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의 결혼

기만의 결혼

G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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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 차, 소 경매장에서 나는 남편을 보았다. 5년 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 사촌과 함께 있는 모습을. 사촌은 그들의 아들을 안고 있었다. 내 결혼 생활 전체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를 죽이려 했던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남편과 내 친할머니가 꾸민 위장극. 나는 아내가 아니었다. 나는 알리바이였다. 그들이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내게 약을 먹이려던 바로 그날, 나는 흑목 그룹의 모든 재산을 포기했고, 이혼 서류를 제출했으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1화

결혼 5년 차, 소 경매장에서 나는 남편을 보았다. 5년 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 사촌과 함께 있는 모습을.

사촌은 그들의 아들을 안고 있었다.

내 결혼 생활 전체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를 죽이려 했던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남편과 내 친할머니가 꾸민 위장극.

나는 아내가 아니었다. 나는 알리바이였다.

그들이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내게 약을 먹이려던 바로 그날, 나는 흑목 그룹의 모든 재산을 포기했고, 이혼 서류를 제출했으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1화

서은하의 시점:

결혼 5년 차, 하필이면 제주 말 경매장에서, 나는 남편의 내연녀를 보았다. 모두가 5년 전 죽었다고 믿었던 여자였다.

그녀는 경매장 울타리 바로 건너편에 서 있었다. 품에는 금발의 어린 사내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남편, 강태준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최유라. 내 사촌이었다. 5년 전, 그녀는 소떼를 몰아 나를 죽이려 했다. 계획이 실패하자,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적어도, 그들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경매사의 단조로운 목소리, 소들의 낮은 울음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 마치 스위치가 꺼진 듯 모든 소리가 아득해졌다. 내 세상은 오직 하나의 타는 듯한 이미지로 압축되었다. 이글거리는 제주 평야의 오후 햇살 아래,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처럼 보이는 세 사람.

나는 거대한 나무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서늘한 공포에 몸서리쳤다.

최유라의 꿀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숨길 생각조차 없는 우월감이 섞여 있었다.

“자기야, 정말 고마워. 자기랑 회장님 아니었으면, 나 지금쯤 감방에서 썩고 있었을 거야.”

회장님… 내 할머니. 흑목 그룹의 총수.

얼음 같은 손이 심장을 움켜쥐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뒤이어 내가 사랑했던 태준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보 같은 소리 마. 그때 상황에서는 할머니가 증거를 없애는 수밖에 없었어.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할머니가 왜 네게 옆 목장을 사주셨겠어? 우리가 서로 볼 수 있게 하려고 그런 거지.”

“그래도 은하한테는 좀 미안하네.”

최유라의 목소리에는 거짓 동정이 뚝뚝 묻어났다.

“5년 동안이나 걔랑 결혼 생활하게 만들고. 자기가 고생이 많았어.”

“너랑 민준이만 있다면 아무것도 아니야.”

태준의 목소리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냥 내 속죄라고 생각해. 모든 걸 바로잡는 나만의 방식인 거지. 너희 둘만 괜찮다면, 난 뭐든지 감당할 수 있어.”

그는 몸을 숙여 어린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민준이가 꺄르르 웃으며 작은 팔로 태준의 목을 감싸고는 외쳤다.

“아빠.”

아빠…

내 세상은 금이 간 게 아니었다.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나의 5년 결혼 생활, 내 영혼을 쏟아부은 집, 내가 그토록 조심스럽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범죄를 덮기 위한 도구였다. 나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 그의 알리바이였다. 살아 숨 쉬는 그의 속죄양이었다.

그들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눴다. 며칠 뒤, 최유라가 ‘죽은’ 바로 그 기념일에 대한 계획이었다. 태준과 할머니는 ‘성묘를 간다’는 핑계를 대고 유라의 목장에서 열리는 민준이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작정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거친 나무 기둥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격렬한 떨림이 온몸을 덮쳤고, 속이 울렁거렸다. 내 것이라 믿었던 삶은 한 편의 농담이었고, 나는 그 웃음거리였다.

바로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에 ‘할머니’라고 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의 익숙하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야, 어디 있니? 여기 사람 많으니까 돌아다니지 마라.”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지만, 이제 나는 그 본질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두려움이었다. 내가 길을 잃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최유라와 마주칠까 봐, 그녀의 완벽하고 끔찍한 거짓말이 탄로 날까 봐 겁에 질린 것이었다.

나는 흐트러진 숨을 가다듬고 억지로 평온한 목소리를 냈다.

“괜찮아요, 할머니. 그냥 황소들 있는 우리 근처에 있어요. 올해 소들이 아주 멋지네요.”

수화기 너머가 순간 조용해졌다. 이내, 할머니의 목소리가 날카로운 공포에 젖어 돌아왔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지금 바로 태준이 보낼 테니!”

전화가 갑자기 끊겼다.

2분도 채 되지 않아, 태준의 큰 키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어설프게 감춘 공포로 굳어 있었고, 목소리에는 거짓된 걱정과 질책이 뒤섞여 있었다.

“여기서 뭐 해? 한참 찾았잖아.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났어?”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때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비명을 억지로 삼키며,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아무도. 그냥… 자기가 보고 싶어서.”

그는 눈에 띄게 안도하며 어깨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나를 품에 안았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차갑게 무너져 내린 폐허가 된 채 그의 가슴에 기대어, 그가 이끄는 대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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