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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희는 약혼자와 우승하면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약혼자는 첫사랑을 위해 세 번이나 경기를 포기했다. 강서희는 주저없이 약혼자를 차버렸는데, 이행해야 하는 지랄 같은 약속이 남아 있었다. 만약 그 망할 놈이 강서희와 결혼하지 않으면, 강서희는 그 놈을 떠난 후 처음 만나는 남자와 결혼해야 했다. 더욱 불행한 것은, 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쓰레기통 옆에서 죽어가는 거지를 만났다는 것이다. 강서희가 이를 악물고 약속대로 거지와 결혼했다. 그러자 그 망할 놈은 강서희가 다시 그에게 돌아와 무릎을 꿇고 빌 것이라고 확신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여러 정체를 드러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세 명의 오빠와 함께 재벌 가문으로 돌아갔다. 그 망할 놈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신비한 투자자가 바로 강서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강서희의 남편이 왕실 호위대를 이끌고 그녀를 데리러 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강서희, 계약 시간이 끝났어. 내가 3년 동안 너의 보디가드로 지냈으니, 이제 네가 평생 나의 왕비가 될 차례야."
강서희는 연애 5주년 기념일을 또 혼자 보냈다.
원래 그녀는 약혼자 맹정수가 쉬는 틈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직접 준비한 선물을 건넬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서희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그의 답장은 건성인 태도와 짜증 섞인 불만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좀 유난 떨지 마. 기념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내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면 너랑 결혼하겠다고 했잖아. 올해는 내 선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니까 훈련장에 와서 방해하지 마. 철 좀 들어.]
맹정수는 아이스하키계의 천재 공격수이자 국가대표팀의 기둥이다.
경기장에서 그는 누구도 막아 설 수 없는 최우수 선수였다.
하지만 강서희의 앞에서는 10분도 시간을 내주지 않는 약혼자였다.
강서희는 손수 준비한 선물을 바라보며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이 번졌다.
맹정수의 코치가 그가 시합 준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기에, 그녀는 모든 서운함을 참고 선물과 도시락을 경비원에게 맡긴 후 돌아가기로 했다. 더 이상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때, 휴대폰에 속보 알림 하나가 떴다.
<속보! 천재 선수 맹정수, 사랑을 위해 시합을 포기하다!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 후보 물거품!>
강서희는 깜짝 놀라 떨리는 손으로 속보를 클릭했다.
영상 속에서 훈련 때문에 한시도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말했던 남자가 영광을 상징하는 6번 유니폼을 입고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훈련장을 뛰쳐나왔다.
그는 몰려든 기자들을 밀치고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서 맹정수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그 사람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사람은 여러분보다 저를 더 필요로 합니다!"
강서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손끝이 차갑게 떨렸다.
그 여자는 기은월이었다. 맹정수의 소꿉친구이자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첫사랑이었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맹정수는 매년 시합에서 고배를 마셨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기은월이 얽혀 있었다.
첫해에는 해외에 있던 기은월이 감기에 걸렸다는 말 한마디에 맹정수는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약을 건네 주느라 결승전 선수 등록 시간을 놓쳤다.
두 번째 해에는 기은월이 유성을 보고 싶다고 하자 맹정수는 그녀와 함께 암벽등반을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 시합에 참가하지 못했다.
세 번째 해에는 기은월이 남자친구와 다투자 맹정수는 그녀를 대신해 싸움을 벌이다가 구금되어 6개월 동안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는 네 번째 해였다. 강서희는 이번만큼은 그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자신에게 청혼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가 시합을 포기하고 다른 여자와 훈련장 밖에서 껴안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저택의 대문이 열리고 맹정수가 온몸에 한기를 잔뜩 뒤집어쓴 채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손에는 식재료를 가득 담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기은월은 그의 팔짱을 꼭 끼고 눈시울이 빨개진 채 겁먹은 토끼 같았다.
그녀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수 오빠, 내가 여기서 지내면 서희 언니가 싫어하지 않을까?"
맹정수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운 듯 더욱 단단히 품에 끌어안고 강서희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내 마음속에 넌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야. 이곳은 이제 네 집이니까 아무도 널 쫓아낼 자격이 없어."
강서희는 두 사람이 나란히 저택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지만,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기은월이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면, 약혼자인 자신은 맹정수에게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맹정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고 식료품 봉투를 내려놓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명령했다.
"강서희, 은월이가 양고기랑 해산물에 알레르기가 있으니 둘 다 피하고 담백한 음식 위주로 만들어. 그리고 지금 당장 주방에 가서 따뜻한 국부터 끓여. 날씨가 너무 추워서 은월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이야. 얼른 국이라도 마셔서 몸을 녹여야 해."
강서희는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과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어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가슴이 너무 아픈 나머지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려 5년을 기다렸다. 크고 작은 일 하나 빠짐없이 그의 곁에서 챙겨 온 대가가, 결국 이런 결과란 말인가?
강서희는 갈라진 목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챘다. "맹정수, 정말 기은월 때문에 시합을 포기할 생각이야?"
기은월의 짐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려던 맹정수는 그녀의 말에 자리에 멈춰 서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그는 강서희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은월이가 이혼 때문에 우울증이 재발해서 아침에 자살하려 했어. 내가 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시체가 되었을 거야!"
강서희, 너 어떻게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을 수 있어? 우승 트로피는 내년에 또 딸 수 있지만, 사람 목숨은 하나뿐이야!"
"내년이라고?"
강서희는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똑같은 말을 했잖아. 맹정수, 우승하면 결혼하자는 약속은 결국 영원히 지킬 수 없는 빈말인 거지?"
"그만해!"
맹정수는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질렀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서려 있었다.
"내 아내라는 명분이 그렇게 중요해? 꼭 지금 이 순간에 나를 몰아붙여야겠어?"
강서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맹정수의 면전에서 3년 동안 중지에 끼고 있던 반지를 천천히 빼냈다.
그녀가 반지를 차가운 대리석 탁자에 아무렇게나 던지자 반지는 몇 번 구르더니 맹정수의 발밑에 멈춰 섰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맹정수는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맹정수, 네 말이 맞아. 우승보다 목숨이 더 중요해."
강서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더 이상 사랑이 남아있지 않았고, 죽은 듯이 고요하기만 했다. "그러니까 나도 더는 내 인생을 너한테 허비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그녀는 현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녀의 뒷모습은 단호하기만 했다.
"강서희! 이제 좀 그만해!"
맹정수는 그녀의 뒤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 문을 나서면, 다시는 돌아올 생각 하지 마!"
그러나 강서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바람에 흩날렸다.
"걱정하지 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스피드 결혼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hammer blossom
현대
제1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09/09/2028
제2화 나와 결혼해 줘
오늘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