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341/coverorgin.jpg?v=d5effcc8aa66bfd2ec0f68ba35f333a3&imageMogr2/format/webp)
"지영아, 네 동생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지 않더냐, 네가 없는 동안 수년간 하영이가 우릴 극진히도 보살폈다. 그러니 네가 이번에 세운 군공과 포상은... 그 하영이에게 양보하는 게 어떻겠느냐?"
익숙한 목소리에 소지영은 번쩍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씨 저택의 대청이 틀림 없었고 아버지 소동성과 어머니 허복희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분홍빛 비빈복(妃嬪服)을 입고 곱게 단장한 소하영이 허복희의 품에 기대앉아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지영의 뇌리 속에 천둥이 울렸고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환생을 한 것인가?'
그녀가 비참한 운명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생, 뻔뻔한 그녀의 부모들은 그녀가 목숨으로 맞바꾸어 온 군공과 포상을 그녀의 동생 소하영에게 양보하라 요구했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심장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듯한 증오가 마치 용암처럼 그녀의 혈관을 타고 온몸에 흐르는 것 같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었고 그 날카로운 통증에 소지영은 간신히 경악과 분노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전생, 북쪽의 만족들이 국경을 넘어 쳐들어 왔고 조정은 즉시 조서를 반포했다.
무릇 5품 이상의 대신들의 가문은 은 100냥을 바치거나 그들 자제들 중 한 명을 군에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가문에 마땅한 남자가 없을 시 여자가 대신 출정해도 되며 세군 군공은 모두 가문의 이름으로 기록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소씨 가문은 후손이 번창하지 않았고 가문을 이어 받을 아들 조차 없었다. 게다가 여동생 소하영은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달고 살아 많이 병약했던 터라 소지영은 자진하여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섰다.
그렇게 장장 5년 동안, 그녀는 피를 흘리며 전장에서 싸웠고 몇 번이고 죽음의 문턱을 헤매었다. 그녀가 매번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소지영은 부모님이 당연히 이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했고 어릴 적 혼약을 맺었던, 평생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그 소년도 자신이 승리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공을 세우고 돌아왔을 때,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했던 따뜻한 위로는 없었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들뿐이었다.
그녀는 내키지 않았다.
그녀가 세운 군공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 군공 하나하나는 그녀의 피와 눈물로 쓰여졌는데 어떻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양보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의 부모들은 혈육의 정을 논하며 그녀의 군공에 소하영의 이름을 적었다.
그렇게 그녀가 세운 모든 군공은 전부 소하영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미 군공록(軍功錄) 에 소하영의 이름이 올라간 이상 그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황제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심하면 소씨 전체가 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가슴 속에서 사무치는 울분을 토해낼 곳도 없었다. 군에서 지냈던 5년간,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시종일관 가면을 쓰고 있었던 탓에 이제 와서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길도 없었다.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약혼자 서정진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군공을 소하영에게 물려주라 그녀를 설득 했다는 점이다.
나중에 그녀는 그 터무니없는 요구에 승낙을 하고 말았고 소하영은 즉시 그 군공을 빌미로 황제에게 서정진과의 결혼을 하사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제야 그녀는 둘이 이미 자신을 등지고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0/98764/coverorgin.jpg?v=71b84544aedbd709002a0df4a92855d9&imageMogr2/format/webp)
/0/93164/coverorgin.jpg?v=eb4d4d2555435e43cb6ff488e5f7a19e&imageMogr2/format/webp)
/0/82267/coverorgin.jpg?v=1a845e8c0fd41e86cdb0c2a418cb4aef&imageMogr2/format/webp)
/0/97789/coverorgin.jpg?v=904472469142b136d2908106469b2ad9&imageMogr2/format/webp)
/0/90407/coverorgin.jpg?v=7aeaf07dabc55e7c163174c21c5b84ea&imageMogr2/format/webp)
/0/60991/coverorgin.jpg?v=398489505e289df87876f41ce85d8871&imageMogr2/format/webp)
/0/98779/coverorgin.jpg?v=419ca1539c562c70266d55c316ce0e50&imageMogr2/format/webp)
/0/41439/coverorgin.jpg?v=20250117160215&imageMogr2/format/webp)
/0/90596/coverorgin.jpg?v=d4b706ccbf656425381e84687b1a0050&imageMogr2/format/webp)
/0/98708/coverorgin.jpg?v=60362bf5aaa604e8021586403e1490a3&imageMogr2/forma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