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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연은 법원 문 앞에서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아무리 공들여 한 화장이라도 창백하게 질린 안색을 완전히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괴로워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희망 없는 눈빛으로 다시 한번 간절하게 애원했다.
"우리 다시 한번 노력해 보면 안 될까? 난 힘들어도 괜찮아, 민규 씨, 우리 다시 한번 노력해 보자."
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고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듯 말했다. "수연아, 우리 이미 약속했잖아. 날 원망하지 마. 나도 어쩔 수 없어."
권수연은 박민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남자의 값비싼 셔츠가 눈물로 젖어 드는 동안, 그녀는 흐느끼며 같은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우리 다시 한번 노력해 보자. 다시 한번만..."
남자는 큰 손으로 권수연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달래듯 말을 이어갔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하지만 우리 엄마가... 수연아, 날 믿어줘. 난 널 사랑해. 더는 날 힘들게 하지 말아 줘."
더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권수연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화장이 번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평소 지각을 할지언정 립스틱 색깔과 옷을 맞춰 입던 그 섬세한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박씨 가문은 두 사람이 결혼한 날부터 손자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2년이 지나도 권수연의 배는 아무 소식도 없었고, 시어머니의 얼굴빛은 날이 갈수록 차갑고 어두워지기만 했다.
권수연은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고 완전히 멍해졌다. 이것은 단순한 진단서가 아니라 그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최종 판결문이었다.
"평생 불임."
법원에서 나온 박민규는 안색이 어두운 권수연을 돌아보며 물었다. "집에 데려다줄까?"
30분 넘게 이어진 울음을 겨우 그쳤지만, 짙게 밴 콧소리는 그녀가 얼마나 오열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손을 저었다. "먼저 가."
이미 결정된 일이라, 더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박민규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권수연의 어깨를 걱정스럽게 잡았다. "괜찮아?"
권수연은 박민규를 올려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퉁퉁 부은 눈과 짙게 밴 콧소리는 그녀의 미소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 "4년 동안 사랑한 남자와 이혼했는데, 내가 괜찮을 것 같아?"
박민규는 그녀의 물음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수연아, 미안해..."
권수연은 아무 대꾸 없이 손을 저으며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저 남자는 이제 '미안해' 아니면 '엄마가...' 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른다.
'내가 저런 마마보이를 4년이나 사랑했다니.'
지금 그녀의 가방 안에는 방금 발급받은 이혼 증명서가 들어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그를 완전히 놓아주지 못했다.
남자는 권수연이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후에야 무음으로 설정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화면에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7통이 있었다.
그가 전화를 걸기도 전에, 어머니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박민규는 한 손에는 방금 받은 이혼증명서를,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꼭 쥔 채 통화를 했다. "이혼했어요."
그는 어머니가 무엇을 물어볼지 알고 먼저 입을 열었다.
김정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고, 잘됐네. 이렇게 오래 끌다니. 정말 골치 아픈 여자야."
박민규는 드물게 어머니에게 짜증을 냈다. "엄마, 다른 할 말 없으세요?"
다른 일이 없다면, 그는 술이나 마시러 가고 싶었다.
"할 말이 있지. 은정이가 너한테 말 안 했니?오늘 오후 2시 비행기로 도착한다고 했는데 네가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가렴. 순복 아줌마한테 은정이가 좋아하는 간식 만들어 놓으라고 했어."
휴대폰 너머에서 김정희는 오늘이 겹경사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했다.
첫째로, 마음에 들지 않던 권수연이 드디어 아들 곁에서 물러났고, 둘째로, 마음에 쏙 드는 며느리 후보가 귀국해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정식으로 박씨 집안에 들어오는 건 이제 시간문제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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