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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빈은 어릴 적부터 자신은 장차 부윤우와 결혼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기쁨과 사랑을 그에게 쏟으며, 그를 위해 성격을 다듬고 춤을 배우고 예의를 지켰다. 언젠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부연우는 시종일관 그녀를 무시하고 차갑게 대했으며, 결국 위기의 순간이 닥쳐왔을 때 서슴없이 그녀를 내쳤다. 염세빈은 그때서야 그의 마음속에 자신이라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똑똑히 깨달았다. 염세빈은 단호히 돌아섰고, 본래의 자신을 되찾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얼음 같은 남자한테 복수를 하고 몰락한 염씨 가족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놓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온 세상이 담겨 있지만, 유독 부윤우만 없게 되었다. 그러자 부연우는 당황하며 눈시울을 붉힌 채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세빈아, 내 모든 것을 줄 테니 돌아와 줄래?" 그러나 문을 연 사람은 염세빈이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냉철한 기품을 지닌 진정한 경성 거물, 그의 작은 삼촌이었다. 게다가 열린 목욕 가운 사이로 여자가 남긴 키스 자국이 보였고, 그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는 만족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세빈이를 '숙모'라고 불러. 알았지?"
"쾅! "
"무대가 무너졌어요! 빨리 사람을 구해야 해요! "
임시로 지은 무대가 예고도 없이 무너지면서 연극의 두 여주인공과 열 명 남짓한 무용수들이 바닥에 쓰러지자 무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염세빈의 왼쪽 발이 부러진 나무판에 끼어 빠지지 않았다.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빨리 피해요! 조명이 떨어지려고 해요!"
그녀가 황급하게 고개를 들자, 크리스탈 샹들리에 조명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만약 샹들리에가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 죽지 않아도 중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겁에 질린 그녀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필사적으로 왼쪽 발을 빼내려 했다. 날카롭게 부러진 나무판이 그녀의 피부를 찢자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만약 억지로 발을 빼내면, 다리 피부가 모두 찢어지고 말 것이었다.
무력감에 휩싸인 그녀는 무대 아래를 내려다보다 익숙한 실루엣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윤우였다.
그녀가 기쁜 마음에 손을 뻗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를 지나쳐 바닥에 쓰러진 진은비에게 달려가 긴 팔로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데리고 내려가 줄게."
"윤우 오빠! "
여자는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몸을 떨었다.
남자는 부드럽게 여자를 달래며 품에 안고 빠르게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염세빈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분명, 그녀가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분명, 그녀가 그의 약혼녀인데.
조명선이 끊어지자 무대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빛이 사라지는 순간, 염세빈은 부윤우가 자신을 돌아볼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고 싶은 본능에 입술을 꼭 깨문 그녀가 다리를 빼내려 할 때,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왼쪽 발이 순식간에 자유로워지더니, 다음 순간 한 힘센 손이 그녀를 감싸 안아 원래 위치에서 끌어냈다.
"쾅! "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바닥에 떨어지자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려 할 때, 문득 누군가 그녀의 앞에 서서 자신을 가려주는 것을 느꼈다.
조명이 다시 켜지자 무대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황한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다 부윤우에게 시선이 멎었다.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순간, 그는 품에 안은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지금도 자세는 변하지 않았고, 여자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염세빈은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부윤우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라고, 찰나의 착각을 했던 것이다.
"소품 담당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샹들리에가 사람을 덮쳤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
감독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자, 소품 담당자는 황급히 변명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부윤우가 드디어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간을 찌푸린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의 왼쪽 다리에 꽂혔다. 거리가 너무 멀어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의 품에 안긴 진은비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세빈아, 너… 날 죽이려고 했어? "
그녀의 비명에 강당의 모든 소리가 잠잠해졌다.
부윤우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진은비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세빈이가 조명선을 만지는 걸 봤어요. 근데 전 그때 별생각 없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저랑 다퉜는데, 제가 성 극단 자리를 두고 경쟁할 자격이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도 오랫동안 노력했는걸요, 한번 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부윤우를 올려다봤다. "전 그저 제 꿈을 좇고 싶었을 뿐인데, 세빈이가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어요. "
<비정접변>은 학교 연극단에서 선보인 인기 작품이었다. 두 여주인공이 출연하는 이 연극은 학교에서 성 극단에 인재를 보내는 발판이 되었다.
하지만 자리는 단 하나뿐이었고, 염세빈과 진은비, 둘 중 더 뛰어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무용수들 사이에서 누군가 입을 열었다.
"무대만 안 무너졌어도, 원래 동선대로면 저 조명 진은비 머리 위로 떨어졌을걸. "
"세상에, 춤추다가 맞았으면 바로 머리였을 텐데, 그럼 살 수나 있겠어? 자리 하나 때문에 너무 독한 거 아니야? " "어디 자리 때문이겠어.
부윤우 대표가 진은비 좋아하잖아. 염세빈은 집안에서 정해준 약혼녀인 거 믿고 원래부터 진은비 엄청 괴롭혔다던데. 내가 보기엔 그 자리 아니었어도 진은비 죽이려고 했을걸. "
진은비의 눈에 기쁨이 스쳤지만, 그녀는 그것을 잘 숨겼다.
그녀는 부윤우의 소매를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윤우 오빠, 오빠가 구해줘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 일은… 그냥 없던 일로 해요. "
그녀의 너그러운 태도에 주위의 비난이 더욱 거세졌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살인범을 엄벌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염세빈은 주먹을 꼭 쥐고 창백한 얼굴로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럼 경찰에 신고하세요. 제가 하지 않은 짓, 절대 인정 못 합니다! "
용서도, 화해도 없다. 배후엔 경성의 거물이 있으니까
Anne-corinne Upson
현대
제1화버려진 그녀
29/01/2026
제2화이 일은 여기서 끝입니다
29/01/2026
제3화제3장 삼촌, 살려주세요
29/01/2026
제4화제4장 아니, 내 이름을 불러줘
29/01/2026
제5화삼촌, 아파요
29/01/2026
제6화어른
29/01/2026
제7화파혼을 선언하다
29/01/2026
제8화처음이라는 말
29/01/2026
제9화네가 먼저 막말했잖아
29/01/2026
제10화어울리지 않는 사이
29/01/2026
제11화굳이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29/01/2026
제12화부윤우는 아무것도 아니야
29/01/2026
제13화발뺌할 수 없게
29/01/2026
제14화스폰서
29/01/2026
제15화염세빈
29/01/2026
제16화제16장 난 너를 모른다
29/01/2026
제17화부러움
29/01/2026
제18화침대나 데워주는 신세
29/01/2026
제19화연인 사이
29/01/2026
제20화여우
29/01/2026
제21화남자 등쳐먹는 여자
29/01/2026
제22화진실이 밝혀진 후에 사과할게요
29/01/2026
제23화그가 또 그녀를 구했다
29/01/2026
제24화따귀를 때리다
29/01/2026
제25화여우
29/01/2026
제26화나에게 용서를 빌어
29/01/2026
제27화질투
29/01/2026
제28화죽어줄게
29/01/2026
제29화차가운 사람
29/01/2026
제30화어리석은 선택
29/01/2026
제31화부찬혁을 발견하다
29/01/2026
제32화부총과 친한 사이야
29/01/2026
제33화부찬혁과 아무 사이도 아니다
29/01/2026
제34화땅을 치고 후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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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염씨 가문의 양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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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학교에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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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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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내가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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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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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병이 도지다
29/01/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