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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는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박주헌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헌아, 연서가 돌아왔으니 너희도 이제 결실을 맺어야지. 하지만 너희 집에 있는 그 여자 말인데, 성격이 만만치 않던데? 걔가 거절하면 어떻게 할 거야?"
유리문 너머, 조명이 어두운 탓에 박주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무심한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걘 아직 어려, 애가 하는 말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
"김유나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걔가 널 좋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 걔가 널 쫒아 다닌지도 몇년이 됐는데, 정말 단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 없냐?"
진성우의 질문에 김유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녀도 궁금했다. 박주헌이 자신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 있는지.
나른한 자세로 소파 중앙에 앉아 있는 박주헌은 성숙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는 아직 어려. 그리고 너희들, 다시는 그런 농담 하지마. 유나는 그저 내 조카일 뿐이야. 걔를 좋아하게 될 일은 절대 없어."
'걔를 좋아하게 될 일은 절대 없어.'
그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김유나의 심장을 꿰뚫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문 밖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래,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연히 민연서겠지. 네 첫사랑이잖아. 김유나와는 차원이 다르지."
박주헌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따가 민연서 앞에서 유나 얘기 꺼내지 마. 오해할까 봐 걱정돼."
"그게 우리한테 부탁한다고 될 일이냐?"
진성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김유나 성격 몰라? 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걸?"
"맞아."
옆에 있던 친구도 맞장구치며 웃으며 놀렸다. "근데 박주헌. 김유나도 이제 스무 살이 넘었어? 그냥 세컨드로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집에 한명, 밖에 한명 얼마나 좋아? 걔는 널 미친듯이 좋아하잖아. 아마 거절하지 않을 걸?"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주헌이 싸늘한 눈빛이 그에게 닿았다.
"헛소리 집어 쳐. 애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형한테 입양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야.
"내 마음 속엔 민연서 하나 밖에 없어.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역겨우니까."
문고리를 잡고 있던 김유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내 사랑이 역겨웠다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한 순간에 힘이 풀려 버렸고 말 할 힘조차 없었다.
고개를 숙인 김유나는 고인 눈물을 꾹 참으며 걸음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어두운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프라이버시가 잘 보장되어 있는 이 술집은 한적한 강변 가에 위치해 있다. 그 탓에 길가에 택시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김유나는 생일 선물을 꼭 움켜쥔 채, 빠르게 걸었다.
방금 들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지난 몇년 동안, 난 대체 뭘 고집하고 있었던 걸까?'
'나...김유나... 그렇게 하찮은 여자였나?'
김유나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고,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걷다 보니 어느새 사거리에 다다랐고 지나다니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그녀의 눈을 찔렀다. 순간.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선물을 놓치고 말았다.
생일 선물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상금으로 산 커프스, 꽤 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강서준, 네 제안에 동의 할게. 결혼 하자."
강서준은 그녀보다 다섯 살이 많았다. 그는 박씨 가문 이웃에 살았고 둘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 나중에 강서준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학을 떠났고, 얼마 전에야 돌아왔다.
현재 강북에 자리를 잡은 그는 며칠 전에 김유나를 불러 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그는 고민을 털어 놓았다. 집안에서 너무 결혼을 재촉을 하는 탓에 진저리가 난 다는 것이다.
"유나야. 우린 어쩔 수 없이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팔자야. 집안 어른 들은 우리가 행복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아. 그들은 그저 결혼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있어."
"어차피 결혼을 해야 하는 거라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우리 둘이 결혼하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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