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쓰라린 청산

아내의 쓰라린 청산

G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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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남편, 강태준은 서울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금 같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완벽한 결혼은 거짓이었다. 남편은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누구든 죽게 될 거라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시아버지께서 후계자를 요구하셨을 때, 태준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대리모였다. 그가 선택한 여자, 윤아라는 나보다 젊고 생기 넘치는,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여자였다. 갑자기 태준은 늘 바빠졌다. ‘힘든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는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였다. 그는 내 생일을 놓쳤고,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잊었다. 나는 그를 믿으려 애썼다. 어느 파티에서 그의 목소리를 엿듣기 전까지는. 그는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사랑은 ‘깊은 유대감’이지만, 아라와의 관계는 ‘불꽃’같고 ‘짜릿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아라와 이탈리아 꼬모 호수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에 가자고 내게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에서. 그는 그녀에게 결혼식과 가족, 그리고 삶을 통째로 선물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유전병이라는 거짓말을 방패 삼아 내게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배신감은 너무나 완전해서, 마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날 밤,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나는 다정한 아내를 연기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동안, 내가 이미 나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방금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사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에.

제1화

나와 내 남편, 강태준은 서울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금 같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완벽한 결혼은 거짓이었다. 남편은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누구든 죽게 될 거라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시아버지께서 후계자를 요구하셨을 때, 태준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대리모였다.

그가 선택한 여자, 윤아라는 나보다 젊고 생기 넘치는,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여자였다. 갑자기 태준은 늘 바빠졌다. ‘힘든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는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였다. 그는 내 생일을 놓쳤고,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잊었다.

나는 그를 믿으려 애썼다. 어느 파티에서 그의 목소리를 엿듣기 전까지는. 그는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사랑은 ‘깊은 유대감’이지만, 아라와의 관계는 ‘불꽃’같고 ‘짜릿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아라와 이탈리아 꼬모 호수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에 가자고 내게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에서.

그는 그녀에게 결혼식과 가족, 그리고 삶을 통째로 선물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유전병이라는 거짓말을 방패 삼아 내게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배신감은 너무나 완전해서, 마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날 밤,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나는 다정한 아내를 연기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동안, 내가 이미 나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방금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사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에.

제1화

서혜진과 강태준. 서울의 사교계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커플이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있었다. 서울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는 이름값, 그리고 명문 사립고 시절부터 시작된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까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미니멀리즘과 예술 작품으로 가득 찬 그들의 집, 그 닫힌 문 뒤에는 텅 빈 공허함과 침묵만이 존재했다. 아이가 없었다.

혜진이 노력을 안 한 것이 아니었다. 태준이 거부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희귀한 유전병, 그는 그렇게 불렀다. 그가 몸에 지니고 있다는 시한폭탄.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임신을 사형 선고로 만들어버리는 저주.

“당신을 잃을 수는 없어, 혜진아.”

그는 목이 멘 목소리로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하곤 했다.

“절대로.”

몇 년 동안, 혜진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가족을 갖고 싶다는 깊은 열망을 희생할 만큼 그를 사랑했다. 그녀는 모성애를 아트 큐레이터라는 자신의 일에 쏟아부었다.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키워내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최후통첩이 떨어졌다.

태강 그룹의 막강한 총수인 태준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와 오래된 돈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 침대에서, 그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후계자가 필요하다, 태준아. 강씨 가문의 대는 너에게서 끝나선 안 돼. 해내지 못하면, 회사는 네 사촌에게 넘어갈 거다.”

그 압박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날 밤, 태준은 혜진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들고 왔다.

“대리모.”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오랫동안 희망을 포기했던 혜진의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타올랐다.

“대리모? 정말?”

“응. 철저히 의학적인 절차로 진행될 거야. 우리의 배아, 그녀의 자궁. 중요한 건 당신이 모든 면에서 엄마라는 사실이야. 당신에게 닥칠 위험만 피하는 거지.”

그는 모든 것을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장담했다. 일주일 후, 그는 윤아라라는 여자를 소개했다.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불안할 정도의 닮은꼴이었다. 아라는 혜진과 같은 검고 물결치는 머리카락, 비슷한 높은 광대뼈, 그리고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혜진보다 십 년은 젊어 보였고, 그녀의 세련된 우아함과는 대조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완벽하지, 안 그래?”

태준이 이상한 빛을 띤 눈으로 말했다.

“업체에서 프로필이 아주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

아라는 조용하고 소심해 보였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의 아파트가 주는 위압감과 그들 자체에 압도된 듯했다.

“이건 순전히 비즈니스 관계야, 혜진아.”

그날 밤, 태준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그 여자는 그냥 그릇이야.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부모는 당신과 나, 우리야. 이건 우리를 위한 거야.”

혜진은 반평생을 사랑해온 남편을 바라보며,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것이 그녀가 꿈에 그리던 가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은 거의 즉시 시작되었다.

‘시험관 시술’ 때문에 태준은 병원에 있어야 했다. 그는 저녁 식사에 빠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저녁 내내 자리를 비웠다.

“그냥 아라 씨 좀 챙겨주는 거야.”

그는 밤늦게까지 문자를 보내며 말했다.

“호르몬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하대. 의사들이 대리모가 안정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혜진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음식을 만들어 태준 편에 보냈다. 아라를 위해 부드러운 담요와 편안한 옷을 사주며, 이 차가운 계약 관계의 간극을 메우려 애썼다.

그녀의 생일이 다가왔다. 태준은 단둘이 제주도에서 주말을 보내자고 약속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약속을 취소했다.

“아라 씨가 약물에 부작용을 보이고 있어.”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내가 여기 있어야 해. 정말 미안해, 혜진아. 꼭 보상할게.”

그녀는 혼자 생일을 보냈다. 빵집에서 사 온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며, 펜트하우스의 정적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결혼기념일은 더 최악이었다. 그는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을 뿐이다.

‘병원에 급한 일 생겼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혜진은 친구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그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 아기를 위해서야. 스트레스가 많은 과정이잖아. 그 사람도 나만큼이나 간절한 거야.’ 그녀는 완벽했던 삶의 가장자리를 해지게 만드는 진실을 외면하며, 그 설명들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은 비가 차갑게 내리던 어느 화요일이었다. 신호를 위반한 택시가 그녀의 차 옆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충격은 폭력적이었고, 온몸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어지럽고 떨렸다. 그녀의 첫 번째 본능은 태준에게 전화하는 것이었다.

전화는 계속 울리다가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태준 씨, 나 사고 났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괜찮은 것 같아, 근데 차가 완전히 망가졌어. 혹시… 와줄 수 있어?”

그녀는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두 시간. 친절한 경찰관이 견인차를 부르는 것을 도와주고, 검사를 받도록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다주었다. 팔은 삐었고, 몸은 시퍼렇게 피어나는 멍들로 뒤덮였다.

그녀는 차갑고 소독약 냄새 나는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손에 쥔 전화기는 조용했다. 다시 전화했다. 음성 사서함. 또다시. 음성 사서함.

결국 그녀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팔의 둔한 통증은 가슴속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파트는 어둡고 텅 비어 있었다. 불을 켜자 커피 테이블 위에 반쯤 비워진 와인잔이 보였다. 잔 가장자리에는 희미한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색이 아니었다.

그녀는 합리화하려 애썼다. 그의 친구가 들렀을 수도 있다. 회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심어진 의심의 씨앗은 이제 가시 돋친 덩굴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휘감고 있었다.

그 주 후반, 태준은 강남의 한 프라이빗 클럽에서 사업 파트너와 친구들을 위한 작은 모임을 주최했다. 삔 팔과 희미해져 가는 멍들을 안고 있는 혜진은 떨쳐낼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갤러리 미팅 때문에 늦게 도착한 그녀는 프라이빗 룸으로 다가갔다. 낮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들어가려고 문밖에서 잠시 멈췄다.

바로 그때,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명확하고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진짜야,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태준이 말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그녀가 몇 년 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혜진이랑은… 깊은 사랑, 영혼의 교감 같은 거지. 근데 아라랑은… 불꽃이야. 짜릿하다고.”

혜진은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을 허공에 멈춘 채 얼어붙었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의 친구 중 한 명인 민혁이 망설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짜 이게 좋은 생각이라고 확신해, 태준아? 둘 다 만나는 거? 언젠가 크게 터질 일이야.”

“안 터져.”

태준의 목소리는 혜진의 속을 뒤집어 놓는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혜진이는 아기를 갖게 될 거고, 행복해할 거야. 그리고 내겐 아라가 있겠지. 난 두 사람 모두에게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어.”

혜진은 발밑의 바닥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벽에 기댔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달아오르는 피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리고 마지막, 치명적인 일격이 날아왔다.

“아기가 태어나면 유럽에서 아라를 위한 결혼식을 계획 중이야.”

태준은 공모자처럼 목소리를 낮추며 고백했다.

“비밀 결혼식. 우리랑 아라 친구 몇 명만. 이미 꼬모 호수에 있는 빌라에 계약금도 걸었어. 수십억짜리. 그럴 자격이 있어. 아라는 모든 걸 가질 자격이 있는 여자야.”

그가 15주년 결혼기념일에 혜진을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였다.

메스꺼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복도에 있던 장식용 화병을 넘어뜨렸다. 화병은 대리석 바닥 위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의 굉음을 내며 산산조각 났다.

안에서의 대화가 멈췄다. 문이 벌컥 열리고, 태준이 서 있었다. 그녀를 본 그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졌다.

“혜진아! 여기서 뭐 해?”

그의 친구들이 그의 주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동정과 경악이 뒤섞여 있었다.

혜진은 몸을 바로 세웠다. 충격은 그녀가 가진 줄도 몰랐던 얼음 같은 평정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대리모와 비밀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방금 도착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어.”

태준의 친구들은 주식 시장에 대해 크고 부자연스러운 대화를 시작하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태준은 그녀 곁으로 달려와 팔을 잡았다.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그의 손길이 낙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팔을 뿌리쳤다.

“그냥 피곤해서.”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말했다.

“힘든 하루였어.”

그녀는 그의 너머,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오늘 밤 아라 씨도 왔어?”

그 질문은 시험이었다. 한 조각의 정직함이라도 바라는 마지막, 절박한 애원이었다.

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라? 당연히 아니지. 그 여자가 왜 여기 있겠어? 그냥 대리모일 뿐이야, 혜진아. 도구라고. 기억하지?”

그는 ‘도구’라는 단어를 너무나 경멸적으로, 쉽게 내뱉어서 그녀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이것이 그의 사랑이었다. 이것이 그의 불꽃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도구.”

그녀는 그의 친구들의 충격받은 얼굴이나 그의 광적인 걱정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몸이 안 좋아서.”

그녀는 어깨너머로 말했다.

“집에 가봐야겠어.”

그녀는 클럽을 걸어 나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침착하고 단호했다. 얼음 같은 평정심이 혈관을 타고 퍼져나가며 고통을 얼리고, 그것을 단단하고 날카로운 무언가로 바꾸고 있었다.

청담동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태준이 뒷좌석에 두고 간 태블릿 화면이 켜졌다. 아라에게서 온 문자였다.

‘방금 도착했어, 자기야. 스위트룸 장난 아니다. 자기가 빨리 와서 이 옷 좀 벗겨줬으면 좋겠네. 쇼핑 진짜 미쳤어… 나한테 이렇게나 많이 쓴 거야?’

태준은 이틀간 부산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었다.

혜진은 메시지를 쏘아보았다.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눈물 너머로 글자들이 흐릿하게 번졌다. 그는 부산에 없었다. 그는 아라에게 가고 있었다.

그녀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택시 기사에게 다른 주소를 말했다. 강남에 있는 세련되고 눈에 띄지 않는 오피스 빌딩. 문에 붙은 간판은 간단했다. ‘블랙쉴드 컨설팅.’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확고한 결심을 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알던 인생은 끝났다. 이제 그것을 지워버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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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라의 숨통이 조여왔다. 가슴이 거대한 족쇄에 짓눌리는 듯했다. 여섯 살배기 아들, 이준이가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굳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 박지훈의 이름을 힘겹게 내뱉으며 119에 전화하라고 애원했다. “엄마가 숨을 못 쉬어요!” 이준이가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내연녀 최유라와 ‘인맥 관리’ 중이던 지훈은 그저 ‘공황장애’일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몇 분 뒤, 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아라를 위해 불렀다던 구급차는 이제 겨우 발목을 ‘삐끗했을’ 뿐인 유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아라의 세상이 산산조각 났다. 작은 가슴에 영웅심이 불타오른 이준이는 도움을 청하러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그대로 차에 치이고 말았다. 끔찍한 충돌음. 그녀는 제 비극 속의 유령처럼, 구급대원들이 작고 부서진 아이의 몸을 하얀 천으로 덮는 것을 지켜봤다. 지훈이 유라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의 아들이 죽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 끔찍한 공포. 뼈를 깎는 죄책감. 이준이의 마지막 모습이 뜨거운 낙인처럼 영혼에 새겨졌다. 어떻게 아빠가, 남편이, 이토록 괴물같이 이기적일 수 있을까? 쓰디쓴 후회가 영혼을 잠식했다. 최유라. 언제나 최유라였다. 그 순간, 아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살아있는 이준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달려왔다. 이건 끔찍하고도, 불가능한 두 번째 기회였다. 그 파멸적인 미래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찾고, 아들을 지키고, 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결혼식을 몇 주 앞두고, 내 약혼자는 나만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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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준과의 결혼식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7년의 연애. 나는 우리의 미래가 완벽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강태준은 머리를 다쳤다며 ‘선택적 기억상실’을 주장했다. 오직 나만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가 기억을 되찾게 하려고 애썼다. 그의 영상 통화를 엿듣기 전까지는. “완전 천재적인 작전이었어.” 그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상실은 결혼 전 인플루언서 클로이 반과 놀아나기 위한 가짜 ‘자유이용권’이었다.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거짓말을 믿는 척했다. 그가 대놓고 클로이와 시시덕거리는 것과 조롱하듯 보내오는 셀카 사진들을 모두 견뎌냈다. 그는 내 고통을 비웃었고, 클로이의 가짜 응급 상황을 우선시했다. 그가 일으킨 사고 후, 그는 다친 나를 버려두고 클로이부터 병원으로 보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나를 고립시키려 했다. 내 약혼자가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고 계산적인 괴물일 수 있을까? 그의 배신은 모든 추억을 독으로 물들였다. 그 끝없는 잔인함을 믿었던 내가 바보 같았다. 그의 뻔뻔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그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너지는 대신, 차가운 계획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나는 내 존재를 지우고, 오채원이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와 나의 과거, 그리고 그의 약혼반지를 영원히 버리고 사라져 내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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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샤워 중이었다. 우리 부부의 아침을 깨우는 익숙한 물소리였다. 나는 그의 서재 책상 위에 커피잔을 올려놓았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5년간의 결혼 생활 속, 나만의 작은 의식이었다. 그때, 남편의 노트북 화면에 이메일 알림이 번쩍였다. ‘강이안 유아세례식에 초대합니다.’ 우리 부부의 성. 보낸 사람은 유채리, 팔로워가 수십만인 SNS 인플루언서였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의 아들을 위한 초대장이었다. 내가 존재조차 몰랐던 아들. 나는 그림자 속에 숨어 성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보았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남편. 그의 검은 머리와 눈을 쏙 빼닮은 작은 사내아이였다. 아이의 엄마인 유채리는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가족처럼 보였다. 완벽하고 행복한 가족.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일 때문에 바쁘다며 아이 갖기를 거부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잦은 출장과 야근은 전부 그들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거짓말은 그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눈이 멀 수 있었을까? 나는 그를 위해 미뤄두었던 취리히 건축 펠로우십 재단에 전화를 걸었다. “펠로우십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내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 “바로 떠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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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금빛 새장, 권이안의 호화로운 펜트하우스에 살았다. 그의 성공의 증거이자 나의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었다. 내 진짜 삶, 어머니의 정의를 찾으려는 맹렬한 목표는 내 안 깊은 곳에서 불붙기를 기다리는 조용한 불씨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의 귀환과 함께 들려오는 진세라의 역겹도록 달콤한 목소리는 계산된 고문처럼 광활한 공간을 울렸다. 그는 그것을 결혼이라 불렀다. 나는 복수라고 불렀다. 그는 여자들을 집에 데려왔지만, 진세라는 그의 절친한 친구라는 이름으로 항상 곁을 지켰다. 그는 그녀를 과시하고, 내게 그들을 위해 샴페인을 따르라고 명령했으며, 내 ‘수고’에 대한 대가라며 조잡한 십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던져주었다. 마주칠 때마다 새로운 굴욕이었지만, 내가 연기하는 냉담함, 감정 없는 가면은 그의 불타는 분노와 진세라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부채질할 뿐이었다. 그는 나를 돈 때문에 그를 버린 무정하고 속물적인 여자로 보았다. 내가 그의 파산 직전의 회사를 구하기 위해 내 모든 유산을 비밀리에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그가 절망적으로 아팠을 때 익명으로 골수를 기증해 그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혹은 눈보라를 뚫고 홀로 걸어가 추락한 차에서 그를 구해냈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몰랐다. 모든 진실, 모든 이타적인 행동은 진세라에 의해 거짓으로 뒤틀려 그의 눈에는 나를 향한 완벽한 무기가 되었다. 어떻게 그는 이토록 완전히 눈이 멀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나의 깊은 희생, 나의 절박하고 지독한 사랑이 이토록 지독한 증오로 변질될 수 있었을까? 이 끔찍한 부당함은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끊임없는 고통이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이라 믿으며 그의 잔인함을 묵묵히 견뎠다. 하지만 고문은 견딜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지키기 위한 궁극적인 행동으로 내 심장을 도려냈다. 바로 내 죽음을 위장한 것이다. 나는 서마야라는 존재를 지워버렸다. 그가 마침내 안전하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자유에는 잔인한 대가가 따르며, 그의 슬픔과 그녀의 거짓말에 힘입어 그가 지금 걷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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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개월 동안 IT 업계의 거물, 권도혁의 완벽한 아내였다. 우리의 결혼은 동화 그 자체라고 믿었다. 그의 회사에서 시작하는 내 인턴 생활을 축하하기 위한 환영 만찬은, 우리의 완벽한 삶을 기념하는 자리여야만 했다. 그 환상은 그의 아름답고 정신 나간 전 여자친구, 윤채아가 파티에 난입해 스테이크 나이프로 그의 팔을 찔렀을 때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핏물이 아니었다. 내 남편의 눈빛이었다. 그는 자신을 공격한 여자를 품에 안고, 오직 그녀만을 위한 다정한 한마디를 속삭였다. “언제나.” 그녀가 내 얼굴의 점이 자기를 따라 한 것이라며 칼을 들이댔을 때, 그는 옆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개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가 나를 굶주린 개들이 있는 켄넬에 던져 넣는 것을 그는 지켜봤다. 그는 그녀가 나를 폭행하도록 내버려 뒀고, 내 목소리를 망가뜨리겠다며 내 목구멍에 자갈을 쑤셔 넣는 것도, 그녀의 부하들이 문틈에 내 손을 끼워 부러뜨리는 것도 방관했다. 정체 모를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으로 그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그는 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죽음의 문턱에 갇힌 나는 2층 창문에서 몸을 던졌다. 피를 흘리며 부서진 몸으로 달리면서, 나는 몇 년 동안 걸지 않았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진혁 삼촌.” 나는 전화기에 대고 흐느꼈다. “이혼하고 싶어요. 그리고 삼촌이 그 사람을 파멸시키는 걸 도와줬으면 해요.” 그들은 내가 아무것도 아닌 여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방금 진양 가문에 전쟁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사랑, 거짓말, 그리고 정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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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vin
5.0

임신 8개월, 나는 남편 강태준과 세상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집,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 그리고 곧 태어날 기적 같은 아들까지. 그러다 남편의 서재를 정리하던 중, 그의 정관수술 확인서를 발견했다. 날짜는 1년 전. 우리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기도 훨씬 전이었다. 혼란과 공포에 휩싸여 남편의 회사로 달려갔다. 하지만 굳게 닫힌 사무실 문 너머로 들려온 건 웃음소리였다. 남편 강태준과 그의 절친 최민혁이었다. "아직도 눈치 못 챈 게 믿기지가 않네." 최민혁이 낄낄거렸다. "무슨 성녀처럼 광채라도 나는 얼굴로 그 거대한 배를 하고 돌아다니잖아." 매일 밤 내게 사랑을 속삭이던 남편의 목소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기다려, 친구. 배가 부를수록 추락은 더 클 테니. 그리고 내 몫도 더 커질 거고." 그는 우리의 결혼 생활 전부가 나를 파괴하기 위한 잔인한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모두 그의 소중한 여동생, 강유라를 위해서. 심지어 그들은 아기의 진짜 아빠가 누구인지를 두고 내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기는 아직 유효한 거지?" 최민혁이 물었다. "난 여전히 나한테 건다." 내 아기는 그들의 역겨운 시합의 트로피였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느꼈던 사랑, 내가 꾸려가던 가족,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그 순간, 산산조각 난 심장 속에서 차갑고 선명한 결심 하나가 굳어졌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놀랍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개인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내가 말했다. "예약 좀 하려고요. 중절 수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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