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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간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소씨 가문에서 되찾아온 천금은 촌스럽고 행실이 불량한데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깜깜무식이라고 한다. 그러자 소문의 장본인인 소혜은은 그저 헛웃음만 지었다. 또한, 명석하기로 소문난 하형준이 눈 먼 장님마냥 소혜은의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자 대수롭지 않게 흘러듣던 그녀가 삽시간에 분노했다. 그녀에 대해서는 뭐라 해도 되지만, 그녀의 남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유언비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수능시험의 최고 득점자, 유명한 디자이너, e스포츠계의 거장, 명성이 자자한 화가, 사업계의 거물이라는 정체가 하나하나 드러나자,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비난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음을 깨달았다. 결국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다. 거물의 여자를 건드리면 안 되며, 그 여자 자체가 거물이라면 더더욱 안 된다고! 왜냐하면 능력이 있는데다 속내까지 검고 꾀가 많은 여자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아가씨, 저희가 모시러 왔습니다."
소혜은은 눈앞에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들을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가씨, 회장님과 사모님께서 수년간 아가씨를 찾아오셨습니다. 여기 계신다는 걸 아시고는 바로 저희를 보내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맨 앞에 선 집사처럼 보이는 남자가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심씨 가문에서도 아가씨를 무척 기다리고 계십니다. 돌아가시면 바로 심씨 가문 도련님과 약혼하시게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알았다. 가자."
소혜은은 미리 챙겨둔 짐을 들고 차에 올라탔다.
평현은 경성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현성으로, 차로 이동하면 최소 이틀은 걸렸다.
저녁이 되자 집사는 다른 현성에 도착해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호텔을 찾아 하룻밤 묵기로 했다.
소혜은의 방은 2층 끝에 있는 201호였다. 남은 방 중 가장 좋은 방이었고, 집사와 다른 사람들은 1층에 묵었다.
여름밤은 건조하고 무더웠다. 방에 있는 에어컨이 고장 난 것을 발견한 소혜은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러자 방충망이 밤바람에 펄럭이며 밖으로 나부꼈다.
샤워를 마친 소혜은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소혜은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곧이어 창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소혜은은 경계심을 느끼고 바로 몸을 일으켰지만, 검은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침대로 뛰어들었다.
날카롭고 차가운 물건이 소혜은의 목에 닿는 것과 동시에,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지 마!"
소혜은은 바로 몸을 굳혔다.
남자의 팔에서 희미한 피 냄새가 났다. '피를 본 자라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겠지.'
밖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잠시 후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 열어, 방 검사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에 닿은 금속 물체가 더욱 힘주어 눌러오는 것이 느껴졌다.
"저놈들 보내. 안 그러면, 곱게 죽진 못할 거다!"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남자는 오른손으로 소혜은의 배를 가로막고, 왼손으로 날카로운 칼을 그녀의 목에 겨눴다. 남자의 두 동작에서 전해지는 힘만으로도 소혜은은 그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무리한 저항은 금물이었다. 그녀는 일단 남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알았어요." 소혜은은 그를 안심시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듯 덧붙였다. "괜찮을 거예요."
밖의 사람들은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하자, 카드 키를 이용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소혜은의 헐렁한 티셔츠를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몸 위에 앉힌 뒤, 이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강한 손전등 불빛이 방 안을 비췄다.
소혜은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남자의 몸에 엎드려 그를 가렸다.
"자기야, 이 호텔은 또 뭐야, 왜 이래 정말!" 소혜은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남자를 꼭 끌어안았다.
원래도 달콤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지만, 화를 내며 애교를 부리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숨소리마저 매혹적이었다.
소혜은은 아래에 있는 남자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남자는 소혜은을 끌어안고 몸을 돌리더니 이불을 끌어당겨 두 사람을 완전히 덮었다.
이불이 들썩거리고, 공기 중에 낮게 깔린 숨소리와 가느다란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숨 막히게 자극적이었다.
문 앞에 선 사람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자극적인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계속 움직였다.
호텔 경비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남자가 한창 좋을 때라 참지 못했나 봅니다… 저희가 이렇게 있는 것도 좀 그렇지 않습니까, 보아하니…"
뒤에 선 남자가 경비원을 옆으로 밀치고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소혜은은 다가오는 발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이불을 들춰 확인하려는 건 아니겠지?'
차가운 칼날이 허리에 닿자, 피부를 파고드는 듯한 그 예리함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발소리가 침대 곁에 다가오자 소혜은은 눈을 꼭 감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불이 들춰지고 손전등이 비추자 여자의 등 일부가 보였다.
침대 위 두 사람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입을 맞추는 중이었고, 남자의 손은 그녀의 옆구리를 감싸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의 머리를 끌어안자,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가렸다.
두 사람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는 더욱 친밀하게 들렸다.
그때, 문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길거리에 상황이 생겼습니다!"
남자는 바로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소혜은은 남자의 몸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커튼 틈새로 희미한 달빛이 비추자 남자는 소혜은의 가녀린 몸매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방금 전 그녀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피부에 닿았던 감촉을 떠올렸다. 그의 팔을 끌어안던 그 부드러움,
얼굴을 스치던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던 은은한 백차 향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처럼 마음을 어루만지던 달콤한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생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밖의 사람들이 들어서는 순간 바로 입을 맞추며 완벽한 연기를 해낸 소혜은은 놀랍도록 침착하고 반응이 빠른 여자였다.
입을 맞췄을 때 느껴진 그녀의 입술은 차가웠다. 서툰 움직임은 그녀가 처음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남자가 문득 입을 열었다. 방금 전처럼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아니라, 사람을 홀리는 듯한 매력적인 잠긴 목소리였다. "첫 키스였나?"
인기 많은 거물은 속이 검은 연꽃과 같다.
磨铁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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