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원치 않는 짝과 그녀의 금지된 마법

그의 원치 않는 짝과 그녀의 금지된 마법

G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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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나는 알파의 반려였지만, 내 남편 강태준은 다른 여자에게만 애정을 쏟아부었다. 성대한 팩의 연회가 열리던 날, 우리 위로 거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위태롭던 가면극은 산산조각 났다. 그 끔찍한 찰나의 순간, 태준은 선택을 내렸다. 그는 나를 난폭하게 밀쳐냈다. 안전한 곳이 아닌, 사방으로 튀는 파편 더미 속으로. 그는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았지만, 그 대상은 오직 그의 정부인 유채리뿐이었다. 내가 눈을 뜬 곳은 의무실이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내 안의 늑대와의 연결은 평생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마침내 그가 찾아왔을 때, 그의 얼굴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그는 내 침대 곁에 서서 가장 잔혹한 배신을 행했다. 신성한 반려의 연을 무참히 끊어내는 ‘관계 단절 의식’을. 영혼이 찢겨 나가는 고통에 심장이 멎었다. 요란하게 울리던 심박 측정기가 길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순간, 팩의 주치의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내 모습과 태준의 냉혹한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가 절규했다. “달의 여신이시여, 사모님께선… 알파의 후계자를 임신하셨습니다!”

제1화

5년간 나는 알파의 반려였지만, 내 남편 강태준은 다른 여자에게만 애정을 쏟아부었다.

성대한 팩의 연회가 열리던 날, 우리 위로 거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위태롭던 가면극은 산산조각 났다.

그 끔찍한 찰나의 순간, 태준은 선택을 내렸다.

그는 나를 난폭하게 밀쳐냈다. 안전한 곳이 아닌, 사방으로 튀는 파편 더미 속으로. 그는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았지만, 그 대상은 오직 그의 정부인 유채리뿐이었다.

내가 눈을 뜬 곳은 의무실이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내 안의 늑대와의 연결은 평생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마침내 그가 찾아왔을 때, 그의 얼굴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그는 내 침대 곁에 서서 가장 잔혹한 배신을 행했다. 신성한 반려의 연을 무참히 끊어내는 ‘관계 단절 의식’을.

영혼이 찢겨 나가는 고통에 심장이 멎었다.

요란하게 울리던 심박 측정기가 길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순간, 팩의 주치의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내 모습과 태준의 냉혹한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가 절규했다. “달의 여신이시여, 사모님께선… 알파의 후계자를 임신하셨습니다!”

제1화

로즈마리 향을 입혀 구운 양갈비 냄새가 온 집안을 따스하게 채워야 했다. 한때 신성하다고 믿었던 5년의 인연을 증명하는 향기로운 증거처럼. 하지만 공기는 서늘하고 차가웠다. 기다림의 침묵이 모든 향기를 집어삼켰다.

나는 심플한 리넨 원피스 자락을 열 번째 매만졌다. 부드럽지만 익숙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불안하게 요동치는 속마음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가늘고 긴 화병에 꽂힌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바로잡는 손끝이 떨렸다. 완벽하게 홀로 핀 꽃. 꼭 나처럼.

*이걸 보면….*

나는 절박하게, 늘 그랬듯 주문을 외웠다.

*내 노력과 사랑을 보고, 다시 기억해 줄 거야.*

하지만 지난 1년간 지치고 영리해진 내 안의 다른 내가 속삭였다. 그건 어리석은 희망일 뿐이라고. 내가 붙잡으려는 건 실체 없는 유령이라고.

홀에 있는 괘종시계가 아홉 시를, 그리고 열 시를 알렸다. 양갈비는 차갑게 식어갔다. 그레이비소스는 굳어버렸다. 내가 켰던 단 하나의 촛불은 길고 음산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외로움의 망령처럼 일렁였다. 평소라면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위로해 주었을 내 안의 늑대도 내 불안을 느낀 듯, 안절부절못하며 울고 있었다. 녀석도 나만큼이나 반려의 부재를 사무치게 느끼고 있었다.

열한 시 반이 되어서야 현관문이 열렸다. 그 소리는 내가 지켜온 고요한 기다림을 깨부수는 불협화음 같았다. 청림 팩의 알파이자 내 반려인 강태준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가 붙들고 있던 연약한 희망은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그는 식탁을 보지 않았다. 나를 보지도 않았다. 폭풍우 치는 바다 같은 그의 눈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값비싼 가죽 재킷 아래로 다부진 어깨가 긴장으로 굳어 있었고, 턱선은 냉정하고 단단했다. 하지만 내 숨을 앗아간 것은 그의 몸에 밴 냄새였다. 비에 젖은 흙, 야생적인 야망, 그리고… 역겹도록 달콤한 유채리의 향수 냄새.

어리석고 고집 센 심장이 가슴 속에서 쿵 내려앉았다.

*오늘만은 제발… 아니길 바랐는데.*

“늦었네.”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귓가를 울리는 거대한 실망감에 묻혀버린 작은 속삭임이었다.

그제야 그가 나를 보았다. 그의 시선이 정성껏 차린 식탁과 손도 대지 않은 음식, 희망을 담은 장미 한 송이를 차갑게 훑었다. 따스함도, 미안함도 없었다. 오직 내 존재 자체가 짊어져야 할 짐인 양, 뼛속까지 파고드는 깊은 피로감만이 가득했다.

“바빴어, 은하야.”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짜증스러웠다. 그는 재킷을 벗어 의자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 무심함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유채리의 향기가 더욱 짙어져 우리 집을, 모든 것을 더럽혔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 만들었는데.”

나는 식어버린 저녁 식사를 가리키며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그의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마른 손으로 자신의 검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네 그 감상적인 놀이, 이제 정말 지긋지긋해. 언제까지 이런 연극에 어울려 줘야 하는데?”

모든 단어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정확히 내 심장에 박혔다. *지긋지긋한. 연극. 감상적인 놀이.* 그는 내 사랑을 선물이 아닌 귀찮은 의무로 여겼다. 내가 몇 시간 동안 준비한 식사, 하루 종일 소중히 되새겼던 추억들. 그 모든 것이 알파로서의 그의 위대한 삶에 방해가 되는 성가신 요구일 뿐이었다.

내 안의 늑대가 상처 입은 짐승처럼 낮게 울었다. 그 소리는 내 영혼의 고통을 그대로 반영했다. 나는 눈물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면 그를 더 짜증 나게 할 뿐이니까.

그는 나를 지나쳐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의 무게에 마룻바닥이 신음했다. 냉장고 문이 열리고 병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맥주 한 병을 들고 돌아와 손목 스냅으로 병뚜껑을 땄다. 그는 긴 한숨과 함께 맥주를 들이켰다.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내 어깨 너머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내가 이미 벽지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처럼.

“팩 원로회 회의가 길어졌어.”

그는 형식적이고 공허한 변명을 던졌다. 거짓말이었다. 그의 온몸에서 진실의 냄새가 났으니까.

*그냥 물어봐.*

내 안의 파괴적인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정면으로 부딪쳐. 이 지옥을 끝내버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 끔찍한 악몽을 현실로 만들 그 말을 듣는 것이 두려운 겁쟁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내 잔칫상 앞에 유령처럼 서 있었다. 내 반려가 다른 여자의 향기를 풍기며 맥주를 마시는 동안.

*

이틀 후, 가슴 속 상처는 여전히 곪아 터지고 있었다. 우리는 공식적인 팩의 만찬에 참석했다. 태준이 체면을 위해 꼭 참석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 자리였다. 팩 하우스의 웅장한 홀은 대화와 웃음소리로 윙윙거렸고, 공기는 와인과 구운 고기 냄새로 가득했다. 식기가 도자기에 긁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신경을 거슬렀다. 나는 상석에 태준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소희가 꼭 입으라고 했던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완벽한 알파의 반려 모습을 연기하면서.

“정말 아름다워.”

소희는 나를 동정하는 눈빛으로 말했었다. 그 동정심이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가 뭘 놓치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해줘.”

하지만 태준은 나를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늘 그랬듯, 테이블 저편의 유채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좌중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녀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내 신경을 날카롭게 긁었다. 매끄러운 검은 머리와 반짝이는 눈동자, 자신감 넘치는 활기찬 늑대의 기운을 뿜어내는 그녀는 부인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여자였다.

몇 년 전 국경 분쟁에서 얻은 오랜 부상의 후유증이 허리 아래쪽을 날카롭게 찔렀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날이 추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통이었다. 오늘 밤은 유난히 더 끔찍했다. 나는 숨을 헉 들이마시며 아픈 곳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마디로 쑤시는 부위를 세게 눌렀다.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현기증이 몰려왔다. 머리 위 샹들리에의 반짝이는 불빛이 시야에서 흐릿하게 번졌다.

나는 태준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이며 힘겹게 속삭였다.

“태준 씨, 허리가… 오늘따라 너무 아파요.”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미동도 없었다. 그의 모든 신경은 유채리에게 쏠려 있었다. 그녀는 방금 어떤 사소한 무례를 당했다며 아랫입술을 파르르 떠는, 완벽한 슬픔을 연기하고 있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죠? 정말 모욕적이에요!”

유채리의 목소리가 테이블을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태준의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표정은 내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다정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게 울렸다.

“그런 애 말은 신경 쓰지 마, 채리야. 상대할 가치도 없어. 넌 그런 것 따위에 상처받을 사람이 아니잖아.”

그는 나를 완벽하게, 철저하게 무시했다. 내 육체적 고통은 그에게 보이지 않았다. 유채리가 꾸며낸 감정 놀음보다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공개적인 선언이자, 명백하고 잔인한 우선순위의 표명이었다. 나는 두 번째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허리의 통증은 희미한 불씨 같았지만, 심장의 고통은 맹렬한 불길처럼 타올랐다. 다른 팩 구성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동정, 그리고 수군거림. 수치심이 뜨거운 열기가 되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더는 머물 수 없었다. 단 1초도 그의 인생의 소품으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내 반려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용히 의자를 뒤로 밀고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나는 고개를 든 채 웅장한 홀을 걸어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허리의 통증과 내 존재의 무가치함이라는 crushing 무게에 맞서는 싸움이었다.

*

나의 유일한 안식처는 작업실이었다. 우리 집 뒤편, 개조된 작은 창고에 자리한 그곳은 말린 허브와 오존, 그리고 낡은 양피지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나는 태준의 무시당하는 반려가 아니었다. 여기서는 나 자신이었다. 반짝이는 가루와 희귀한 수정이 담긴 병들이 선반을 가득 채웠다. 천장에는 허브 다발이 매달려 있었고, 단 하나의 창문으로 쏟아지는 달빛 속에 향기로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내 마법은 우리 팩에서 드문 것이었다. 대부분이 무력과 팩의 정치에 의존하는 반면, 나는 원소에 대한 친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내와 집중을 요구하는 조용하고 어려운 마법. 그것이 나의 위안이었다.

나는 익숙한 나무 의자에 주저앉았다. 허리의 욱신거림을 무시하고 얕은 구리 그릇 위로 두 손을 들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유채리를 위로하던 태준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내 안의 차갑고 텅 빈 공간, 한때 그의 애정이 있던 그 자리에 집중했다. 그 차가움과 아픔을 끌어모아 내 힘으로 전환했다.

서서히 그릇 가장자리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섬세하고 복잡한 패턴으로 퍼져나갔다. 내 고통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것이었다. 완벽한 눈송이 하나가 내 손바닥 위 허공에서 나타나 부드럽게 맴돌다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그것은 작은 창조 행위였다. 내 세상이 무너져 내릴 때에도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부드러운 차임벨 소리가 내 집중을 깨뜨렸다. 작업대 위에 놓인 작고 마법이 부여된 태블릿, 보안이 철저한 원거리 통신 장치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거의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메시지는 암호화되어 있었고, 모든 마법 분야를 관장하는 권위 있고 중립적인 조직인 ‘백은 길드’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숨이 멎었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해독했다.

작업실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글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선명하게 빛났다.

*청림 팩의 서은하.*

*귀하의 독특한 원소 시그니처가 위원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에 귀하를 한 달 후 보름달이 뜨는 날 개최되는 ‘천상 대회’에 공식적으로 초대합니다. 대회 전 갈라에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될 예정입니다.*

천상 대회. 10년에 한 번 열리는 마법 토너먼트. 모든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실력자들이 모이는 자리. 그것은 전설이자 꿈이었다. 신분도, 팩도, 반려가 누구인지도 아닌, 오직 실력만이 중요한 곳.

심장이 갈비뼈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희망에 찬 리듬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초대장이 아니었다. 탈출구였다. 기회였다. 무시당하는 고통과 끝없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

아주 오랜만에, 꾸며내지 않은 진심 어린 미소가 내 입가에 번졌다. 작고 연약했지만, 진짜였다.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비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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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라의 숨통이 조여왔다. 가슴이 거대한 족쇄에 짓눌리는 듯했다. 여섯 살배기 아들, 이준이가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굳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 박지훈의 이름을 힘겹게 내뱉으며 119에 전화하라고 애원했다. “엄마가 숨을 못 쉬어요!” 이준이가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내연녀 최유라와 ‘인맥 관리’ 중이던 지훈은 그저 ‘공황장애’일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몇 분 뒤, 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아라를 위해 불렀다던 구급차는 이제 겨우 발목을 ‘삐끗했을’ 뿐인 유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아라의 세상이 산산조각 났다. 작은 가슴에 영웅심이 불타오른 이준이는 도움을 청하러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그대로 차에 치이고 말았다. 끔찍한 충돌음. 그녀는 제 비극 속의 유령처럼, 구급대원들이 작고 부서진 아이의 몸을 하얀 천으로 덮는 것을 지켜봤다. 지훈이 유라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의 아들이 죽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 끔찍한 공포. 뼈를 깎는 죄책감. 이준이의 마지막 모습이 뜨거운 낙인처럼 영혼에 새겨졌다. 어떻게 아빠가, 남편이, 이토록 괴물같이 이기적일 수 있을까? 쓰디쓴 후회가 영혼을 잠식했다. 최유라. 언제나 최유라였다. 그 순간, 아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살아있는 이준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달려왔다. 이건 끔찍하고도, 불가능한 두 번째 기회였다. 그 파멸적인 미래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찾고, 아들을 지키고, 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결혼식을 몇 주 앞두고, 내 약혼자는 나만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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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샤워 중이었다. 우리 부부의 아침을 깨우는 익숙한 물소리였다. 나는 그의 서재 책상 위에 커피잔을 올려놓았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5년간의 결혼 생활 속, 나만의 작은 의식이었다. 그때, 남편의 노트북 화면에 이메일 알림이 번쩍였다. ‘강이안 유아세례식에 초대합니다.’ 우리 부부의 성. 보낸 사람은 유채리, 팔로워가 수십만인 SNS 인플루언서였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의 아들을 위한 초대장이었다. 내가 존재조차 몰랐던 아들. 나는 그림자 속에 숨어 성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보았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남편. 그의 검은 머리와 눈을 쏙 빼닮은 작은 사내아이였다. 아이의 엄마인 유채리는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가족처럼 보였다. 완벽하고 행복한 가족.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일 때문에 바쁘다며 아이 갖기를 거부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잦은 출장과 야근은 전부 그들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거짓말은 그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눈이 멀 수 있었을까? 나는 그를 위해 미뤄두었던 취리히 건축 펠로우십 재단에 전화를 걸었다. “펠로우십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내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 “바로 떠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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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개월 동안 IT 업계의 거물, 권도혁의 완벽한 아내였다. 우리의 결혼은 동화 그 자체라고 믿었다. 그의 회사에서 시작하는 내 인턴 생활을 축하하기 위한 환영 만찬은, 우리의 완벽한 삶을 기념하는 자리여야만 했다. 그 환상은 그의 아름답고 정신 나간 전 여자친구, 윤채아가 파티에 난입해 스테이크 나이프로 그의 팔을 찔렀을 때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핏물이 아니었다. 내 남편의 눈빛이었다. 그는 자신을 공격한 여자를 품에 안고, 오직 그녀만을 위한 다정한 한마디를 속삭였다. “언제나.” 그녀가 내 얼굴의 점이 자기를 따라 한 것이라며 칼을 들이댔을 때, 그는 옆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개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가 나를 굶주린 개들이 있는 켄넬에 던져 넣는 것을 그는 지켜봤다. 그는 그녀가 나를 폭행하도록 내버려 뒀고, 내 목소리를 망가뜨리겠다며 내 목구멍에 자갈을 쑤셔 넣는 것도, 그녀의 부하들이 문틈에 내 손을 끼워 부러뜨리는 것도 방관했다. 정체 모를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으로 그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그는 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죽음의 문턱에 갇힌 나는 2층 창문에서 몸을 던졌다. 피를 흘리며 부서진 몸으로 달리면서, 나는 몇 년 동안 걸지 않았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진혁 삼촌.” 나는 전화기에 대고 흐느꼈다. “이혼하고 싶어요. 그리고 삼촌이 그 사람을 파멸시키는 걸 도와줬으면 해요.” 그들은 내가 아무것도 아닌 여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방금 진양 가문에 전쟁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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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화는 산산조각 났다 — 그의 잔인한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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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대기업의 총수, 주지환과의 9년간의 결혼 생활은 동화 그 자체였다. 그는 나를 미치도록 아끼는 강력한 거물이었고, 나는 그의 세상이었던 뛰어난 건축가였다. 우리의 사랑은 모두가 부러워하며 전설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교통사고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는 지난 9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깨어났다. 나도, 우리의 삶도, 우리의 사랑도,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사라졌다. 대신 나를 원수로 여기는 괴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릴 적 친구라는 가면을 쓴 교활한 한세라의 계략에 빠져, 그는 하찮은 빚을 핑계로 내 동생을 죽였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생의 장례식장에서 부하들을 시켜 내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마지막 잔인함으로, 내 목소리를 훔쳐 갔다. 내 성대를 외과적으로 이식해 한세라에게 주었고, 나는 목소리를 잃고 산산조각 났다. 나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던 남자는 나의 고문관이 되었다. 그는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를 향한 나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던 사랑은 마침내 순수하고 절대적인 증오로 변했다. 그는 내가 파괴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내 죽음을 위장하고, 그의 제국 전체를 불태워 버릴 증거를 세상에 흘린 뒤 사라졌다. 내가 결혼했던 남자는 이미 죽었다. 이제 그의 얼굴을 한 괴물이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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