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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연은 3년이라는 결혼 생활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혹한 이혼 서류 뿐이었다. 전 남편의 옛 애인의 장난질에 놀아나, 시댁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연놈들에게 커피를 끼얹었고, 녹음 파일로 처형의 실체를 드러냈으며, 시댁의 추악한 실체를 그대로 폭로해 버렸다. 그들이 무시하고 온순하기만 했던 심서연이 숨어 있던 보물이었다. 그녀는 전 남편 회사의 상장을 주도한 인물이며, 의료계에서 베일에 싸인 귀의였다. 전 남편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으나 이미 너무 늦었다. 진실이 드러나자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경성의 최고 갑부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그녀는 내 사람일 수밖에 없어!"
고씨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 고성수는 한 장의 서류를 심서연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이혼 합의서야. 한 번 보고 문제 없으면 사인해."
심서연은 그 서류를 바라보면서 눈동자 깊숙한 곳에 어둠이 일렁였다. "정말 꼭 이혼해야 해요?"
그 말에 남자는 미묘하게 눈썹을 들어 올리더니, 비웃음 섞인 어조로 말했다. "아니면? 이 결혼은 애초부터 할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한 가짜 결혼이었잖아."
고성수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잡더니 부드러운 온기가 깃들어 있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게다가 다빈이가 돌아왔어. 난 하루빨리 다빈이한테 명분을 만들어주고 싶어."
심서연은 고개를 들어 남편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첫사랑을 바라보았다. 강다빈, 고성수와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이자, 그의 전 여자친구이다.
3년 전, 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혼약을 맺었다.
그러나 약혼식을 앞둔 날, 고성수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고, 평생 하반신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강씨 가문은 곧바로 혼약을 파기했고, 강다빈을 해외로 보냈다.
강씨 가문의 그토록 매정하고 냉정한 처사에도, 고성수는 여전히 강다빈을 잊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 강다빈이 돌아왔으니 그는 하루빨리 심서연과의 결혼 생활을 정리해 강다빈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두려 했다.
한편, 강다빈은 옅은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미소를 지을 때 입가에 살짝 패이는 보조개가 마치 연약한 실꽃처럼 부드러웠다.
확실히 아름다웠다.
고성수가 오랜 세월 동안 그녀를 잊지 못할 만 했다.
심서연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강다빈은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연 씨, 저랑 성수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예요. 부디 저희가 함께 하도록 도와주세요."
당시 고성수가 다쳤다는 이유로 해외로 도망쳤던 사람이, 이제 그가 다시 회복한 걸 보자마자 돌아와서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 말하고 있다.
심서연은 냉소를 흘리며 시선을 고성수에게 옮겼다. "알겠어요. 이혼해 줄게요. 하지만 나도 고씨 가문에 3년이나 있었으니 빈손으로 나갈 순 없죠."
어린 시절, 윤경선 노부인이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도움을 받았던 인연 때문에, 그 분이 부탁하자 심서연은 주저 없이 고성수에게 시집을 갔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정성껏 살림을 돌보며 헌신적인 아내로 살아 왔다.
고성수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고통을 견뎌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심서연의 마음에도 어느새 작은 불씨가 피어났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그녀는 고성수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확실히 놓아야 할 때였다.
다만, 심서연이 지난 3년간 고씨 그룹의 상장을 성사시키며 쏟은 노력의 대가만큼은 받아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헌신이 짓밟히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고성수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짙은 연기 속에서 그의 냉담한 얼굴이 더욱 차갑게 빛났다. "걱정 마. 너를 손해 보게 하진 않아. 이혼 합의서에 서명만 하면 위자료 14억과 강변 전망의 별장 두 채를 줄게."
고성수는 심서연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두 다리를 쓸 수 없던 그 시절, 그녀는 묵묵히 곁을 지켜준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제 이렇게 끝내면 서로 깨끗하게 정리되는 셈이었다.
"이틀 줄게. 생각해보고 더 요구할 게 있으면 말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심서연은 곧장 펜을 들어 화려한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집을 나갈게요. 두 분 소원을 이루어 줄게요."
고성수는 그녀의 눈치 빠름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정하건대, 심서연은 완벽한 아내였다. 단정한 외모, 순종적인 성격 그리고 살림도 깔끔하게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성격이 너무 밋밋했다. 심서연은 마치 프로그램이 정해진 로봇처럼, 하루 종일 부엌과 거실만 맴돌았다. 무미건조하고, 생기 없고 단조로웠다. 그녀와 함께 있는 건, 숨이 막힐 정도로 지루할 따름이었다.
고성수가 원하는 건, 영혼을 교감하고 서로의 숨결을 나눌 수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오직 강다빈뿐이다.
고성수가 이혼 합의서를 거둬들이며 몇 마디 인사말을 하려던 순간, 옆에 있던 강다빈이 그의 소매를 살짝 붙잡았다.
"성수야. 사실... 그 별장, 나도 정말 마음에 들어."
제1화 이혼
28/10/2025
제2화 그녀의 반격
28/10/2025
제3화 눈부시게 아름답다
28/10/2025
제4화 마음에 들다
28/10/2025
제5화 전처일 뿐이야
28/10/2025
제6화 귀의
28/10/2025
제7화 저 돌아왔어요
28/10/2025
제8화 사과
28/10/2025
제9화 네 오빠는 남자 구실 못해
28/10/2025
제10화 썸타는 듯한 분위기
28/10/2025
제11화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요
28/10/2025
제12화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28/10/2025
제13화 솔직하게 말해
28/10/2025
제14화 내기
28/10/2025
제15화 이제 네 운명은 여기서 끝이야
28/10/2025
제16화 어리석다
28/10/2025
제17화 빛난다
28/10/2025
제18화 안이설 상태가 더 나빠지다
28/10/2025
제19화 작별 인사하러 왔어
28/10/2025
제20화 '성남 보육원' 철거 예정
28/10/2025
제21화 투자를 철회하다
28/10/2025
제22화 내가 미쳤나 봐
28/10/2025
제23화 후회
28/10/2025
제24화 강다빈이 고씨 가문에 들어오다
28/10/2025
제25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8/10/2025
제26화 오늘 밤은 깨어 있으면 안 돼
28/10/2025
제27화 거리를 두어야 한다
28/10/2025
제28화 그녀를 머물게 해
28/10/2025
제29화 초췌한 고성수
28/10/2025
제30화 투자해
28/10/2025
제31화 주주로 받아줄게
28/10/2025
제32화 우리는 적이다
28/10/2025
제33화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돌아와
28/10/2025
제34화 좋은 사람
28/10/2025
제35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28/10/2025
제36화 내일 이사해
28/10/2025
제37화 널 사랑하지 않아
28/10/2025
제38화 너 잘못이 아니다
28/10/2025
제39화 네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28/10/2025
제40화 구급차를 불러
28/10/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