
그녀에게 가장 가까운 두 남자는 다른 여자를 감싸고돌았다. 누구 하나 그녀를 위해 변명해 주는 이 없는 모습에 초하은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초하은은 상처를 부여잡은 채 힘겹게 병실을 찾아왔고, 다시 상처를 부여잡고 천천히 그곳을 떠났다.
친어머니를 잃은 딸은 아버지마저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꿉친구였던 남편의 마음속엔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 있었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저녁 무렵, 한지훈은 고급 도시락을 들고 느지막이 병실에 나타났다.
그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병실 문 앞에 서서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채, 초하은을 차갑게 내려다봤다.
초하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나 백채원 밀지 않았어. 채원이가 신혼 선물이 창고에 있다고 해서 같이 가지러 갔던 거야. 우리가 창고에 들어가자마자 불이 났고, 문은 밖에서 잠겼어."
한지훈의 표정은 시종일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초하은, 이제 와서 순진한 척하는 거, 재밌어?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채원이가 질투 나서 결혼식 날 해치려고 한 거잖아. 초하은, 네가 이렇게까지 악독한 여자인 줄은 몰랐다. "
제1화 고의 살인
19/01/2026
제2화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19/01/2026
제3화 제3장 잘못한 건 내가 아니야
19/01/2026
제4화 이혼
19/01/2026
제5화 한씨 가문의 더러운 돈,
19/01/2026
제6화 보스,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9/01/2026
제7화 언니, 이 고비만 넘기면 앞으로 탄탄대로만 걸을 수 있을 거야!
19/01/2026
제8화 공개된 영상
19/01/2026
제9화 그녀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어
19/01/2026
제10화 한지훈, 주세훈의 심기를 건드리다
19/01/2026
제11화 신비의 LX 총재
19/01/2026
제12화 초하은이 LX 회장님을 꼬셨나
19/01/2026
제13화 광대극
19/01/2026
제14화 천하의 웃음거리
19/01/2026
제15화 신분을 밝히다
19/01/2026
제16화 초하은의 화려한 복수
19/01/2026
제17화 뻔뻔한 얼굴
19/01/2026
제18화 초민호의 자신감
19/01/2026
제19화 한 번 사랑에 눈이 멀면, 평생 간다
19/01/2026
제20화 18층은 지옥이다
19/01/2026
제21화 뻔뻔함의 극치
19/01/2026
제22화 개한테 물렸다고 개를 물 수는 없지
19/01/2026
제23화 한 총괄님, 오지랖이 너무 넓으신 거 아닌가요
19/01/2026
제24화 백채원, 똑똑히 기억해. 이게 바로 교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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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아무도 내 딸의 행복을 막지 못해
19/01/2026
제26화 그녀는 정말 그 '병풍' 초하은인가
19/01/2026
제27화 초하은이 맞을까
19/01/2026
제28화 초하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가
19/01/2026
제29화 인간 세상의 승냥이와 이리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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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집을 통째로 옮기겠다고 (초하은의 집을 털러 온 초민호)
19/01/2026
제31화 나도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지
19/01/2026
제32화 그녀에게 집은 없었다
19/01/2026
제33화 대낮에 강도질이라도 하려는 건가
19/01/2026
제34화 데리고 온 딸, 이제 와서 나한테 잘 봐달라고 꿈도 야무지시네!초하은의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19/01/2026
제35화 백채원, 주세훈을 보다
19/01/2026
제36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19/01/2026
제37화 맞춤 가사도우미
19/01/2026
제38화 여보, 주세훈 씨가 괜찮은 것 같아
19/01/2026
제39화 주세훈의 짝으로는 차라리 초하은이 낫다
19/01/2026
제40화 백채원을 풀어줘
19/01/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