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그녀의 숙명

피할 수 없는 그녀의 숙명

rabb

현대 | 1  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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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낯선 시대에 놓여 있었고, 주변의 환경이 매우 낡고 낙후되어 보였다. 이것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 고대 사회였다.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았는데 그녀는 마을 끝에 있는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윤도희가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그 남자에게 시집보낸 이유는 그녀가 본의 아니게 미색을 탐하는 부호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를 이 늙은 부자에게 첩으로 팔리지 않기 위해 그녀의 부모는 이기적이고 편파적인 할머니와의 과감하게 관계를 끊었다. 그래서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막 부모를 잃은 가난한 청년 운율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했고, 그 밖에 삼남매를 늘 괴롭히는 악랄한 형수가 있었다. 최악인 것은 그 악독한 형수가 아니라, 그녀가 정식으로 집에 들어오기도 전에 남편이 전쟁에 병사로 징병되었다는 것이다. 윤도희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었다. 만약 그녀의 명목뿐인 남편이 전쟁터에서 희생되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신혼 생활을 시작도 못하고 과부가 되는 꼴이 아닌가? 거기에다 그녀는 죽은 남편의 동생들까지 부양해야 했다. 세상에, 왜 나를 이런 곳에서 다시 태어나게 한 거지?

제1화 낯선 곳

"아, 아파 죽겠네. 나 아직 죽지 않은 건가? 하긴, 죽으면 아프지도 않겠지. 근데 여긴 어디지? 지붕은 왜 이렇게 낡은 거야?"

윤도회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목적지를 향하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생판 처음 보는 낯선 곳이었다. '왜 갑자기 이곳으로 온 거지?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야? 저 낡은 지붕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밖은 또 왜 이리 시끄러워?'

밖에서는 어떤 아줌마가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을 전체가 들릴 정도였다. 정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윤도회는 깨질 듯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그저 속으로 그들이 빨리 조용해지기를 바랐다.

밖에서는 선씨가 차남 내외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를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악을 썼다.

선씨가 이토록 길길이 날뛰는 이유는 둘째 아들이 윤도회를 부자 상인에게 팔아넘기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선씨는 돈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그들 내외를 핍박하며 어른을 공경할 줄도 모르는 괘씸한 놈들이라고 언성을 높였지만, 차남 윤이강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들 윤이강은 그녀의 말이라면 늘 고분고분 따랐지만, 선씨는 그런 아들이 탐탁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점쟁이가 그녀의 손자가 장차 가문을 번성하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에게는 손자가 한 명밖에 없었고, 그건 바로 장남의 아들이었다.

점쟁이의 말에 미신적으로 집착한 그녀는 모든 것을 큰아들 윤이현의 가정에 쏟아 부었다. 게다가 큰며느리 하씨 역시 매일 시어머니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곤 했다.

하씨의 이름은 하유민이었고, 윤씨네로 시집온 후 슬하에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다. 딸은 윤도회와 동갑으로 올해 17살이었고, 성에 있는 서원에서 글공부 중인 큰아들은 14살, 작은아들은 7살이었다.

큰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친척 관계였기에, 윤씨 가문에 시집온 후 두 사람의 사이는 유난히 돈독했다.

반면 윤이강은 연씨와 혼인을 맺었다. 연씨의 본명은 연미정이고, 윤씨 가문의 어르신이 살아생전 차남을 위해 직접 구해온 처자였다. 윤이강과 연미정이 혼인한 지 3년 후, 윤씨 어르신은 병으로 별세했다.

윤이강과 연미정 부부는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장녀 윤도회는 올해 17살이었고, 두 남동생은 각각 14살과 7살이었다.

윤도회가 깨질 것만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온갖 기억들 때문에 또다시 까무러치고 말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말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 악독한 시어머니는 쉴 새 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큰며느리는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윤이강은 실망과 비통이 서린 눈으로 노모를 응시했고, 반면 그의 형 윤이현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동생 가족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아들이 장차 관직에 오르면, 더 이상 동생 따위는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어우야, 아무래도 도희를 그 호상한테 시집보내는 게 좋겠다. 그럼 너도 팔자가 펴일 테고, 그 호상한테서 장인 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겠느냐."

신씨 곁애서 팔짱을 끼고 아니꼬운 눈길로 윤이강 내외를 바라보던 윤이현이 헛기침을 하더니 넌지시 말했다. "만약 형님도 슬하에 있는 딸내미를 그 늙은 영감탱이의 첩으로 시집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저 대신 이 혼약을 응하시지요." 윤이강이 그 말에 서슴없이 반박해 나섰다.

"너...네가 감히 나한테 대들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윤이현은 동생을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불효자식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지금 이 어미는 네놈의 그 쓸모없는 딸년을 호상한테 시집보내 가문을 돕고자 하는 것뿐인데, 그것마저 싫으냐? 내가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어! 이렇게 키우지 말았어야 했어!" 선씨는 아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아이고 작은 서방님, 도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인데, 어찌 저희 도영이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그런 소린 하지도 마십시오." 하씨가 발끈하며 거들었다.

"아무튼 저는 도희를 그 늙은 영감탱이한테 시집보내지 않을 겁니다. 제 딸을 위해 좋은 신랑감을 찾아줄 거라고요. 그리고 이 혼약은 형님 내외가 약속한 것이니,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십시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형님과 형수님이 제 처자식을 괴롭히는 것을 참아왔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형제간에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두 분은 되러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네요. 평소 우리 식구를 괴롭히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요. 농사일에 등골이 휘는 건 저희 내외지만 추수를 끝내면 늘 쥐꼬리만한 식량을 받았죠. 게다가 돈도 제가 가장 많이 벌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0년 동안 할 만큼 했습니다. 어머니, 이제 저희 식구는 분가를 할 겁니다." 윤이강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분가? 네가 감히 분가를 하겠다고? 이 불효자식!" 선씨는 다리를 치며 소리쳤다.

"어머니, 이강이가 분가를 하겠다고 하니 내버려 두십시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겁니다.

나가겠다면 맨몸으로 나가야 할 겁니다." 윤이현은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요, 어머니. 우리 아들은 앞으로 관직에 오를 귀한 몸인데 저런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들한테 시달리면 안 되잖아요." 하씨가 맞장구쳤다.

"그래, 정녕 분가를 하겠다면 맨몸으로 나가거라. 큰아들아, 얼른 가서 촌장을 모셔오너라." 선씨가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촌장이 파적에 관한 서류를 가지고 왔다. 세 장의 서류는 선씨, 윤이강, 그리고 촌장에게 주어졌고, 마지막 한 장은 촌장이 관아에 제출하여 분가가 정식으로 완료되었다.

"당장 내 집에서 나가거라. 내 물건은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맏이야, 잘 지켜 보거라." 선씨가 으름장을 놓았다.

"네, 어머니."

"얼른 짐이나 챙겨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윤이강은 가족들을 재촉했다.

"네, 서방님."

"네, 아버지."

윤이강 가족은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챙겼다. 연씨는 기절한 딸의 짐을 챙겼고, 윤이강은 딸을 수레에 조심스럽게 실었다. 그들은 정말 잔인한 사람들이었다. 딸이 늙은 호상의 첩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제 조카이자 손녀를 때려죽일 뻔했다. 만약 그가 제때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의 딸은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더 이상 그들과 함께 지낼 수가 없었다. 만약 딸을 지킬 수 없다면, 그는 누구의 아버지도 될 자격이 없다.

"아버지,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윤도민이 물었다.

"너희 어머니의 고향에 가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자."

윤이강은 남은 보따리들을 수레에 실으며 웃음을 지었다.

"네, 아버지. 어서 가시죠. 누나를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윤도민은 혈색이 가신 윤도회를 보며 재촉했다.

윤이강 가족이 윤씨 가문을 떠날 때, 윤이현이 쫒아 나오며 소리쳤다. "분가를 했다고 해서 네 딸이 혼약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 분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게다."

윤이강은 수레를 밀고 기절한 딸과 가족을 데리고 태어난 이후로 쭉 지내온 여강촌을 떠났다.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 어머니와 친형에게 느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동정했지만, 결국 남의 집안일이라 섣불리 개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윤씨 가문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늘 마을의 가십거리였다. 이기적이고 각박한 그들과는 아무도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두 시간가량 걸은 후, 그들은 드디어 연씨의 친정인 대영촌에 도착했다. 마침 마당을 쓸고 있던 처남댁 송씨가 시누이와 매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송씨의 본명은 송금매였고 매부가 기절한 조카를 수레에 싣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시누이, 시매부! 도회가 왜 이 지경이 된 겁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올케언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 해요." 연씨가 급히 그녀를 안으로 이끌며 말했다.

"그래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매부, 우선 도희를 방으로 들여보내 눕히세요." 송씨가 서둘러 말했다.

"무슨 일이냐? 뒤뜰까지 시끄럽구나."

방 안에 있던 노부인 연씨가 물었다. "어머니, 시누이와 시매부가 왔습니다. 근데 도회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송씨가 시어머니에게 대답했다.

"뭐라고? 우리 도회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어머니, 일단 진정하십시오. 제가 말씀드릴 게요. 우선 저희들이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순 없을 가요? 저와 서방님은 윤씨 가문에서 분가를 했어요. 그래서 잠시 이곳에서 지내다가, 다른 방법을 찾아 이사할 생각이에요." 연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래, 여분의 땅이 있으니 너희들이 지낼 집을 지을 수 있을 게다. 그러니 걱정 말고, 이 어미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말해 보거라."

딸의 이야기를 들은 노부인은 당장이라도 윤씨 가문의 악독한 신씨를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사위가 이제 윤씨와 연을 끊었다는 말에 겨우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부지런한 사위가 처자식을 굶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손녀가 늙은 호상의 손에 넘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이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윤도회를 시집보내는 거였다. 그래야만 늙은 호상이 마음을 접을 테니까.

이 나라에서 만약 누군가 남의 아내를 탐하면 그것은 곧 중죄였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남의 아내를 건드릴 수는 없으며, 그런 죄를 저지른 자는 유배를 보내어 고역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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