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방사(教坊司) 연객청.
"심서월(沈琉月) 어디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 우리는 심서월 보기 위해 이곳까지 친히 행차 했다. 은자는 푼푼히 챙겨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 값을 말하거라. 은자는 결코 문제되지 않는다."
떠들썩한 소리에 당황한 얼굴로 한참 어쩔 바를 모르는 교방사 기방 마담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그저 공손한 몸짓에 나긋한 목소리로 관작 나리들을 달래고 손짓으로 심씨 가문 자매들을 데리고 나오도록 지시했다.
조급하게 움직이는 아랫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 교방사에서 패를 걸고 내보인 두 명의 여인은 보통 여인이 아니라 탐묵죄(貪墨罪)를 받고 유배를 떠나게 된 이부시랑(吏部侍郎) 심군섭(沈軍闊)의 여식들이었다.
3월 초, 심씨 가문이 조사를 받으며 심군섭이 감옥에 갇혔다. 전일, 심씨 가문에 속한 남자는 령남(嶺南)으로 유배를 떠났고, 여자들은 교방사로 잡혀왔다.
심수연(沈隨音)과 적저(嫡姐) 심서월도 교방사에 잡혀온 사람들 중 두 사람이었다.
교방사에 잡혀 왔다는 것은 듣기 좋게 말하면 예기(歌伎)가 되는 것이지만, 사실상 관기(官妓)와 마찬가지다.
심수연은 심씨 가문의 서녀(庶女)일 뿐만 아니라 평범하게 생긴 얼굴 탓에 귀족 가문 도련님들의 눈길을 자연히 끌지 못했다.
오늘 고관대작 가문 도령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이유는 심씨 가문의 적녀(嫡女) 심서월을 만나기 위함이다.
"팡!"
북과 꽹과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가 모든 소란을 잠재웠다.
비밀스럽게 닫혀 있던 유막이 열리자 얼굴을 반쯤 가린 심서월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을 반쯤 가린 면사포 위로 슬픔과 원망으로 가득 찬 두 눈만 반짝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월궁항아의 환생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였으니.
심서월에 비해 뒤이어 등장한 심수연의 차림새에 모두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심수연의 지나치게 화려한 치장에 묻어난 경박함은 청루(青樓)의 기녀와 다를 바 없었고, 이미 이골이 난 귀족 가문 도령들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심수연은 빠르게 단상 아래를 살폈다. 적모(嫡母)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
필경 청루에 여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을 뿐더러, 적모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눈을 내리 뜬 심수연은 전날 아버지가 유배 가기 전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안색이 더욱 차갑게 변했다.
"연이, 내일 교방사의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손님을 접대하도록 안배할 것이다. 서월이는 귀한 신분이니 절대 몸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그러니 네가 언니 몫까지 도맡아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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