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익사시켰고, 나는 그의 세상을 불살랐다.

그는 나를 익사시켰고, 나는 그의 세상을 불살랐다.

Gavin

5.0
평가
1.9K
보기
25

내 약혼자, 강태준은 클라이밍 사고로 내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자, 나만을 위한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어주었다. 그는 그곳을 ‘아르카디아’라 불렀다. 나의 성역. 그의 게임 속에서 나는 망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무적이자 최강의 챔피언, ‘발키리’였다. 그는 나를 벼랑 끝에서 참을성 있게 간호해준 구원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가 IT 컨퍼런스 무대에 선 모습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게 되었다. 그는 내 재활치료사였던 주다희의 어깨를 감싼 채, 그녀가 평생을 함께할 여자라고 세상에 공표했다. 진실은 깨어있는 악몽이었다. 그는 단순히 바람을 피운 게 아니었다. 내 진통제를 몰래 약효가 더 약한 진정제 성분이 든 약으로 바꿔치기하며, 의도적으로 내 회복을 늦추고 나를 약하고 의존적인 상태로 만들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팔찌를, 내 가상 세계의 칭호를, 심지어 내가 우리를 위해 세웠던 결혼 계획까지 전부 주다희에게 넘겨주었다.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 담긴 굴욕적인 사진을 유출시켜 게임 커뮤니티 전체가 나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나를 스토커로 낙인찍었다. 결정타는 그의 승리 파티에서 그와 대면하려 했을 때 날아왔다. 그의 경호원들은 나를 구타했고, 그의 무심한 한마디에 내 정신 잃은 몸을 더러운 분수대에 던져 ‘술이나 깨게 하라’고 했다. 내가 더는 힘든 세상을 살지 않게 해주겠다던 남자가,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나를 익사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그와 그 도시를 뒤로했다. 내 다리가 다시 강해지면서, 내 결심도 굳건해졌다. 그는 내 이름과 명성, 그리고 내 세계를 훔쳐 갔다. 이제 나는 다시 접속한다. ‘발키리’가 아닌, 나 자신으로. 그리고 그의 제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제1화

내 약혼자, 강태준은 클라이밍 사고로 내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자, 나만을 위한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어주었다. 그는 그곳을 ‘아르카디아’라 불렀다. 나의 성역. 그의 게임 속에서 나는 망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무적이자 최강의 챔피언, ‘발키리’였다. 그는 나를 벼랑 끝에서 참을성 있게 간호해준 구원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가 IT 컨퍼런스 무대에 선 모습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게 되었다. 그는 내 재활치료사였던 주다희의 어깨를 감싼 채, 그녀가 평생을 함께할 여자라고 세상에 공표했다.

진실은 깨어있는 악몽이었다. 그는 단순히 바람을 피운 게 아니었다. 내 진통제를 몰래 약효가 더 약한 진정제 성분이 든 약으로 바꿔치기하며, 의도적으로 내 회복을 늦추고 나를 약하고 의존적인 상태로 만들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팔찌를, 내 가상 세계의 칭호를, 심지어 내가 우리를 위해 세웠던 결혼 계획까지 전부 주다희에게 넘겨주었다.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 담긴 굴욕적인 사진을 유출시켜 게임 커뮤니티 전체가 나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나를 스토커로 낙인찍었다.

결정타는 그의 승리 파티에서 그와 대면하려 했을 때 날아왔다. 그의 경호원들은 나를 구타했고, 그의 무심한 한마디에 내 정신 잃은 몸을 더러운 분수대에 던져 ‘술이나 깨게 하라’고 했다.

내가 더는 힘든 세상을 살지 않게 해주겠다던 남자가,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나를 익사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그와 그 도시를 뒤로했다. 내 다리가 다시 강해지면서, 내 결심도 굳건해졌다. 그는 내 이름과 명성, 그리고 내 세계를 훔쳐 갔다. 이제 나는 다시 접속한다. ‘발키리’가 아닌, 나 자신으로. 그리고 그의 제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제1화

한서리 POV:

내 침실의 유일한 불빛은 손에 쥔 휴대폰에서 새어 나왔다. 작은 화면 속에서도 조각처럼 완벽한 강태준의 얼굴이 그가 연설하는 IT 컨퍼런스 무대 조명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라이브 스트리밍. 원래대로라면 나는 저기, 맨 앞줄에 그의 자랑스러운 약혼자로 앉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사고 이후 그가 나를 위해 지어준 이 금박 입힌 새장 안에 갇혀 있었다.

평소라면 닳아빠진 내 신경을 어루만져주던 그의 목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서 부자연스럽게 울려 퍼졌다. 어둠 속에서 내게 약속을 속삭이던 그 목소리, 끔찍한 재활 치료 시간 내내 나를 격려해주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말들은 전부 틀렸다.

“주다희 씨는 뛰어난 재활치료사, 그 이상입니다.”

그가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선언했다. 그의 팔은 소유욕을 드러내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주다희, 내 재활치료사. 그녀의 미소는 눈이 부시게 밝았다. 바위가 쏟아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내 세상이 무너지기 전, 내가 짓던 미소를 완벽하게 흉내 내고 있었다.

“그녀는 ‘아르카디아 크로니클’의 다음 진화를 위한 영감 그 자체입니다. 우리 회사의 심장이죠. 그리고 제가 평생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여자입니다.”

숨이 고통스럽게 터져 나왔다. 휴대폰을 쥔 내 손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매끄러운 케이스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불과 몇 분 전, 익명의 번호로 전송된 영상 클립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한 가십 사이트의 소셜 미디어 피드에 올라온 짧은 영상이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여자.

그 말들이 텅 빈 머릿속을 의미 없이 맴돌았다. 그녀가 그 여자라면,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침실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열리고, 복도의 불빛 한 줄기가 바닥을 가로질렀다.

“서리야? 자기야, 왜 불을 다 끄고 있어?”

익숙하고 능숙한 걱정이 묻어나는 강태준의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메인 조명이 깜빡이며 켜지자, 나는 갑작스러운 밝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발소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비싼 가죽 구두가 마룻바닥에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내 휠체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차가운 손을 내 이마에 얹었다.

“몸이 축축하네. 아파? 약 먹을 시간 놓쳤어?”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내 시선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어린 걱정스러운 주름을 좇았다. 이 남자는 몇 주 동안 내 병원 침대 곁을 지켰다. 참을성 있게 밥을 먹여주고, 몸을 씻겨주고, 망가진 내 몸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속삭여주던 남자였다. 그는 혁신적인 햅틱 VR 게임인 ‘아르카디아 크로니클’을 오직 나를 위해, 내가 다시 산을 오를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내 다리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내가 강해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저 무대 위의 남자, 방금 다른 여자에게 평생을 맹세한 남자는… 내 강태준이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알던 강태준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주다희 씨, 당신한테 어떤 사람이야, 태준 씨?”

그는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영상을 보자 그의 미소가 흔들렸다. 그의 눈에 스친 한순간의 당황은 이내 지친 듯한 짜증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아, 진짜. 또 이거야?”

그는 한숨을 쉬며 완벽하게 세팅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자기야, 내가 말했잖아. 그분 부모님이 우리 회사 주요 투자자라고. 따님 빨리 안정적인 사람 만나 정착하라고 압박이 심해서, 나한테… 대외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거야. 그분들 눈속임용으로 잠깐 가짜 연애하는 척하는 거지. 전부 비즈니스야.”

주다희. 그가 석 달 전 나를 위해 고용했던 재활치료사. 내가 독립성을 되찾도록 돕기로 되어 있던 사람.

나는 그를 지켜보며 침묵했다. 그의 첫 반응, 그 당황은 너무나도 진짜 같았다.

내 눈에서 의심을 읽었는지, 그는 허둥지둥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봐.”

그가 내 얼굴 앞에 화면을 들이밀었다.

“여기 우리 문자 내용이야. 다 있어. 발표 계획 짜는 거, 그쪽 집안 홍보팀이랑 조율하는 거. 이건 그냥 게임이야, 서리야. 회사 차원의 게임.”

나는 메시지들을 훑어보았다. 그럴듯해 보였다. 심지어 딱딱하기까지 했다. 비즈니스 용어와 일정 메모로 가득했다. 내 가슴속에서 얼음덩이처럼 굳어 있던 심장이 아주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알았어.”

나는 속삭였다. 싸울 기운이 빠져나갔다. 피곤했다. 고통도, 의심도, 이 방의 네 벽도 모두 지긋지긋했다.

그는 안도하는 듯 어깨에 힘을 뺐다. 그는 나를 끌어안고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맹세할게, 서리야.”

그가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뿐이야. 언제나.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어.”

나는 그의 품에 기댔다. 익숙한 그의 향수 냄새가 나를 감쌌다. 나는 그를 믿고 싶었다. 믿어야만 했다.

“일으켜 줘.”

새로운 결심이 내 목소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걷는 연습하고 싶어.”

그의 얼굴이 내가 사랑에 빠졌던 그 구원자의 미소로 환하게 빛났다.

“물론이지, 내 사랑.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그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손은 내 허리를 단단하고 강하게 받쳤고, 그의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능숙했다. 나는 시험 삼아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다리가 떨렸지만 버텨주었다. 우리가 방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 그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는 움찔하며 휴대폰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뺐다.

“그냥 받아, 태준 씨.”

나는 벽에 기대며 말했다.

“일이겠지.”

그는 고마운 표정을 짓고는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으며 문을 부드럽게 닫았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숨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고 벽을 밀었다. 한 걸음. 그리고 두 걸음. 내 움직임은 점점 더 안정되고 자신감이 붙었다. 진짜 미소,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짓는 미소가 내 입가에 번졌다. 할 수 있다. 나는 강해지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벽을 짚으며 방을 가로질러 문까지 갔다.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눈에 비친 자랑스러움을 보고 싶었다. 나에 대한 그의 믿음, 우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내 손가락이 차가운 문고리에 닿는 순간, 복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능숙한 온기가 모두 벗겨진,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알아, 다희야, 안다니까. 사랑해, 정말로. 하지만 그 감정과는 달라. 내가 어떻게 널 떠나겠어?”

내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 여자가 영상을 봤어. 진정시켜야 했지. 걱정 마, 내 말 믿었으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응, 약사한테 이미 말해뒀어. 내일 진통제는 진정제 부작용 있는 저용량으로 바꿔놓을 거야. 회복 속도를 딱 적당히 늦춰주겠지. 우리한테 시간이 조금만 더 필요해.”

“아무도 우리 사이 모를 거야. 약속해.”

계속 읽기

Gavin의 다른 책

더보기
그의 약속은 그녀의 감옥

그의 약속은 그녀의 감옥

로맨스

5.0

내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던 날. 약혼자였던 강태준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약속하면서. 7년 전, 그는 내 부모님과 함께 내게 애원했다. 입양된 동생, 최세희가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써 달라고. 세희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 그들은 세희가 너무 연약해서 교도소 생활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내게 선고된 7년은 그저 작은 희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청담동의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태준의 전화가 울렸다. 세희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웅장한 현관에 나를 혼자 내버려 둔 채, 그녀에게 달려갔다. 곧이어 집사가 다가와 내가 3층의 먼지 쌓인 창고 방에 머물러야 한다고 통보했다. 부모님의 명령이었다. 세희가 돌아왔을 때, 내 존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제나 세희가 우선이었다. 그 애 때문에 내 대학 장학금도 빼앗겼고, 그 애 때문에 내 인생의 7년도 잃었다. 나는 그들의 친딸이었지만, 그저 쓰고 버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날 밤, 비좁은 방에 홀로 누워 있을 때였다. 교도관 한 분이 몰래 쥐여준 싸구려 대포폰이 진동했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8년 전, 내가 지원했던 기밀 직책에 대한 채용 제안이었다. 새로운 신분과 즉각적인 해외 이주 패키지가 포함된 조건. 탈출구였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답장을 입력했다. “수락하겠습니다.”

오년의 기만, 평생의 복수

오년의 기만, 평생의 복수

재벌

5.0

나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JS 그룹의 상속녀였다. 보육원에서 힘겹게 보낸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나를 끔찍이 아꼈고, 남편은 나를 소중히 여겼다. 내 인생을 망치려 했던 여자, 윤채라는 정신병원에 갇혔다. 나는 안전했다. 나는 사랑받고 있었다. 내 생일날, 나는 남편 이환의 사무실에 깜짝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를 찾은 곳은 시내 건너편의 한 개인 갤러리였다. 그는 윤채라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병원에 있지 않았다. 내 남편과 그들의 다섯 살배기 아들 곁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유리창 너머로 이환이 그녀에게 입 맞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로 오늘 아침, 그가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익숙하고 다정한 몸짓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내 생일 소원은 거절당했다. 그가 이미 아들을 위해 공원 전체를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생일은, 내 생일과 같은 날이었다. "쟤는 가족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서 우리가 하는 말은 뭐든 믿잖아." 숨통을 조여오는 잔인함이 섞인 이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보면 좀 불쌍하지." 나의 모든 현실. 이 비밀스러운 삶의 자금을 대준 사랑하는 부모님, 헌신적인 남편. 모든 것이 5년간의 거짓말이었다. 나는 그들이 무대 위에 세워둔 바보에 불과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환이 그의 진짜 가족과 함께 서서 보낸 문자였다. "방금 회의 끝났어. 너무 피곤하다. 보고 싶어." 그 태연한 거짓말이 마지막 결정타였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그저 감사할 줄만 아는 한심한 고아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얼마나 틀렸는지,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비슷한 작품

5년간의 사랑, 한 통의 전화로 산산조각 나다

5년간의 사랑, 한 통의 전화로 산산조각 나다

Gavin
5.0

5년간 사랑했던 남자, 차이현과의 결혼식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획된 삶이었다.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현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서지우가 심각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이현의 여자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이현은 우리의 결혼식을 미뤘다. 그리고 내게 자신의 형, 차이준의 여자친구인 척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부 “지우를 위해서”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가 지우와 함께 과거를 재현하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지옥 같은 고통을 견뎌야 했다. 한때 나를 향했던 그의 모든 다정한 몸짓은 이제 전부 그녀의 것이었다. 지우의 인스타그램은 두 사람의 “다시 불붙은” 사랑을 위한 공개적인 성지가 되었다. #진정한사랑 이라는 해시태그가 모든 사진에 도배되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획기적인 치료법을 가진 병원까지 찾아냈지만, 이현은 코웃음 치며 무시했다. 그러다 나는 그의 진심을 엿듣고 말았다. 나는 그저 “대체품”일 뿐이었다. 어차피 “갈 데도 없는” 여자니까 얌전히 기다릴 “쿨한 여자”. 내 인생의 5년, 내 사랑, 내 헌신이 한순간에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그 차갑고 계산적인 배신감에 숨이 멎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덫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마음대로 나를 이용하고, 나중에 돌아오면 내가 고마워하며 받아줄 거라고 믿었다. 온몸의 감각이 마비된 채, 나는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때, 나는 이현의 조용한 형, 이준을 만났다. “결혼해야겠어요, 이준 씨. 누구든 상관없어요. 최대한 빨리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조용히 모든 것을 지켜보던 이준이 대답했다. “내가 그 상대가 되어주겠다면요, 윤서 씨? 진짜로.” 고통과 지독한 복수심에 불타오르던 내 안에서, 위험하고도 절박한 계획이 피어올랐다. “좋아요, 이준 씨.” 새로운 결심이 내 목소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이현 씨가 당신의 신랑 들러리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제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해야 할 거예요.” 가면극은 이제 곧 시작될 터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정한 규칙대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이현은 그 신부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남편의 죄악, 내 마음의 복수

남편의 죄악, 내 마음의 복수

Gavin
5.0

내 결혼은 완벽했다. 첫 아이를 임신했고, 남편 강태준은 나를 여왕처럼 떠받들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 꿈은 산산조각 났다. 그가 어둠 속에서 내 살결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속삭였을 때. 김가영. 내가 직접 키운 우리 회사 신입 변호사였다. 그는 실수였다고 맹세했지만, 가영의 계략이 악랄해질수록 그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내게 약을 먹이고, 작업실에 가뒀으며, 나를 계단에서 밀어 병원 신세를 지게 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배신은 가영이 가짜 교통사고를 꾸며 내게 뒤집어씌운 후에 일어났다. 태준은 내 머리채를 잡고 차에서 끌어내 뺨을 후려쳤다. 그러고는 간호사를 협박해 그의 내연녀를 위해 내 피를 뽑게 했다. 그녀에겐 필요하지도 않은 수혈이었다. 내가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동안 그는 나를 짓누르며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입게 된 우리 아이를 희생시켰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사라지고, 나를 죽게 내버려 둔 악마만 남았다. 그 병원 침대에 누워, 나는 두 통의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내 변호사에게였다. "혼전 계약서의 불륜 조항을 발동시켜요. 그놈을 빈털터리로 만들어 주세요." 두 번째는 10년 동안 말없이 나를 사랑해 온 남자, 윤지후에게였다. "지후 씨." 내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 남편을 파멸시키는 거, 도와줘요."

나의 두 번째 기회, 그리고 그의 후회

나의 두 번째 기회, 그리고 그의 후회

Gavin
5.0

아버지의 죽음으로 맺어진 계약. 그 계약에 따라 나는 스물두 번째 생일에 케이라인 가문의 남자와 결혼하고, 그룹의 차기 CEO를 결정해야만 했다. 몇 년 동안, 나는 강태준을 쫓아다녔다. 내 짝사랑이 언젠가 그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 굳게 믿으면서. 하지만 내 생일 파티에서,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에게 주려던 팔찌를 내 의붓 여동생, 윤주아에게 건넸다. "그냥 익숙해져, 신채아." 그가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곧 CEO가 될 몸인데, 여자 하나에 묶여 살 순 없잖아." 그는 나를 염치없고 악랄한 여자라고, 가문의 망신이라고 불렀다. 내게 모욕감을 주고, 주아와 바람을 피웠으며, 그의 아내가 되고 싶다면 그의 외도를 모두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그의 잔인함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때리고, 심지어 우리 결혼식 날에는 나를 칼로 찌르려 하기까지 했다. 지난 생에서, 나의 맹목적인 헌신은 비참한 결혼 생활로 끝이 났다. 그는 천천히 나를 독살했고, 나는 홀로 죽어갔다. 그가 내 의붓 여동생과 행복하게 사는 동안.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그 파티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내 선물을 주아에게 건네기 바로 직전의 순간으로. 이번에야말로, 나는 진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를 선택하지 않을 거란 것도.

바로 읽기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