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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온 손님들을 모두 배웅하고 나니 어느덧 밤 10시가 되었다.
강유진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오자 현관에 놓인 익숙한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일주일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남편이 드디어 집에 돌아온 것이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고주혁에게 수백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연결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장례식장까지, 그리고 장례식까지. 친척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는 아마 일찌감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강유진의 몸에는 장례식장의 특유의 냄새가 가득 배어 있어, 집안에 은은하게 퍼진 삼나무 향과 어울리지 않았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가방을 신발장 위에 내려놓은 그녀는 슬리퍼를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 남자가 창가에 기대어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고주혁은 복도에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고, 낮은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가는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그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휴대폰을 잃어 버린 줄만 알았건만,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모양이었다.
피곤에 지친 그녀는 남편에게 연락이 두절의 이유를 묻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과거, 그녀는 우연히 고주혁의 할아버지를 구해 주었다.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병세가 위급했고, 대통령인 고주혁은 최고의 의료팀을 마련해줄 힘이 있었다.
이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으니, 그마저도 필요 없게 되었다.
3년 동안 이름만 부부로 지낸 결혼 생활도 이제 끝낼 때가 된 것 같았다.
'샤워를 하고 푹 자야지.' 그녀는 현재 그 생각 밖에 없었다.
그녀가 세 번째 계단에 발을 올렸을 때, 뒤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갔다 이제야 돌아오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강유진은 규칙적인 생활을 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퇴근 후에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부엌을 오가며 지냈다.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도, 고주혁이 대통령 관저에 돌아오기 전에 집안 일을 모두 마치고 그를 기다렸다.
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슬리퍼, 깔끔하게 다려 옷장에 걸어 놓은 셔츠, 그리고 매일 밤 9시 전에 서재에 그가 좋아하는 디퓨져와 따뜻한 홍차를 준비해 두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이 모든 일을 묵묵히 해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어머니에게 이식하기로 되어있던 심장은 이여진에게 이식되었다.
어머니는 8개월 동안 그 심장을 기다렸고, 병세는 날이 갈수록 위급해졌다. 하지만 고주혁은 그녀와 상의도 하지 않고 이여진에게 그 심장을 이식해 주었다.
강유진은 자리에 멈춰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큰 그림자가 그녀를 지나쳐 계단 앞에 멈춰 섰다.
"여진이 수술은 잘 끝났어. 내가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네 어머니에게 적합한 심장을 찾아줄게."
강유진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미간에 짙게 드리워진 슬픔을 그림자에 숨긴 채 그녀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 없어요."
고주혁은 자신이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아 토라진 줄로만 알았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여진이가 갑자기 심장병이 발작해서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어. 심장 이식이 시급했고, 그 심장이 여진이와 가장 잘 맞았어..."
그가 말하는 여자는 고주혁의 첫사랑이자 10년 동안 마음속에 숨겨둔 첫사랑이었다.
그의 변명은 꽤 그럴듯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이여진은 '영부인'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 했을 것이다. 그녀처럼 3년 동안 비밀 결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결혼식도, 결혼 반지도 없는 이 허울 뿐인 결혼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부 사람들은 대통령이 결혼했다는 것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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