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배신에서 불멸의 사랑으로

벼랑 끝 배신에서 불멸의 사랑으로

Isa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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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내 남편이었던 강태준은 로맨틱한 절벽 피크닉을 데려가 주겠다고 했다. 그는 햇살처럼 따뜻하게 웃으며 내게 샴페인 한 잔을 따라주었다. 우리의 삶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경치를 감상하는 사이, 그의 손이 내 등을 세게 밀쳤다. 아래의 협곡으로 곤두박질치는 순간, 세상은 하늘과 바위의 흐릿한 잔상으로 녹아내렸다. 온몸이 부서지고 피를 흘리며 깨어났을 때, 마침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내연녀, 최유나였다. "그 여자… 죽었어?" 그녀가 물었다. "꽤 높이서 떨어졌어." 태준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차가웠다. "아무도 못 살아남아. 시체를 발견할 때쯤이면 비극적인 사고처럼 보이겠지. 가엾고 불안정한 서연우, 절벽 가장자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거야." 그의 말에 담긴 무심한 잔혹함은 추락의 충격보다 더 끔찍했다. 그는 나를 폭풍우 속에 죽도록 내버려 둔 채, 이미 내 사망 기사를 쓰고 내 죽음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었다. 절망의 파도가 나를 덮쳤지만, 이내 다른 무언가가 불타올랐다. 새하얗고 지독한 분노였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할 때, 헤드라이트 불빛이 빗줄기를 갈랐다. 고급 세단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강태준이 아니었다. 내 남편이 가장 증오하는 라이벌이자, 나만큼이나 강태준의 파멸을 원할 유일한 남자, 주지혁이었다.

제1화

5년간 내 남편이었던 강태준은 로맨틱한 절벽 피크닉을 데려가 주겠다고 했다. 그는 햇살처럼 따뜻하게 웃으며 내게 샴페인 한 잔을 따라주었다. 우리의 삶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경치를 감상하는 사이, 그의 손이 내 등을 세게 밀쳤다. 아래의 협곡으로 곤두박질치는 순간, 세상은 하늘과 바위의 흐릿한 잔상으로 녹아내렸다.

온몸이 부서지고 피를 흘리며 깨어났을 때, 마침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내연녀, 최유나였다.

"그 여자… 죽었어?" 그녀가 물었다.

"꽤 높이서 떨어졌어." 태준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차가웠다. "아무도 못 살아남아. 시체를 발견할 때쯤이면 비극적인 사고처럼 보이겠지. 가엾고 불안정한 서연우, 절벽 가장자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거야."

그의 말에 담긴 무심한 잔혹함은 추락의 충격보다 더 끔찍했다. 그는 나를 폭풍우 속에 죽도록 내버려 둔 채, 이미 내 사망 기사를 쓰고 내 죽음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었다.

절망의 파도가 나를 덮쳤지만, 이내 다른 무언가가 불타올랐다. 새하얗고 지독한 분노였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할 때, 헤드라이트 불빛이 빗줄기를 갈랐다. 고급 세단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강태준이 아니었다. 내 남편이 가장 증오하는 라이벌이자, 나만큼이나 강태준의 파멸을 원할 유일한 남자, 주지혁이었다.

제1화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고통이었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날카로운 고통이 다리에서부터 솟구쳐 눈 뒤에서 터져 나갔다. 두 번째는 젖은 흙과 으깨진 솔잎의 냄새였다. 너무나 진해서 마치 진흙을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뺨은 비에 젖어 차갑고 미끄러운 무언가에 눌려 있었다.

흐릿한 시야를 걷어내려 눈을 깜빡였다. 비가 머리카락을 얼굴에 온통 달라붙게 했고, 빗방울 하나하나가 피부에 얼음처럼 차가운 충격을 주었다. 위를 보니, 검은 나뭇가지들이 얽힌 사이로 폭풍 구름이 휘몰아치는 멍든 보랏빛 하늘이 보였다. 세상은 비참함의 교향곡이었다. 끊임없이 울리는 빗소리, 멀리서 으르렁거리는 천둥소리, 그리고 나 자신의 거칠고 절박한 숨소리.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

"그 여자… 죽었어?" 다른 목소리는 여자였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느끼한 단맛이 섞여 있었다. 최유나.

"꽤 높이서 떨어졌어. 아무도 못 살아남아." 태준의 목소리는 5년간 그가 연기했던 따스함이 완전히 사라진 채 차갑게 울렸다. 방금 아내를 죽이려 한 남자가 아니라, 비즈니스 거래를 논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조각난 기억들을 맞추려 애썼다. 절벽에서의 피크닉. 머리를 몽롱하게 만들었던 '특별한' 차가 담긴 보온병. 등 뒤에서 느껴진 갑작스럽고 잔인한 힘.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바위가 나를 향해 돌진해오던 그 끔찍한 추락의 감각. 사고가 아니었다.

*그가 한 짓이야. 그가 날 밀었어.*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구멍에서는 막힌 신음만이 새어 나왔다. 목이 타는 듯했고, 입안에는 비릿한 맛이 가득했다. 피였다.

"우리 이제 가야 해." 유나가 칭얼거렸다. "누가 차를 볼지도 몰라."

"이런 날씨에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없어." 태준은 무시하듯 말했다.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시체를 발견할 때쯤이면 비극적인 사고처럼 보이겠지. 가엾고 정신도 온전치 못한 서연우, 절벽 가장자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거야."

그의 말에 담긴 무심한 잔혹함은 땅에 부딪힌 충격보다 더한 물리적인 타격이었다. 그는 이미 내 사망 기사를 쓰고, 내 죽음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었다. 힘들어하던 아내를 잃고 슬퍼하는 자상한 남편. 역겨움에 속이 뒤틀렸다.

그들의 발소리가 위쪽 자갈밭에서 들리더니 이내 멀어졌다. 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 그리고 타이어가 자갈을 밟으며 멀어지는 소리가 폭풍우에 삼켜졌다. 그들은 떠났다. 나를 죽도록 내버려 두고.

차갑고 검은 절망의 파도가 나를 덮쳤다. 너무나 깊어서 추락이 시작한 일을 마저 끝낼 뻔했다. 나는 숲속에 버려진 망가진 인형처럼 누워 비를 맞았다. 하지만 그때, 내 영혼의 차가운 어둠 속에서 다른 불꽃이 타올랐다. 분노. 절망을 불태워버리는 새하얗고 지독한 분노였다. 그가 이기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를 지워버리게 두지 않을 것이다.

팔꿈치를 이용해 절벽 아래에서부터 기어가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고통의 파도가 온몸을 휩쓸었지만, 분노는 더 강력한 연료였다. 날카로운 나뭇가지와 돌멩이가 이미 망가진 내 드레스를 찢으며 살을 파고들었다. 그가 기념일에 사준 부드러운 실크 드레스는 이제 진흙투성이의 누더기에 불과했다.

손이 흙 속에서 작고 단단한 무언가를 잡았다. 추위로 감각이 없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꺼냈다. 정교하게 조각된 작은 나무 새였다. 진흙 속에서도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고 매끄러운 표면. 이 악몽 속에서 손바닥에 잡히는 작고 확실한 미스터리였다. 나는 생각 없이 그것을 얇은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폭풍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온몸이 격렬하게 떨려왔다. 저체온증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싸움에서 지고 있었다.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지며 가장자리가 회색으로 변해갔다. 다가오는 어둠에 굴복하려던 바로 그 순간, 한 쌍의 헤드라이트가 비에 젖은 나무들 사이를 갈랐다.

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무자비했다. 날렵한 검은색 고급 세단이 숲 가장자리의 굽은 길에서 천천히 멈춰 섰다. 심장이 갈비뼈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돌아왔나? 강태준이 내 죽음을 확인하러 돌아온 건가?*

운전석 문이 열리고, 강력한 불빛을 등진 채 키 큰 형체가 나타났다. 그는 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에 짜증이 난 최상위 포식자처럼 섬뜩할 정도로 우아하게 움직였다. 강태준이 아니었다. 이 남자는 키가 더 크고, 어깨가 더 넓었으며, 그의 존재 자체에서 차갑고 위험한 권위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헤드라이트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날카롭고 귀족적인 이목구비, 비에 젖어 뒤로 넘겨진 검은 머리, 그리고 폭풍 구름 같은 색의 눈동자. 나는 저 얼굴을 알았다. 잡지에서, 경제 뉴스 채널에서, 그리고 강태준이 텔레비전을 향해 쏘아붙이던 분노의 시선 속에서 본 적이 있었다. 주지혁. JH 그룹의 무자비한 대표이자, 내 남편의 가장 크고 증오스러운 라이벌.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차가운 경멸의 가면이었다. 그의 눈에는 동정심이라곤 없었다. 오직 짜증만이 가득했다.

그가 나를 알아보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이런. 서연우 씨. 남편의 게임이 드디어 당신을 덮친 모양이군."

그는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된 내 처참한 모습과 내 눈 속의 공포를 훑어보았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도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광경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는 나를 내 운명에 버려두려는 듯, 차 문으로 손을 뻗으며 몸을 돌렸다.

원초적인 공포가 나를 덮쳤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 나는 그의 발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내 손가락이 그의 비싼 구두의 고급 가죽을 움켜쥐었다. 내 손길은 그의 완벽함에 묻은 절박하고 더러운 얼룩이었다.

그는 얼어붙었다. 마치 뱀이라도 되는 듯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제발요."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듯한 단어가 터져 나왔다. 공포에 질린 내 눈이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가…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내 목소리에 담긴 날것 그대로의, 부정할 수 없는 공포가 그의 얼음 같은 평정을 가르는 듯했다. 차 문에 닿았던 그의 손이 멈췄다. 그는 남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와, 발밑에 놓인 끔찍하고 피 흘리는 범죄의 증거 사이에서 망설였다. 폭풍우가 우리 주위에서 몰아쳤다. 내 목숨이 내 원수의 손에 놓인 그 순간에 어울리는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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