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가는 동안, 그는 첫사랑과 함께했다

내가 죽어가는 동안, 그는 첫사랑과 함께했다

rabb

5.0
평가
8.3K
보기
10

발렌타인데이에 말기 위암 진단을 받았고,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혼란과 공포에 휩싸여 제정신이 아닌 나한테 세바스찬 내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미안해, 베티.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는 진지하게 약속했다. "우리 혼인을 배신한 건 아니야. 그녀와의 관계는 그냥 정신적 유대감일 뿐이고 육체적인 관계는 절대 없어. 너에 대한 내 감정도 변함없고 남편으로서의 책임도 계속 다 할 거야." 나는 진단서를 꼭 쥔 채 힘겹게 몇 마디를 뱉었다. "그래. 허락할게." 세바스찬은 놀라는 한편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베티, 날 떠나지 마. 그녀를 사랑하지만, 너를 더 사랑해. 제발 화내지 말고 소란도 피우지 마."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럴게."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서 소란을 피울 일은 없었다.

제1화

발렌타인데이에 말기 위암 진단을 받았고,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혼란과 공포에 휩싸여 제정신이 아닌 나한테 세바스찬 내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미안해, 베티.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는 진지하게 약속했다. "우리 혼인을 배신한 건 아니야. 그녀와의 관계는 그냥 정신적 유대감일 뿐이고 육체적인 관계는 절대 없어. 너에 대한 내 감정도 변함없고 남편으로서의 책임도 계속 다 할 거야."

나는 진단서를 꼭 쥔 채 힘겹게 몇 마디를 뱉었다. "그래. 허락할게."

세바스찬은 놀라는 한편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베티, 날 떠나지 마. 그녀를 사랑하지만, 너를 더 사랑해. 제발 화내지 말고 소란도 피우지 마."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럴게."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서 소란을 피울 일은 없었다.

1.

세바스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차가운 손을 잡았다. "왜 얼굴이 이렇게 창백해? 위가 또 아픈 거야?"

위에서 다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내가 말기 위암 환자이고 죽음의 문턱에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가 나를 걱정하는 걸 알지만,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어?" 내가 물었다.

그는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푹 숙여 발끝만 보며 우물쭈물거렸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괜찮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어."

세바스찬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재즐린이 임신 9개월이야."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세바스찬은 서둘러 설명했다. "재즐린과 관계를 가진 적 없어. 그 아이는 시험관 아기 시술로 생긴 아이야."

내가 충격받을까 봐 그는 말도 되지 않는 논리로 나를 설득하려 했다. "베티, 너도 늘 아이를 원했지만 건강 문제로 가질 수 없었잖아. 재즐린의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가 함께 키우자. 이후에 아기는 너를 엄마라고 부르고 우리의 아이가 될 거야."

나는 멍하니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바라보았고,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 그의 희망과 갈등이 가득 찬 눈빛을 보면서, 나는 대답했다. "그래."

세바스찬은 순간 멍해졌다가 놀랍고 기쁜 마음에 나를 끌어안고 진심 어린 눈물을 흘렸다. "고마워, 베티."

그가 나를 꽉 안는 바람에 위가 눌렸고, 목구멍에서 피와 위산의 냄새가 올라왔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세바스찬이 내 상태의 이상을 눈치챌까 봐 두려운 마음과 기대감이 뒤섞였다.

그는 위암을 전문으로 다루는 종양전문의다.

세바스찬은 그의 기쁨에 휩싸여 있었고, 두 눈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채로 빛나고 있었다. "재즐린은 매력적인 여성이야. 만나면 너도 분명 좋아하게 될 거야."

나는 실망했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바스찬의 마음은 이미 나를 떠난 지 오래였다. 그러니 내가 죽으면 그는 많이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바스찬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

재즐린은 몸을 숙였고, 세바스찬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슬리퍼를 신겼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나한테 무릎을 꿇었다. "언니, 미안해요."

세바스찬도 무릎을 꿇고 조심스레 그녀의 편을 들며 말했다. "베티, 이쪽이 재즐린이야.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고, 먼저 재즐린을 쫓아다녔어."

갑자기 심장이 날카롭게 아파 위의 통증도 잊을 지경이었다.

그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을 보며, 이상한 감정이 교차했다. 답답하고 힘이 빠지며,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솔직히 세바스찬이 내 남편이 아니었다면 둘이 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는 긴 곱슬머리와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었다. 임신하여 배가 나왔지만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은 다른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고 싶어하는 연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중 한 사람은 10년 동안 같이 살아온 내 남편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정신적 불륜 상대였다.

목구멍의 피 맛을 삼키며 재즐린을 일으켜 세우려 손을 뻗었다. "임신 중인데 바닥이 차가워요. 출산 예정일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괜찮다면 여기서 지내도 돼요. 그럼 세바스찬이 당신을 돌보기 편리할 테니깐요."

이 말을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나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고, 재즐린은 곧 세상에 태어날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었다. 이제 내가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럴 필요 없어." 세바스찬은 재즐린을 일으켜 세우며 그녀와 그녀의 배를 보호하듯 감쌌다.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다시 밀려왔고, 위의 통증이 다시 솟구쳤다.

재즐린은 세바스찬을 원망하는 눈길로 바라보며,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언니, 미안하다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건 알지만, 만약 괜찮다면 나한테 속죄할 기회를 줘요."

그녀의 눈은 밝고, 진심 어린 순수함이 가득했다. "세바스찬한테서 언니가 어렸을 때부터 위가 안 좋았다고 들었어요. 난 영양학을 배웠어요. 언니의 위가 좋아지도록 내가 돌봐줄게요."

위에서 타오르는 고통이 점점 심해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황급히 입을 가리고 화장실로 비틀거리며 갔다.

변기통을 껴안은 채, 나는 피를 토했고, 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따뜻한 손이 내 어깨에 닿았고, 세바스찬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티, 괜찮아?" 나는 입을 닦으며 급히 변기 물을 내리려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작동하지 않았다.

세바스찬은 나를 걱정하는 듯 말했지만, 그의 시선은 거실의 재즐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피를 보지 못한 걸 알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되는 것이 왜 두려운지 모르겠다.

마음속의 쓴맛을 억누르며 오래전 준비한 이혼 합의서를 꺼내 그에게 서명을 부탁했다. "한 달 후면 너희 아기가 태어날 거야. 이건 당신에게 주는 내 선물이야."

계속 읽기

rabb의 다른 책

더보기

비슷한 작품

피의 빚은 피로 갚아야 한다

피의 빚은 피로 갚아야 한다

rabbit
5.0

전생에 그녀는 나라를 위해 5년간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그 군공을 여동생에게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헛된 마음을 품고 있었던 약혼자는 냉담하게 지켜보며 그녀를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그녀는 눈 내리는 밤에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모든 사람에게 피로 갚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가식적인 가족과 쓰레기 배신자에게 냉소를 던지며 말했다. "군공, 보상 내 약혼자가 탐 나? 제발 다 가져가!" 그리고 그녀는 궁중 연회에서 무릎을 꿇고 한구석에서 휠체어에 앉은 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폐하, 신녀와 유왕 전하의 혼인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예왕 강운혁은 다리가 완전히 망가져서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성격도 괴팍한지라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는 존재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미쳤다고 비웃으며 자포자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본 것은 바로 그 남자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온 강력한 힘이었다. 그녀는 그를 도와 다시 용기를 되찾고 다리를 치료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 안정된 삶을 약속하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가짜 여동생이 그녀의 군공으로 자랑을 늘어놓고 진짜 친어머니가 모략으로 그녀의 인생을 조종하려 했다... 그녀는 예왕과 손을 잡고 일일이 그들의 음모를 간파하며 속 시원하게 혼줄을 냈다. 그러던 어느날, 예왕은 모든 문무환관 앞에서 다시 우뚝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진정한 장수의 관인을 보여줬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신복했고 한때 그들이 버린 두 사람은 이미 손을 잡고 세상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동화는 산산조각 났다 — 그의 잔인한 배신

내 동화는 산산조각 났다 — 그의 잔인한 배신

Gavin
5.0

IT 대기업의 총수, 주지환과의 9년간의 결혼 생활은 동화 그 자체였다. 그는 나를 미치도록 아끼는 강력한 거물이었고, 나는 그의 세상이었던 뛰어난 건축가였다. 우리의 사랑은 모두가 부러워하며 전설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교통사고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는 지난 9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깨어났다. 나도, 우리의 삶도, 우리의 사랑도,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사라졌다. 대신 나를 원수로 여기는 괴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릴 적 친구라는 가면을 쓴 교활한 한세라의 계략에 빠져, 그는 하찮은 빚을 핑계로 내 동생을 죽였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생의 장례식장에서 부하들을 시켜 내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잔인함으로, 내 목소리를 훔쳐 갔다. 내 성대를 외과적으로 이식해 한세라에게 주었고, 나는 목소리를 잃고 산산조각 났다. 나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던 남자는 나의 고문관이 되었다. 그는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를 향한 나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던 사랑은 마침내 순수하고 절대적인 증오로 변했다. 그는 내가 파괴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내 죽음을 위장하고, 그의 제국 전체를 불태워 버릴 증거를 세상에 흘린 뒤 사라졌다. 내가 결혼했던 남자는 이미 죽었다. 이제 그의 얼굴을 한 괴물이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

바로 읽기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