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생명을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Buried Compass

현대 | 3  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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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감정은 결국 계획된 계략 하나를 이기지 못했다. 소지은이 시한부 선고를 받아 삶이 1년밖에 남지 않았을 때, 남편 진태하는 그녀가 4년간 후원해 온 학생과 바람을 피우며 이혼을 요구했다. "지은아, 그 아이도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어. 다 나 때문이야. 마지막 1년은 나하고 같이 있고 싶대. 넌 모든 걸 가졌잖아. 이번 한 번만 그 아이에게 양보해 줘." 이 기막힌 우연 앞에서 소지은은 말없이 진단서를 집어넣었고 마음은 이미 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미련 없이 이혼 서류에 서명했다. 그리고는 부모님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과학계로 돌아가, 실력만으로 다시 업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진태하는 1년 뒤면 재결합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그녀가 그날을 기다려 주지 않는 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신약 임상시험대 위에서, 그녀는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진태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는 땅에 무릎 꿇고 오열하며 참회했다. "지은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날 좀 봐줘!" 하지만 소지은은 죽는 그 순간까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생명을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제1화 이혼에 동의해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소지은은 몸을 떨며 침대 가장자리에 기운 없이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밀려온 현기증에 아직 정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그녀의 작은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창백해지며 핏끼가 가셨다.

정사 후의 허탈감이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이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베개 밑에 숨겨둔 질병 진단서 한 장을 몰래 꽉 쥐었다.

"1년 남았습니다."

의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잔인할 정도로 평온한 목소리였다.

등 뒤의 남자는 몸을 빼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입었다. 다시 침대 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또다시 고귀하고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으로 돌아와 온몸에서 권력자 특유의 여유를 풍기고 있었다.

소지은은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다 막 입을 열려고 했다.

"우리 이혼해."

남자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 퍼졌다. 조금의 동요도 없이 평온한 말투였다.

"뭐라고?" 소지은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고개를 들어 멍하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태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짙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 안에는 정사를 나눌 때의 온기는 반 푼어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오직 거리감과 냉담함만이 가득해 소지은의 마음을 차갑게 식어 내리게 했다.

"다솜이가 불치병에 걸렸어.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어. 유일한 소원이 나와 함께 있는 거래."

그는 잠시 목소리를 멈추더니 말했다. "난 이미 그러겠다고 약속했어."

침실은 숨 막힐 듯한 적막에 휩싸였고, 어둑한 빛과 그림자가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기며 점점 더 멀어지게 했다.

소지은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

불치병.

얼마나 공교로운가, 그녀 역시 똑같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오늘 밤 이 사실을 그에게 말하려고 했다. 심지어 진태하가 그녀의 병 때문에 그녀를 조금 더 안쓰러워하며 더 사랑해 주지 않을까 하는 유치한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남편이 죽어가는 다른 여자를 위해 자신과 이혼하려 한다는 말을 먼저 듣게 되었다.

"그럼 나는?" 소지은은 떨리는 목소리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쉰 소리로 물었다. "진태하, 그럼 난 어떡하라고?"

남자는 미간을 더욱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 아이의 유언을 들어주는 거잖아. 1년 뒤에 우리가 다시 재결합하면 돼, 넌 아무런 손해도 없어."

"지은아, 넌 이미 모든 걸 가졌잖아. 명분, 재산, 그리고 나까지. 이번 한 번만 네가 그 아이에게 양보해."

한 글자 한 글자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찔렀다.

소지은은 진태하가 말하는 다솜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송다솜, 그녀의 제자이자 그녀가 4년 동안 후원했던 가난한 대학생이다. 작고 하얀 꽃처럼 가냘프지만 의학 연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그녀는 그 재능이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재학 기간 내내 그녀를 각별히 챙겼을 뿐만 아니라, 인턴 기간에는 직접 진태하의 회사로 보내 경험을 쌓게 해주었다. 진태하를 위해 인재를 영입해 준 셈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송다솜이 그의 입에서 그녀가 결혼 생활까지 내어주며 양보해야 할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지은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파 가슴을 오르내리며, 입술을 꽉 깨물고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지난달 송다솜이 개인 메시지로 진태하와 출장 갔을 때 찍은 다정한 사진을 일부러 자랑하듯 보냈던 것을 떠올렸다. 혈색이 도는 얼굴엔 아픈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캐물었다.

"송다솜이 불치병에 걸린 거 확실해? 혹시.. ."

"소지은!"

남자의 주변 기류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혼하기 싫다고 악의적으로 그 아이를 헐뜯지는 마. 다솜이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일 뿐이야. 누가 자기 목숨을 가지고 그런 장난을 치겠어."

분위기가 얼어붙으며 음울하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남자의 불쾌함이 눈빛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내가 이미 너한테 확실하게 말했어. 억지 부리면서 악독하게 남을 의심하지 마."

'내가... 악독하다고?'

소지은은 지척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8년 동안 사랑했던 이 얼굴이 지금은 너무나 낯설고 차가웠다.

5년의 연애,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녀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지극 정성으로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그의 특효약 연구를 돕다가 감염되어 불치병에 걸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소지은은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고, 마음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좋아, 이혼하는 거 동의할게. 이혼 합의서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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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감정은 결국 계획된 계략 하나를 이기지 못했다. 소지은이 시한부 선고를 받아 삶이 1년밖에 남지 않았을 때, 남편 진태하는 그녀가 4년간 후원해 온 학생과 바람을 피우며 이혼을 요구했다. "지은아, 그 아이도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어. 다 나 때문이야. 마지막 1년은 나하고 같이 있고 싶대. 넌 모든 걸 가졌잖아. 이번 한 번만 그 아이에게 양보해 줘." 이 기막힌 우연 앞에서 소지은은 말없이 진단서를 집어넣었고 마음은 이미 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미련 없이 이혼 서류에 서명했다. 그리고는 부모님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과학계로 돌아가, 실력만으로 다시 업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진태하는 1년 뒤면 재결합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그녀가 그날을 기다려 주지 않는 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신약 임상시험대 위에서, 그녀는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진태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는 땅에 무릎 꿇고 오열하며 참회했다. "지은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날 좀 봐줘!" 하지만 소지은은 죽는 그 순간까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1

제1화 이혼에 동의해

28/09/2026

2

제2화 그가 싫어하는 색을 입었다

30/09/2026

3

제3화 제3장 이제부터는 남남

30/09/2026

4

제4화 그들의 소란과 그녀의 고독

30/09/2026

5

제5화 기어코 그녀를 짓밟다

30/09/2026

6

제6화 피투성이가 되도록 찔리다

30/09/2026

7

제7화 제7장 차단

30/09/2026

8

제8화 그녀의 밀당

30/09/2026

9

제9화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30/09/2026

10

제10화 걔한테 양보 좀 해주면 어때서

30/09/2026

11

제11화 제11장 선생님이 참 악독하네

30/09/2026

12

제12화 그녀가 계속 억지 부리게 두지 않을 것이다

30/09/2026

13

제13화 그럼 공평하게 경쟁하죠

30/09/2026

14

제14화 제14장 일주일도 안 가서 넌 죽어

30/09/2026

15

제15화 왜 입원한 걸까

30/09/2026

16

제16화 제16장 상간녀

30/09/2026

17

제17화 제17장 그녀가 언제부터 이렇게 대단했지

30/09/2026

18

제18화 누구를 부축할 것 같아

30/09/2026

19

제19화 위독 통지서

30/09/2026

20

제20화 안 오면 후회하지 마

30/09/2026

21

제21화 네 속마음, 내가 모를 줄 알아

30/09/2026

22

제22화 돌아가

30/09/2026

23

제23화 제23장 2차 심사

30/09/2026

24

제24화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30/09/2026

25

제25화 CCTV 확인

30/09/2026

26

제26화 이 프로젝트는 포기해

30/09/2026

27

제27화 제27장 부모님의 유품으로 협박하다

30/09/2026

28

제28화 제28장 택배

30/09/2026

29

제29화 제29장 버렸어

30/09/2026

30

제30화 제30장 이 세상에 까닭 없는 사랑은 없다

30/09/2026

31

제31화 그녀가 변했다

30/09/2026

32

제32화 너 정말 악독하네

30/09/2026

33

제33화 너 정말 조금도 신경 안 쓰여

30/09/2026

34

제34화 저를 미워하신다면, 지금 당장 갈게요

30/09/2026

35

제35화 내 앞에서 존재감 드러내지 마

30/09/2026

36

제36화 제36장 정말 배은망덕하네

30/09/2026

37

제37화 그는 진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나를 돕기로 했다

30/09/2026

38

제38화 내가 가서 그들에게 따질 거야

30/09/2026

39

제39화 이번이 마지막이다

30/09/2026

40

제40화 제40장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30/09/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