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쓰라린 청산

아내의 쓰라린 청산

G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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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남편, 강태준은 서울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금 같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완벽한 결혼은 거짓이었다. 남편은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누구든 죽게 될 거라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시아버지께서 후계자를 요구하셨을 때, 태준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대리모였다. 그가 선택한 여자, 윤아라는 나보다 젊고 생기 넘치는,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여자였다. 갑자기 태준은 늘 바빠졌다. ‘힘든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는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였다. 그는 내 생일을 놓쳤고,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잊었다. 나는 그를 믿으려 애썼다. 어느 파티에서 그의 목소리를 엿듣기 전까지는. 그는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사랑은 ‘깊은 유대감’이지만, 아라와의 관계는 ‘불꽃’같고 ‘짜릿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아라와 이탈리아 꼬모 호수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에 가자고 내게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에서. 그는 그녀에게 결혼식과 가족, 그리고 삶을 통째로 선물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유전병이라는 거짓말을 방패 삼아 내게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배신감은 너무나 완전해서, 마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날 밤,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나는 다정한 아내를 연기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동안, 내가 이미 나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방금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사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에.

제1화

나와 내 남편, 강태준은 서울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금 같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완벽한 결혼은 거짓이었다. 남편은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누구든 죽게 될 거라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시아버지께서 후계자를 요구하셨을 때, 태준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대리모였다.

그가 선택한 여자, 윤아라는 나보다 젊고 생기 넘치는,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여자였다. 갑자기 태준은 늘 바빠졌다. ‘힘든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는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였다. 그는 내 생일을 놓쳤고,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잊었다.

나는 그를 믿으려 애썼다. 어느 파티에서 그의 목소리를 엿듣기 전까지는. 그는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사랑은 ‘깊은 유대감’이지만, 아라와의 관계는 ‘불꽃’같고 ‘짜릿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아라와 이탈리아 꼬모 호수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에 가자고 내게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에서.

그는 그녀에게 결혼식과 가족, 그리고 삶을 통째로 선물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유전병이라는 거짓말을 방패 삼아 내게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배신감은 너무나 완전해서, 마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날 밤,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나는 다정한 아내를 연기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동안, 내가 이미 나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방금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사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에.

제1화

서혜진과 강태준. 서울의 사교계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커플이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있었다. 서울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는 이름값, 그리고 명문 사립고 시절부터 시작된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까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미니멀리즘과 예술 작품으로 가득 찬 그들의 집, 그 닫힌 문 뒤에는 텅 빈 공허함과 침묵만이 존재했다. 아이가 없었다.

혜진이 노력을 안 한 것이 아니었다. 태준이 거부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희귀한 유전병, 그는 그렇게 불렀다. 그가 몸에 지니고 있다는 시한폭탄.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임신을 사형 선고로 만들어버리는 저주.

“당신을 잃을 수는 없어, 혜진아.”

그는 목이 멘 목소리로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하곤 했다.

“절대로.”

몇 년 동안, 혜진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가족을 갖고 싶다는 깊은 열망을 희생할 만큼 그를 사랑했다. 그녀는 모성애를 아트 큐레이터라는 자신의 일에 쏟아부었다.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키워내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최후통첩이 떨어졌다.

태강 그룹의 막강한 총수인 태준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와 오래된 돈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 침대에서, 그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후계자가 필요하다, 태준아. 강씨 가문의 대는 너에게서 끝나선 안 돼. 해내지 못하면, 회사는 네 사촌에게 넘어갈 거다.”

그 압박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날 밤, 태준은 혜진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들고 왔다.

“대리모.”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오랫동안 희망을 포기했던 혜진의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타올랐다.

“대리모? 정말?”

“응. 철저히 의학적인 절차로 진행될 거야. 우리의 배아, 그녀의 자궁. 중요한 건 당신이 모든 면에서 엄마라는 사실이야. 당신에게 닥칠 위험만 피하는 거지.”

그는 모든 것을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장담했다. 일주일 후, 그는 윤아라라는 여자를 소개했다.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불안할 정도의 닮은꼴이었다. 아라는 혜진과 같은 검고 물결치는 머리카락, 비슷한 높은 광대뼈, 그리고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혜진보다 십 년은 젊어 보였고, 그녀의 세련된 우아함과는 대조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완벽하지, 안 그래?”

태준이 이상한 빛을 띤 눈으로 말했다.

“업체에서 프로필이 아주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

아라는 조용하고 소심해 보였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의 아파트가 주는 위압감과 그들 자체에 압도된 듯했다.

“이건 순전히 비즈니스 관계야, 혜진아.”

그날 밤, 태준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그 여자는 그냥 그릇이야.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부모는 당신과 나, 우리야. 이건 우리를 위한 거야.”

혜진은 반평생을 사랑해온 남편을 바라보며,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것이 그녀가 꿈에 그리던 가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은 거의 즉시 시작되었다.

‘시험관 시술’ 때문에 태준은 병원에 있어야 했다. 그는 저녁 식사에 빠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저녁 내내 자리를 비웠다.

“그냥 아라 씨 좀 챙겨주는 거야.”

그는 밤늦게까지 문자를 보내며 말했다.

“호르몬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하대. 의사들이 대리모가 안정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혜진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음식을 만들어 태준 편에 보냈다. 아라를 위해 부드러운 담요와 편안한 옷을 사주며, 이 차가운 계약 관계의 간극을 메우려 애썼다.

그녀의 생일이 다가왔다. 태준은 단둘이 제주도에서 주말을 보내자고 약속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약속을 취소했다.

“아라 씨가 약물에 부작용을 보이고 있어.”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내가 여기 있어야 해. 정말 미안해, 혜진아. 꼭 보상할게.”

그녀는 혼자 생일을 보냈다. 빵집에서 사 온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며, 펜트하우스의 정적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결혼기념일은 더 최악이었다. 그는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을 뿐이다.

‘병원에 급한 일 생겼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혜진은 친구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그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 아기를 위해서야. 스트레스가 많은 과정이잖아. 그 사람도 나만큼이나 간절한 거야.’ 그녀는 완벽했던 삶의 가장자리를 해지게 만드는 진실을 외면하며, 그 설명들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은 비가 차갑게 내리던 어느 화요일이었다. 신호를 위반한 택시가 그녀의 차 옆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충격은 폭력적이었고, 온몸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어지럽고 떨렸다. 그녀의 첫 번째 본능은 태준에게 전화하는 것이었다.

전화는 계속 울리다가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태준 씨, 나 사고 났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괜찮은 것 같아, 근데 차가 완전히 망가졌어. 혹시… 와줄 수 있어?”

그녀는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두 시간. 친절한 경찰관이 견인차를 부르는 것을 도와주고, 검사를 받도록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다주었다. 팔은 삐었고, 몸은 시퍼렇게 피어나는 멍들로 뒤덮였다.

그녀는 차갑고 소독약 냄새 나는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손에 쥔 전화기는 조용했다. 다시 전화했다. 음성 사서함. 또다시. 음성 사서함.

결국 그녀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팔의 둔한 통증은 가슴속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파트는 어둡고 텅 비어 있었다. 불을 켜자 커피 테이블 위에 반쯤 비워진 와인잔이 보였다. 잔 가장자리에는 희미한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색이 아니었다.

그녀는 합리화하려 애썼다. 그의 친구가 들렀을 수도 있다. 회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심어진 의심의 씨앗은 이제 가시 돋친 덩굴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휘감고 있었다.

그 주 후반, 태준은 강남의 한 프라이빗 클럽에서 사업 파트너와 친구들을 위한 작은 모임을 주최했다. 삔 팔과 희미해져 가는 멍들을 안고 있는 혜진은 떨쳐낼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갤러리 미팅 때문에 늦게 도착한 그녀는 프라이빗 룸으로 다가갔다. 낮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들어가려고 문밖에서 잠시 멈췄다.

바로 그때,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명확하고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진짜야,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태준이 말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그녀가 몇 년 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혜진이랑은… 깊은 사랑, 영혼의 교감 같은 거지. 근데 아라랑은… 불꽃이야. 짜릿하다고.”

혜진은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을 허공에 멈춘 채 얼어붙었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의 친구 중 한 명인 민혁이 망설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짜 이게 좋은 생각이라고 확신해, 태준아? 둘 다 만나는 거? 언젠가 크게 터질 일이야.”

“안 터져.”

태준의 목소리는 혜진의 속을 뒤집어 놓는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혜진이는 아기를 갖게 될 거고, 행복해할 거야. 그리고 내겐 아라가 있겠지. 난 두 사람 모두에게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어.”

혜진은 발밑의 바닥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벽에 기댔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달아오르는 피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리고 마지막, 치명적인 일격이 날아왔다.

“아기가 태어나면 유럽에서 아라를 위한 결혼식을 계획 중이야.”

태준은 공모자처럼 목소리를 낮추며 고백했다.

“비밀 결혼식. 우리랑 아라 친구 몇 명만. 이미 꼬모 호수에 있는 빌라에 계약금도 걸었어. 수십억짜리. 그럴 자격이 있어. 아라는 모든 걸 가질 자격이 있는 여자야.”

그가 15주년 결혼기념일에 혜진을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였다.

메스꺼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복도에 있던 장식용 화병을 넘어뜨렸다. 화병은 대리석 바닥 위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의 굉음을 내며 산산조각 났다.

안에서의 대화가 멈췄다. 문이 벌컥 열리고, 태준이 서 있었다. 그녀를 본 그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졌다.

“혜진아! 여기서 뭐 해?”

그의 친구들이 그의 주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동정과 경악이 뒤섞여 있었다.

혜진은 몸을 바로 세웠다. 충격은 그녀가 가진 줄도 몰랐던 얼음 같은 평정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대리모와 비밀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방금 도착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태준의 친구들은 주식 시장에 대해 크고 부자연스러운 대화를 시작하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태준은 그녀 곁으로 달려와 팔을 잡았다.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그의 손길이 낙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팔을 뿌리쳤다.

“그냥 피곤해서.”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말했다.

“힘든 하루였어.”

그녀는 그의 너머,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오늘 밤 아라 씨도 왔어?”

그 질문은 시험이었다. 한 조각의 정직함이라도 바라는 마지막, 절박한 애원이었다.

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라? 당연히 아니지. 그 여자가 왜 여기 있겠어? 그냥 대리모일 뿐이야, 혜진아. 도구라고. 기억하지?”

그는 ‘도구’라는 단어를 너무나 경멸적으로, 쉽게 내뱉어서 그녀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이것이 그의 사랑이었다. 이것이 그의 불꽃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도구.”

그녀는 그의 친구들의 충격받은 얼굴이나 그의 광적인 걱정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몸이 안 좋아서.”

그녀는 어깨너머로 말했다.

“집에 가봐야겠어.”

그녀는 클럽을 걸어 나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침착하고 단호했다. 얼음 같은 평정심이 혈관을 타고 퍼져나가며 고통을 얼리고, 그것을 단단하고 날카로운 무언가로 바꾸고 있었다.

청담동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태준이 뒷좌석에 두고 간 태블릿 화면이 켜졌다. 아라에게서 온 문자였다.

‘방금 도착했어, 자기야. 스위트룸 장난 아니다. 자기가 빨리 와서 이 옷 좀 벗겨줬으면 좋겠네. 쇼핑 진짜 미쳤어… 나한테 이렇게나 많이 쓴 거야?’

태준은 이틀간 부산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었다.

혜진은 메시지를 쏘아보았다.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눈물 너머로 글자들이 흐릿하게 번졌다. 그는 부산에 없었다. 그는 아라에게 가고 있었다.

그녀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택시 기사에게 다른 주소를 말했다. 강남에 있는 세련되고 눈에 띄지 않는 오피스 빌딩. 문에 붙은 간판은 간단했다. ‘블랙쉴드 컨설팅.’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확고한 결심을 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알던 인생은 끝났다. 이제 그것을 지워버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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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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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던 날. 약혼자였던 강태준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약속하면서. 7년 전, 그는 내 부모님과 함께 내게 애원했다. 입양된 동생, 최세희가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써 달라고. 세희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 그들은 세희가 너무 연약해서 교도소 생활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내게 선고된 7년은 그저 작은 희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청담동의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태준의 전화가 울렸다. 세희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웅장한 현관에 나를 혼자 내버려 둔 채, 그녀에게 달려갔다. 곧이어 집사가 다가와 내가 3층의 먼지 쌓인 창고 방에 머물러야 한다고 통보했다. 부모님의 명령이었다. 세희가 돌아왔을 때, 내 존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제나 세희가 우선이었다. 그 애 때문에 내 대학 장학금도 빼앗겼고, 그 애 때문에 내 인생의 7년도 잃었다. 나는 그들의 친딸이었지만, 그저 쓰고 버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날 밤, 비좁은 방에 홀로 누워 있을 때였다. 교도관 한 분이 몰래 쥐여준 싸구려 대포폰이 진동했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8년 전, 내가 지원했던 기밀 직책에 대한 채용 제안이었다. 새로운 신분과 즉각적인 해외 이주 패키지가 포함된 조건. 탈출구였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답장을 입력했다. “수락하겠습니다.”

그들이 망가뜨린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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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과 아들은 병적으로 나에게 집착했다. 끊임없이 다른 여자, 윤세라에게 관심을 쏟아부으며 내 사랑을 시험했다. 나의 질투와 비참함이, 그들에게는 나에 대한 헌신의 증거였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다.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 음악을 작곡했던 내 손이, 그 사고로 처참하게 으스러졌다. 하지만 남편 강태준과 아들 강시우는 윤세라의 가벼운 머리 부상을 먼저 챙겼고, 내 인생은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내가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고, 질투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조각상처럼, 평온한 가면을 쓴 얼굴로 침묵했다. 나의 침묵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잔인한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성대하게 열린 윤세라의 생일 파티에서, 나는 외딴 구석에 앉아 그들을 지켜봤다. 심지어 강태준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금 목걸이를 내 목에서 거칠게 뜯어내 윤세라에게 주었고, 그녀는 보란 듯이 그 목걸이를 구두굽으로 짓밟아 뭉갰다.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새장이었다. 나의 고통은 그들의 오락거리였고, 나의 희생은 그들의 트로피였다. 차가운 병원 침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며, 내가 수년간 키워온 사랑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시들어 재가 되었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만 남았다. 이제 끝이었다. 나는 그들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파멸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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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함께 도착한 다섯 장의 사진은 말 대신 잔혹한 진실을 들이밀고 있었다. 엉켜 있는 속옷, 꼭 맞잡은 두 손, 구겨진 침대 시트를 움켜쥔 주먹, 그리고 욕실 거울에 비친 흐릿한 실루엣까지 하나하나가 도발이자 조롱이었다. 로나에게 이런 식의 상처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진실을 알아챘다. 다른 여자의 손목을 꾹 움켜쥔 그 큼지막한 손의 주인공이 바로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다렌이라는 것을. 로라의 시선이 사진의 날짜에 멎었다. 두 사람의 연애 3주년 기념일과 정확히 겹쳤다. 그날, 로나는 병원으로부터 다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긴급 전화를 받았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연달아 빨간 신호등 세 개를 무시하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것은 온몸이 피로 물든 비서 클로이를 안은 채 응급실로 뛰어드는 다렌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사라졌고, 9일만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문에 따르면, 그 여자는 다렌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고 기억을 잃었으며, 그 일로 다렌에게 병적인 의존을 보인다고 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다렌은 클로이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모든 따뜻함과 시간을 전부 그녀에게 쏟아 부었다. 로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창을 닫았다. 그리고 줄곧 그녀를 재촉해온 어머니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가족이 주선한 결혼,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떠나기 전, 로나는 다렌을 위해 세 가지 선물을 준비해두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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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vin
5.0

최고급 주한 예술원 갈라 파티. 장학생 바이올리니스트인 나, 서아영은 드디어 이곳에 속한 기분이었다. 특히 내 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키고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사 남자친구 강태준 덕분에. 하지만 기부자들의 이름이 떠야 할 거대한 스크린이 깜빡이며 살아났다. 그리고 그 위로, 지극히 사적인 내 침실 영상이 재생되었다. 대한민국 상류층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의 가장 깊은 치욕이 공개적인 소비거리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경악의 숨소리가 잔인한 속삭임과 조롱 섞인 웃음으로 변해갈 때,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나의 닻이라 믿었던 강태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를 발견했다. 내 의붓자매 한세라와 함께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우리의 관계 전체가 나를 파멸시키기 위한 ‘재미있는 심심풀이’였다고 인정하는 그의 모습을.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짐승처럼 끌려간 나는, 그의 친구들에게 어두운 골목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고문을 견뎌야 했다. 고춧물이 목구멍을 태웠고, 터지는 플래시가 내 공포를 담아냈으며, 시뻘겋게 달궈진 인두가 어깨에 낙인을 찍었다. 이 모든 것은 대중의 오락거리였고, 강태준이 허락한 일이었다. 그는 나중에 소름 끼치게도, 납치범들에게 나를 ‘처리해 버리라’고 지시했다. 한때 나를 지지해 주던 그 남자는 어째서 이토록 괴물 같은 잔인함을 계획했을까. 나를 망가뜨리고 낙인을 찍은 것도 모자라, 나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를 바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뒤틀린 복수심을 부추긴 어두운 비밀은 무엇이며, 나는 과연 그의 무서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뼛속까지 파고드는 이 배신은 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는 단지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세상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사라져 주리라. 그가 만들어낸 폐허에 등을 돌리고, 나 서아영이 마침내 자유로워질 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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