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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아아, 그래 거기. 더 세게!" 제이슨의 방문 너머로 두 사람이 침대에서 얽히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고, 자스민은 저도 모르게 어금니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루나 안나는 특별히 제이슨을 저녁 식사에 불러달라고 부탁했지만, 지금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이와 방 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내는 열정적인 신음은 자스민 마음 속의 무언가를 자극했고,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노일까? 아니면 질투?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제이슨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자스민에게 이 신음 소리는 견딜 수 없는 것일 테니. 하지만 어째서인지 발걸음이 쉬이 떨이지질 않았다.
"아, 미친! 너무 좋았어." 자스민은 방문 가까이에 서서 겨우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는데, 방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제이슨이 나왔다. 바지만 입은 그의 선명한 복근이 자스민의 눈에 들어왔다. 방 안에 있는 그 여자는 스테파니였다. 자스민이 두려워하는 그 이름. 스테파니는 속옷만 겨우 걸친 차림이었다. '나쁜 자식!' 자스민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머, 늑대로 변할 수 없는 자스민이 여기 있었네." 자신을 향한 스테파니의 비웃음에 자스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스테파니는 자스민을 볼 때마다 그녀가 아직 늑대로 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늘 상기시켜주곤 했다.
"여기서 뭐해?" 하지만 자스민이 좋아하는 제이슨이 바로 앞에 있었고, 그녀는 그를 향해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아... 난... 저녁 식사 때문에..." 자스민은 꼭 이런 순간에 위축되어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제이슨은 아무 대답 없이 피곤하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스민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자스민이 그의 부모님에게 사랑 받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자스민이 늑대로 변하지 못하는 걸 제이슨은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비록 그에게 더 말은 하지 못했지만, 제이슨이 자신을 잠깐이라도 보는 걸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자스민은 알아차렸다.
그녀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가슴이 아팠다. 그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스민은 마음이 쓰라렸다. 그를 향한 자스민의 시선은 늘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제이슨의 눈빛은 늘 무관심했고, 심지어 차갑고 경멸이 담겨있을 때도 있었다. 전형적인 제이슨의 모습이었다.
"잠깐만! 너 같은 루저는 제이슨의 얼굴을 보거나 방문을 두드릴 자격도 없어. 다음에 그런 부탁 받으면 그냥 거절해." 스테파니는 특유의 권위적인 태도로 말했다.
자스민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리고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스테파니가 갑자기 방에서 나오더니 자스민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그만해, 스테파니!" 제이슨이 단호하게 나서서 말렸고, 스테파니는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자스민은 그녀를 있는 힘껏 노려본 뒤 등을 돌려 걸어갔다.
자스민의 인생이 원래 이렇다. 그녀는 늑대로 변하지 못하는 10대 소녀로 테인 족에게 입양됐으니, 제이슨이 그녀를 싫어하는 것도 당연했다. 제이슨은 사람들한테 자스민을 여동생이 아닌 입양아로 소개할 때가 많았고, 덕분에 '입양아'라는 수식어가 늘 그녀를 따라다녔다. 자스민이 저런 인간을 좋아하게 된 것 조차 스스로 의문일 정도였다.
페크는 자스민이 귀족에게 입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를 존중해주었다. 그래서 아무도 자스민의 결점에 대해 감히 입 밖에 내질 못했다. 그런 말을 했다간 루나 안나가 그 혀를 바닥에 굴러다니게 만들 테니까.
타네스와의 식사는 평소처럼 조용했다. 아빠는 엄마 맞은편에 앉았고, 자스민은 제이슨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저녁 식사는 늘 빨리 끝나곤 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아마도 자스민이 워낙 제이슨을 자주 쳐다본 데다 음식에는 한 숟가락도 대지 않은 게 이유였을 것이다.
"음식 대신 날 잡아 먹을 모양이네." 제이슨이 음식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자스민에게 비아냥거렸다.
자스민은 눈을 몇 번 빠르게 깜박인 뒤 다시 음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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