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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현재 통화 중입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
A시 민정국 입구.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백아진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쌀쌀한 가을바람 아래, 아름다운 그녀의 이목구비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주먹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손에 잡힌 서류는 잔뜩 구겨져 있었다.
오늘은 남자친구 김강준와 혼인신고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그녀는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김강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김강준이 약속을 어긴 것이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다시 김강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차가운 안내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백아진이 고개를 숙이자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김씨 그룹 CEO 김강준, 여자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나타남! 두 사람의 달콤한 모습에 많은 네티즌들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여 화제.]
알림을 누르자 사진 한 장이 떴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키가 크고 귀티가 흘렀다. 비록 옆모습만 찍혔지만, 완벽한 얼굴 선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기엔 충분했다.
특히 눈빛에서 묻어나는 부드러움은...
백아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김강준의 이런 부드러운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역시나 김강준이 그토록 고대하던 첫사랑은 달랐다.
첫사랑의 전화 한 통에 그는 혼인신고처럼 중요한 일도 내팽개칠 수 있었다.
그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인터넷 기사 봤지? 눈치껏 강준 오빠 곁에서 떠나.]
발신자는 임하나였다.
김강준의 첫사랑.
백아진이 휴대폰 화면을 위로 올렸다. 임하나가 며칠 전 그녀에게 보낸 임신 검사 보고서가 나타났다.
임신 8주차.
어머니 칸에는 임하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아버지 칸에는 김강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검사 결과를 보고도 그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김강준은 매년 절반의 시간을 임하나가 있는 F국에서 보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임하나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김강준에게 문제가 있다고 의심했을 것이다.
그녀는 이별을 제안하는 대신 결혼을 제안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이 컸다.
그녀가 18살이 되던 해, 대학교 입구에서 김강준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모든 사람들은 김강준이 김씨 그룹의 황태자이며, 높은 산봉우리처럼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믿지 않고, 뜨거운 열정을 안고 불나방처럼 김강준에게 달려들었다.
김강준을 쫓아다닌 지 3년째, 그녀는 드디어 성공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뻐할 수 없었다.
고백에 성공한 다음 순간, 김강준은 임하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그녀를 홀로 차가운 바람 속에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때에야 그녀는 김강준에게 첫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숨을 길게 내쉰 백아진은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강준이 아닌, 본가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 전화기 너머의 여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백아진이 말했다. "정략결혼, 동의 할게요."
백아진의 어머니 장혜란은 딸이 드디어 마음을 돌리자 깜짝 놀랐다. "드디어 마음을 돌린 거야?"
백아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네."
"언제 돌아올 거야?"
"이번 달, 20일요."
말을 마친 백아진은 전화를 끊고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야.'
집에 도착한 백아진은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샤워를 하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사실, 그녀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7년, 자그만치 7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김강준과 너무 깊게 얽혀 있었다.
이제 보름 남짓 남았다. 그녀는 그 시간 동안 김강준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해야 했다.
밤중.
잠이 든 백아진은 침대가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고 이내 차가운 품이 그녀를 안았다.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린 그녀의 귓가에 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어둠 속, 눈을 감은 백아진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내일 아침 일찍 혼인신고 하러 가자."
다음 순간, 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이 밝게 빛났다.
차가운 품이 멀어졌고 김강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지 마. 지금 바로 갈게..."
백아진은 뒤에서 옷을 입는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웃었다.
이내, 그녀는 침대 옆 스탠드를 켜고 문으로 향하는 김강준에게 말했다. "김강준, 가지 마..."
하지만 김강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문을 열더니 그대로 문 밖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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