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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의 미친 여인으로 몰린 강왕비가 되어버린 담생은 시작부터 그녀를 모욕하려던 두 사람을 죽였다. 화려한 붉은 옷을 당당히 입고 부도덕한 남자와 천한 여자의 결혼식에 난입한 그녀는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부도덕한 남자는 이를 갈면서도 어쩔 수 없었고, 천한 여자는 질투에 휩싸였지만 반격할 힘이 없었다. 이 모든 장면이 진왕의 눈에 비쳤다. 그는 그녀의 남다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마음을 빼앗겼다. 앞으로 그녀를 아끼고 달래며,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함께 즐겨야겠다고 결심했다.
"강왕비 그 여자, 죽기엔 너무 아깝잖아? 가기 전에 우리끼리 좀 데리고 노는 게 어때?"
"헤헤... 네 말이 맞다.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인데, 누가 알겠냐?"
"맞아. 강왕이 측비를 들이는 마당에 강왕비의 죽음 따위 신경이나 쓰겠어? 어쩌면 빨리 죽기를 바랄지도 모르지."
……
담생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두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담생은 벌떡 일어나 비녀로 그의 눈을 찌르고는 쉴 틈도 없이 다시 뽑아 목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아악!"
남자가 눈과 목을 감싸 쥐자 손가락 사이로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다른 남자는 이미 죽어가는 줄 알았던 여인이 갑자기 살기를 내뿜으며 사람을 죽이는 모습에 겁에 질려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담생은 그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단숨에 남자의 등 뒤로 다가가 옷깃을 잡아챈 담생은 비녀로 그의 목을 그었다.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두 남자를 해치운 담생은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환생의 기쁨 따윈 없었다. 복잡한 감정과 죽은 이에 대한 연민만이 가슴을 채울 뿐이었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장군부의 유일한 후손으로, 황제가 그녀를 가엾게 여겨 강왕 우문익과의 혼인을 명했다. 그러나 우문익에게는 태부의 딸 상려라는 정인이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하기 위해 우문익은 그녀가 미쳤다는 핑계로 광인들만 모아두는 남산원에 가두어 버렸다.
남산원에서 원래 주인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지금까지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한 가닥의 미련 때문이었다. 이제 담생이 이 몸을 차지한 이상, 그녀가 가졌던 마지막 미련마저 사라진 것이다.
전생에 세계 랭킹 1위의 살수였던 담생은 독희(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독에 능한 그녀의 손에 닿으면 길가의 평범한 꽃조차 치명적인 독약으로 변했다. 의술과 독술은 본래 한 뿌리인 법.
그녀의 의술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너무 많은 임무를 수행했던 그녀는 은퇴를 결심했다. 그러나 그녀의 고객들은 자신들의 비밀이 새어 나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비밀 기지를 찾아내 폭탄을 터뜨렸다. 그녀와 비밀 기지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그렇게 그녀는 낯선 시대에 환생했다.
담생은 사랑과 증오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이 몸을 차지한 이상, 원래 주인이 겪은 원한을 갚아주는 것이 도리였다.
방금 전 두 남자가 나누던 대화가 떠올랐다. 강왕이 오늘 측비를 들인다고 했다. 정비인 자신이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비녀에 묻은 피를 소매에 슥 닦아낸 뒤, 담생은 다시 비녀를 머리에 꽂고 밖으로 나섰다.
남산원은 경성 교외의 산 정상에 있었다. 산을 내려가는 길목마다 수많은 호위병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담생에게 그들의 눈을 피할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남산원에서 경성까지는 백 리가 넘는 거리. 두 발로 걸어갔다간 우문익과 상려의 혼례가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담생이 주위를 살피던 그때, 마차 한 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담생은 길가에 서서 손을 높이 들어 마차를 세우려 했다.
"주인님, 앞에 누군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옷이 다 찢어진 여인입니다."
마차를 몰던 명월이 담생을 발견하고 마차 안의 주인에게 아뢰자, 안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버려 둬라."
명월은 난처한 표정으로 다시 앞을 보며 말했다.
"허나, 여인이 길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남자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되풀이했다.
"내버려 둬라."
명월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마차를 계속 몰았다.
명월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담생을 향해 질주했다.
담생은 마차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잽싸게 몸을 피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마차에 깔려 즉사했을 것이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담생은 머리에서 비녀를 뽑아 들었다. 그녀는 날렵하게 마차 뒤로 올라타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사내의 등 뒤에 나타난 그녀는 비녀의 날카로운 끝을 그의 목에 겨누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허튼수작 부리지 마. 안 그러면 네놈 목숨은 없어."
그녀의 동작은 어찌나 빠르고 민첩했던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으나 마부인 명월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남자는 태연했다. 담생의 손에 쥔 비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보시오 낭자, 경성까지 타고자 한다면 그냥 타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 거칠게 할 필요는 없잖소. 나도 그리 매정한 사람은 아니오."
말을 마친 남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선의를 표하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
'남자의 말은 절대 믿을 수 없다.'
'특히 저렇게 눈썹이 짙고 입술이 붉은 사내의 말은 더더욱.'
방금 전 자신이 손을 흔들며 마차를 세우려 할 때, 저 남자는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차를 몰게 했다. 이제 와서 저런 뒷북치는 소리를 하다니, 용서가 될 리 없었다.
담생은 손에 쥔 비녀를 앞으로 조금 더 밀었다. 날카로운 끝이 남자의 살갗을 파고들 듯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만히 있어."
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는 옆에 놓인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담생은 비녀를 단단히 움켜쥔 채, 남자가 마부에게 신호를 보낼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마차는 쉼 없이 달렸고,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경성에 도착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던 담생은 남자의 화려한 옷차림을 훑어보더니, 멋쩍게 코를 만지며 물었다. "혹시 은자 있어? 조금만 빌려줄 수 있어?"
마차를 강탈하다시피 얻어 타고 돈까지 빌리려는 자신이 뻔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남자는 말없이 허리춤에 찬 돈주머니를 풀어 담생에게 건넸다.
담생은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사내를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
"고마워. 돈 받고 싶으면 강왕부로 와. 강왕비가 빌려 갔다고 하면 알 거야."
강왕비라는 세 글자를 들은 남자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가 번졌다.
하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수년 동안 변방 사막을 떠돌았으니, 경성에 얼굴을 비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담생은 남자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는 충고하듯 말했다.
"경성까지 태워주고 은자까지 빌려준 은혜에 보답으로 충고 하나 하지. 몸 안에 있는 고독(蠱毒)은 빨리 제거하는 게 좋을 거야. 기한은 1년도 채 남지 않았어.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미쳐버려 살육만 일삼는 마두(魔頭)가 될 테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어떻게 고독을 알아차린 거지? 강왕비에게 남들이 모르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인가?'
담생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책 위에 놓인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였다.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갑자기 마차 커튼이 걷히고 담생이 나타나자, 명월은 깜짝 놀라 마차를 세우고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너... 언제 탔어?"
담생은 그를 향해 미소 지을 뿐 대답 없이 손에 쥔 돈주머니를 흔들어 보이고는 유유히 떠났다.
명월은 그 돈주머니가 주인의 것임을 알아보고 마차 안으로 외쳤다. "주인님, 저 여인이 주인님의 돈주머니를 훔쳐 갔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여전히 세 글자였다.
"내버려 둬라."
"네..."
명월이 채찍을 들어 올리려 할 때, 마차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일단 환궁하지 말고 강왕부 맞은편 술집으로 가자. 오늘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겠구나."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명월은 신이 나서 사해주점으로 마차를 몰았다. 그는 강왕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3층 창가 방을 잡았다.
돈주머니를 손에 쥔 담생은 먼저 객잔을 찾아가 편안하게 목욕을 하고 배불리 식사를 마친 뒤, 새 옷을 사러 나섰다. 붉은색 허리치마는 그녀의 몸매를 한층 돋보이게 했고, 고고한 기품을 더했다. 점포 주인과 점원은 세상에 이리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담생은 객잔 옆 약방에 들러 필요한 약재 몇 가지를 샀다.
강왕부에 도착한 담생은 저택 안의 떠들썩한 광경을 보며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제1화제1장 미친 왕비로 환생
14/01/2026
제2화감히 누가 나를 건드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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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맛있는 것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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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큰일 났다, 왕야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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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본 왕이 너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14/01/2026
제6화짐승만도 못한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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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쓸모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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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실컷 누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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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노골적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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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장부를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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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너무 번거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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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이제 신첩의 말을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14/01/2026
제13화왕야께서 직접 확인해 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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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진국공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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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황수님 말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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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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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진왕 전하의 세심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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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얼굴이 왜 이리 되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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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증명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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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무슨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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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아직도 도망칠 것이냐
14/01/2026
제22화거지라고 가족이 있으면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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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고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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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진왕부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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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돌이 오라버니를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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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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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저분은 언니의 부군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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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옷을 벗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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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부황의 뜻대로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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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군주가 점찍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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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명절에 어디를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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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예의범절도 모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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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민망해 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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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짐이 네게 어떻게 해주길 바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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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잠시 쉬는 것이 어떻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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