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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조용한 응급실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차가운 기계음이 유난히도 귀에 거슬렸다.
"아직도 전화를 안 받아요?" 간호사가 참다못해 물었다.
나지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간호사를 향해 미안한 듯 웃어 보였지만 그 미소에는 약간의 억지가 섞여 있었다. "제가 직접 서명해도 될까요?"
간호사는 시간을 낭비한다고 투덜거리며 마취 동의서를 그녀에게 건넸다.
일곱 통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주민우는 끝내 받지 않았다. 정말로 시간 낭비였다. 만약 손바닥 창상 수술이 아닌 생사가 걸린 대수술이었다면, 가족이 서명하러 오길 기다리는 시간이면 시신마저 식어버렸을 것이다.
국소 마취 후, 의사는 핀셋으로 손바닥에 박힌 작고 날카로운 유리 파편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제거하며 그녀가 어쩌다 이렇게 다쳤는지 궁금해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불면증으로 잠이 오지 않아 시간을 때우려고 무언가 하려 했을 뿐인데, 재수 없게도 유리창을 닦다가 유리가 갑자기 깨지는 일을 당한 것이다.
의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직업병처럼 그녀가 장기 불면증을 앓고 있는지 물었다.
나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늘 잠을 잘 잤고, 오늘 밤 잠을 설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띠링.
문자 알림음이 그녀와 의사의 대화를 끊었다. 나지아가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보니 낯선 번호로 영상 하나가 와 있었다.
영상은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지아는 한눈에 주민우를 알아봤다.
남자는 아침에 자신이 고른 그 정장을 입고 있었고, 길고 곧은 다리를 느긋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다. 신이 직접 조각한 듯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는 어디를 가든지 여성들의 비명을 자아낼 만큼 매력적이었다.
다만 그 눈매가 너무나 차가워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어도 사람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여자는 예외였다.
3년 만이었지만, 나지아 역시 한눈에 상대를 알아보았다.
문여린, 나지아 남편의 마음을 빼앗은 사람이다.
문여린은 주민우의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실크 소재의 복고풍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이 그녀의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여 마치 조각된 옥처럼 빛났다.
3년간의 해외 유학은 그녀에게 화가 특유의 예술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주민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깊은 애정으로 가득 차 있어, 실로 가련하고 사랑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러브샷을 하라고 부추겼고, 문여린은 수줍어하면서도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주민우는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눈빛에는 무심한 듯한 바람기가 흘렀다. 그는 손을 들어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 들었다.
영상은 거기서 갑자기 끝났다.
나지아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씁쓸하게 웃었다.
'어쩐지 일곱 통이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더라니.'
오늘 문여린이 귀국했으니, 주민우가 그녀와 함께 있을 거라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다.
하지만 나지아가 몰랐다면, 왜 하필 오늘 밤만 불면증에 시달렸겠는가?
단순히 생각하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른 문제였기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가 없었다.
나지아는 방금 치료를 마친 오른손으로 글자를 입력하며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한 달 숙려 기간이 끝났어. 내일 오전 10시, 법원에서 봐.]
주민우와 결혼한 3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나지아를 그런 다정한 눈빛으로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눈에서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혐오뿐이었다.
그렇다. 주민우는 나지아를 혐오했다. 그에게 나지아와 결혼하라고 강요한 사람이 그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었고, 또 그녀와 결혼하는 바람에, 마음속 사랑하는 여인과 3년이나 생이별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지아 역시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암에 걸렸고, 아직 이루지 못한 유언이 있었다. 항암 주사 한 방에 2억 원이나 했으니, 그녀로서는 주민우의 고모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와 결혼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처음부터 목적이 순수하지 않았기에 주민우에게 죄책감을 느꼈던 나지아는, 3년 내내 그의 식사와 일상을 정성껏 돌보았고 그가 아무리 심한 말을 내뱉어도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3년이면 개를 키워도, 그 개가 아플 때 걱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민우는, 나지아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이 필요할 때, 마음속 그녀와 러브샷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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