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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혼하자."
노성재는 단 한마디로, 3년간의 결혼 생활에 너무도 쉽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는 서랍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로 아무렇게나 툭 던졌다.
"서윤이, 지금 상황이 많이 특별해."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퍼져 나가는 연기 속에서 날카로운 얼굴선을 흐릿하게 감추고 입을 열었다. "남편은 막 세상을 떠났고, 뱃속엔 아이까지 있는데 의지할 데도 없잖아. 세상의 시선이랑 말들… 서윤이는 감당 못 해."
담뱃재가 후두둑 떨어졌다.
"서윤이랑 아이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주는 것.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야." 그는 고개를 들어 한지영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아무 온기도 없었다. "원하는 조건이 있으면 말해. 문제 없으면 서명해."
최서윤, 그의 첫사랑이었다. 임신, 유복자, 그리고 명분.
그 단어들이 한지영의 머릿속에서 웅웅 울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눈가에 번지는 물기를 끝내 숨기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혼 합의서' 라는 굵은 글씨 다섯 글자가, 다섯 개의 바늘처럼 눈을 사납게 찔렀다.
"정말..." 한지영이 쉰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이마를 덮은 두꺼운 앞머리가 검은 테 안경 위로 무겁게 내려앉아, 그녀를 더 위축되고 가련하게 보이게 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거예요?"
노성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서윤이 몸이 너무 약해. 나 없으면 죽을 수도 있어. 한지영, 넌 다르잖아. 넌 언제나 강했으니까."
그의 말은 지나치게 터무니없었다. '내가 강하다는 이유로… 버려져도 된다는 거야?'
그 황당하고도 날카로운 통증이 순식간에 한지영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문득 아주 오래전, 고아원에 있던 한 소년을 떠올렸다.
햇살이 노성재의 어깨 위로 쏟아졌다. 그는 팔을 벌려 그녀를 등 뒤로 감싸고, 그녀를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한테 손대지 마!"
그는 또 말했다. "내가 평생 지켜줄게!"
바로 그때부터, 그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한지영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쥐었고,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한지영, 서로 난처해지게 만들지 마." 노성재는 고개 숙인 그녀를 내려다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둘 다 알잖아. 이 결혼, 처음부터 서로 필요한 게 있어서 시작된 거였어. 내가 처음에 널 선택한 것도 그냥 조건이 맞아서였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연기를 내뿜었다. "한지영, 난 네가 적어도 체면은 차릴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체면이라니...' 한지영은 헛웃음이 나왔다.
"서윤이는 착한 사람이야."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널 상처 주고 싶어 하지 않고, 계속 널 배려하고 있어. 나랑 서윤이, 선 넘은 적 없어."
한지영은 심장이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 '유부남과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착한 건가?'
"충분한 보상은 해 줄게." 노성재는 담배를 크리스털 재떨이에 비벼 끄며, 한층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서명해. 네 자리도 아닌데 계속 붙잡고 있을 필요 없잖아."
솔직히 말해, 한지영은 눈에 띄지 않는 차림을 하고 있을 뿐, 집안일과 일상생활을 챙기는 능력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조용했고, 지나치게 얌전했다. 마치 미지근한 물처럼, 갈증은 해소해 주지만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그걸 마시고 싶지 않았다.
"3일 줄게. 그동안 잘 생각해 봐."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질질 끌지는 마.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필요 없어요." 한지영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펜을 집었다. 펜촉이 종이 위를 스치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서명했다. 필체는 힘차고 시원하게 뻗어 있었고, 놀라울 만큼 단정하면서도 거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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