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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연은 누군가 그녀의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옷을 마구 찢어 벗기는 느낌을 받은 것과 동시에 귓가에는 남자들의 비웃음이 섞인 듯한 거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뜨자마자 음흉하게 생긴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하하, 마침 깨어났네. 하마터면 지루할 뻔했잖아."
말을 마친 남자는 우악스러운 손짓으로 소서연의 옷깃을 찢었다.
눈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가 드러나자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특수부대 출신인 그녀는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두 팔에 힘을 실어 남자를 단숨에 제압하려 했으나,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내 몸이 아니야!'
그녀는 분명 테러리스트의 폭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다른 사람의 몸에 영혼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바로 상황을 파악한 소서연은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더니 두 눈에 살기가 넘실거렸다.
힘으로 이길 수 없으니, 비열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훈련 기억을 떠올린 소서연은 젖 먹던 힘까지 주어 남자가 그녀의 몸을 덮치려 할 때, 다리 사이를 힘껏 걷어찼다.
"쾅!" 소리와 함께 남자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천한 계집이, 감히 날 밀어내? 내 오늘 반드시 네년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고통스럽게 몸을 웅크린 남자는 그녀를 향해 험한 욕설을 내뱉었다.
남자의 일행이 반응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손서연은 남자들의 포위망에서 빠르게 빠져 나왔다.
"저년을 당장 잡아 오거라. 지옥이 어떤 것인지 내 똑똑히 알려줄 것이다!"
도적 우두머리는 다리 사이를 감싸 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무리의 도적들이 일제히 소서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편, 누군가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 숲길의 끝에서, 시위병이 호화롭기 그지없는 마차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때, 섬세한 손가락이 마차 문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광택 하나 없는 검은색의 망포를 입은 남자의 굵은 이목구비가 싸늘하게 식어 내렸고, 고고한 분위기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이 감돌아 주위 사람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의 지독히고 깊은 눈동자가 소서연을 발견하더니 놀라운 빛이 약간 피어 올랐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보기에 약해 빠진 것 같지만, 정확히 급소만 노리는 공격은 보통 사람의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마차 곁에 선 시위 욱이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예는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힘이 모자라군. 힘을 조금 더 키웠다면 도적들이 큰코다칠 수도 있을 텐데."
마차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멈춰 섰고, 도적 무리들 중 누구도 마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소서연의 공격은 도적들의 화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들을 찾아 사주한 사람은 그녀의 몸만 더럽히고 목숨은 해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도적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고, 몇몇은 허리춤에 찬 칼까지 꺼내 들고 소서연의 뒤를 쫓았다.
앞으로 빠르게 내달리는 소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 무기도 없는 그녀는 한 무리 도적의 상대가 될 수 없는 데다, 도적들이 무기까지 휘두르면 상황은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특수 부대 요원 출신인 그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가랑이를 움켜잡고 있는 도적 우두머리를 흘깃 돌아본 그녀는 그를 인질로 삼아 남은 도작들을 협박하기로 마음먹었다.
소서연은 뒤쫓아오는 도적들의 심기를 더욱 도발한 후, 도적 우두머리를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하지만 그녀는 몸 주인의 체력을 과대평가했다.
몇 발짝 달리지도 않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땅에 주저앉아버렸다.
'이제 끝났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끝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소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목을 겨눴다.
"이런, 안타깝게 되었군."
마차에 기대선 욱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 여자는 꽤 영리해 보이나, 운이 좋지 않은 것 같네. 게다가 왕야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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