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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아, 이제 곧, 장례를 진행해야 하는데 지훈이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야?"
하얀 상복을 입은 하예진은 어머니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빈소의 하얀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육지훈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를 잃었다. 임신 7개월 차임에도 불고하고 그녀는 힘든 몸으로 7일간 빈소를 지켰다. 하지만 결혼 한지 3년 된 남편은 여태 나타나지 않았다.
육지훈은 매일 일로 바빴고 하예진은 그런 그를 이해했다.
지금도 그랬다. 그녀는 그가 일로 바빠 오지 못하는 거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일로 바쁜 모양이에요."
하예진은 눈물을 훔치며 안간힘을 써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 몸이 아니라 거동이 너무 불편했다. 이내,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례식을 시작하시죠."
곁에 있던 큰 어머니 강채원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예진아, 육대표는 대체 얼마나 바쁘길래 7일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네 어머니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니?"
사촌 동생 하지연이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엄마, 그게 아니잖아요. 육대표는 작은 어머니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언니를 무시하는 거라고요. 아, 언니 뱃속에 있는 아이도 마찬가지고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하지만 하예진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씁쓸함을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육지훈을 좋은 남편이라 생각했고 그가 일부러 오지 않는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일에 묶여 오지 못하는 게 분명해.' 그녀는 그 말로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현실은 커다란 손바닥이 되어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언니, 이거 형부 아니야?" 하지연이 휴대폰을 보며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형부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
하지연은 즉시 하예진 눈앞으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하예진이 시선을 내려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 휴대폰에서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건 오늘 이지만 영상 자체는 어제 찍힌 거였다.
<육씨 그룹, 육대표 사랑하는 허은정을 위해 호텔 전체를 빌려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서 화제!>
영상 속, 아름 다운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화면에 나타난 남자는 기세 넘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옆에 있는 여자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으며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그윽했다. 옆에 앉은 여자는 하늘을 오색찬란하게 물들이는 불꽃을 가리키며 웃고 있었고 그녀의 환하게 웃는 모습은 아름다운 불꽃보다도 눈이 부셨다.
화면 속에서 불꽃이 현란하게 피어 오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눈에 익은 뒷모습, 그녀는 한 눈에 그게 자신의 남편 육지훈임을 알아 보았다.
어젯밤... 그는 다른 여자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렇게 성대한 파티를 준비했다...
머리가 하얘진 그녀는 몸이 굳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지연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형부가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바쁘긴 하네, 다른 여자의 생일을 축하 해 주기 위해 호텔을 통째로 빌릴 정도로 말이야."
하예진은 주먹을 꽉 말아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육지훈이 다른 여자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 주는 모습이 끊임 없이 맴돌았다.
그녀는 그가 바쁜 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 장례라는 이렇게 큰 일이 닥쳤음에도 그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 혼자서 감당했다.
7일 동안,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녀의 어머니의 빈소에 찾아 와 조문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다른 여자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영상 속 여자는 육지훈의 첫사랑이자, 그가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허은정이다.
반면에 하예진과 육지훈은 육씨 가문 어르신의 명령으로 결혼한 사이다. 육씨 가문의 어르신은 하예진의 아버지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하여 그는 은혜도 갚을 겸, 하예진에게 든든한 버팀목을 찾아 주기 위해 육지훈더러 하예진과 결혼하라고 명령했다.
결혼 한 3년 간, 하예진은 육지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일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고 그에게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았다.
육지훈은 차갑고 감정이 메마른 남자였다. 명절, 기념일은 안중에도 없었고 일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오늘이 되어서야 하예진은 깨달았다. 그는 감정에 메마른 남자가 아니었다. 그저 그녀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을 뿐이다.
현재, 그가 준비한 성대한 파티와 하늘을 수놓은 불꽃은 하예진을 세상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가슴이 찢어 지는 것 같았으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휴대폰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비참한 모습을 보이긴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 어머니의 장례는 끝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하예진은 허리를 숙여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더니 사람들의 조롱 어린 눈빛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눈을 감기 직전까지 육지훈을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러번 전화를 걸었지만 육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허은정과 함께 있느라 바빴겠지...'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육지훈과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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