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996/coverorgin.jpg?v=2bdf01f0334d9f2507a7565faf7236b3&imageMogr2/format/webp)
나는 10년 동안 내 후견인, 차이현을 남몰래 사랑했다.
가족이 무너진 후, 그는 나를 거두어 키웠다. 그는 내 세상의 전부였다.
열여덟 번째 생일, 나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그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맹렬한 분노였다.
그는 내 생일 케이크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소리쳤다.
"제정신이야? 내가 네 보호자야!"
그리고 내가 1년간 공들여 그린 고백의 그림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겼다.
며칠 뒤, 그는 약혼녀 윤채아를 집으로 데려왔다.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던 남자, 나를 가장 빛나는 별이라 부르던 남자는 사라졌다.
10년간의 필사적이고 뜨거웠던 내 사랑은 결국 나 자신만을 태웠을 뿐이었다.
나를 지켜줘야 할 사람은 가장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이 되었다.
나는 손에 든 연세대학교 합격 통지서를 내려다보았다.
떠나야만 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내 심장에서 그를 도려내야만 했다.
나는 수화기를 들고 아빠의 번호를 눌렀다.
"아빠."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결심했어요. 서울로 가서 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요."
제1화
차이현을 포기한 지 열여덟 번째 되는 날 아침은, 강서아가 휴대폰 잠금 화면 사진을 지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내가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차이현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무릎 위에는 경제 잡지가 놓여 있었다. 그는 나를 보며 희미하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여덟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꼬박 10년 동안 이 남자는 내 세상의 태양이었다.
내 기쁨, 분노, 슬픔, 내 세상 전체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태양을 내 손으로 꺼버리려 했다.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깨끗하고 삭막한 검은색.
강서아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식탁 위의 우유 잔을 집었다.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는 단숨에 들이켰다.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다시 휴대폰을 들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아니?"
"아빠."
그녀가 불렀다. 목소리가 조금 쉬어 있었다.
"합격 통지서 받았어요. 연대요."
아빠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감출 수 없는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잘됐구나! 서아야, 축하한다. 미술사학과 맞지? 네가 항상 꿈꾸던 학과잖아."
"네."
"그래서, 결정한 거니? 서울로 오는 거?"
"결정했어요."
강서아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요."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차이현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빠는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이현이 때문이니? 그 녀석이 또 널 힘들게 했어?"
"아니에요."
강서아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거짓말을 했다.
"그 사람 약혼하잖아요. 이제 와서 제가 계속 후견인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 집에 얹혀살 수는 없어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게다가 저도 이제 성인이잖아요. 혼자 힘으로 서는 법도 배워야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참 후에야, 아빠의 가슴 아픈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내 불쌍한 서아. 그동안 내가 못나서 그 집에서 지내느라 고생 많았지… 오는 게 맞아. 이제부터는 아빠가 우리 딸 책임질게."
그가 덧붙였다.
"우리 회사도 이제 다시 자리 잡았어. 더는 누구한테도 기댈 필요 없어. 아빠가 다 해줄 수 있어."
그 따뜻한 말에 강서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0/97976/coverorgin.jpg?v=da3c5d59082460881877c6aaca66b006&imageMogr2/format/webp)
/0/53223/coverorgin.jpg?v=0bf1b60ef1849710068cebd10cc642e7&imageMogr2/format/webp)
/0/43516/coverorgin.jpg?v=5f8cebc20f57c4255c462d824a83f0ce&imageMogr2/format/webp)
/0/90880/coverorgin.jpg?v=011e8e967b65ab407a6bdba413d78f50&imageMogr2/format/webp)
/0/44388/coverorgin.jpg?v=c467ec0fd32bc2f07ce63ed06c9daf65&imageMogr2/format/webp)
/0/46786/coverorgin.jpg?v=653000370a6564dada2e5af2163b581e&imageMogr2/format/webp)
/1/102433/coverorgin.jpg?v=1da98cd2e94be1bbf342a0db898ddbbf&imageMogr2/format/webp)
/0/48183/coverorgin.jpg?v=21130e41da0bbb743bf0771708d4db4b&imageMogr2/format/webp)
/0/42088/coverorgin.jpg?v=8d22ee1857f5f248185de54f16e411e4&imageMogr2/forma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