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작별이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흔적

최후의 작별이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흔적

Ga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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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부터, 정체불명의 병이 내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끊임없는 고통을 무시했다. 성공한 건축가인 남편, 차진혁의 완벽하고 헌신적인 아내가 되기 위해서. 우리의 결혼이 끝장난 그날 밤, 그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그의 젊은 후배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서로의 품에 안겨, 더없이 행복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사진을. 내가 그를 추궁하자, 그는 나를 정신 나간 여자로 몰아세우며 그녀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곧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나와 함께 만들기로 했던 가정을, 다른 여자와 꾸리고 있었던 것이다. 절망에 빠져 위로를 구하러 엄마에게 달려갔지만, 엄마는 그의 편을 들었다. "차 서방은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말했다. "네가 유난 떨지 않으면 돼."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나를 돌보겠다고 맹세했던 그. 하지만 내가 가장 약해졌을 때, 그와 나의 가족은 나를 버렸다. 내 고통을 그저 투정으로 치부하면서. 하지만 바로 그날, 나는 진단을 받았다. 말기 뇌종양. 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몇 달뿐이었다. 그 순간, 모든 슬픔이 사라졌다. 나는 희생자로 죽지 않을 것이다. 남은 날들을 오직 나를 위해 살 것이다. 그리고 그는, 평생 그 대가를 치르며 살게 될 것이다.

제1화

6개월 전부터, 정체불명의 병이 내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끊임없는 고통을 무시했다. 성공한 건축가인 남편, 차진혁의 완벽하고 헌신적인 아내가 되기 위해서.

우리의 결혼이 끝장난 그날 밤, 그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그의 젊은 후배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서로의 품에 안겨, 더없이 행복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사진을.

내가 그를 추궁하자, 그는 나를 정신 나간 여자로 몰아세우며 그녀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곧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나와 함께 만들기로 했던 가정을, 다른 여자와 꾸리고 있었던 것이다.

절망에 빠져 위로를 구하러 엄마에게 달려갔지만, 엄마는 그의 편을 들었다.

"차 서방은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말했다.

"네가 유난 떨지 않으면 돼."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나를 돌보겠다고 맹세했던 그. 하지만 내가 가장 약해졌을 때, 그와 나의 가족은 나를 버렸다. 내 고통을 그저 투정으로 치부하면서.

하지만 바로 그날, 나는 진단을 받았다. 말기 뇌종양. 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몇 달뿐이었다.

그 순간, 모든 슬픔이 사라졌다. 나는 희생자로 죽지 않을 것이다. 남은 날들을 오직 나를 위해 살 것이다. 그리고 그는, 평생 그 대가를 치르며 살게 될 것이다.

제1화

강아리엘 POV:

내 결혼이 죽어가던 그 밤은 요란한 폭발이 아니라, 응답 없는 전화기 너머의 숨 막히는 침묵으로 시작되었다.

밤 11시. 그리고 자정. 새벽 1시가 되었다.

우리 아파트의 통유리창 너머로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불빛은 네온과 그림자가 뒤섞인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번졌다. 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유리창이 덜컹거렸고, 이미 위태롭던 내 신경도 함께 흔들렸다.

지난 6개월 동안 나를 괴롭혔던, 익숙하고 둔한 통증이 뼛속 깊이 자리 잡았다. 관절에서 시작된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그 느린 불길은 나를 영원한 피로 속에 가뒀다. 캐시미어 담요를 어깨에 둘렀지만, 한기는 몸 안에서,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 나왔다.

내 엄지손가락이 휴대폰 화면 속 차진혁의 프로필 사진 위를 맴돌았다.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눈부시게 빛나던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미소. 그는 무적처럼 보였다. 행복해 보였다. 사랑에 빠져 있었다.

나는 열 번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음성 사서함. 또다시.

"진혁입니다.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평소 내 모든 불안을 잠재워주던 그의 따뜻한 저음이, 이제는 작은 스피커를 통해 공허하고 멀게만 들렸다.

우리가 나눈 메시지 기록을 스크롤했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오후 4시 30분에 와 있었다.

`차진혁: 회의가 길어지네. 저녁 기다리지 마.`

`아리엘: 알았어. 별일 없는 거지?`

`아리엘: 사랑해.`

내 마지막 두 메시지 옆에는 '읽음' 표시 대신 '전송됨'이라는 글자만 찍혀 있었다.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진혁은 야심가였고, 건축계의 떠오르는 스타였으며,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꼼꼼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는 항상 답장을 했다. 언제나. 그게 단 한 글자짜리 짧은 문자일지라도, 그는 꼭 확인했다.

내 메시지 창이 화면 위에서 나를 비난하듯 깜빡였다.

`아리엘: 그냥 확인차. 너무 늦네.` (오후 9:15 발신)

`아리엘: 아직도 회의 중이야? 조금 걱정돼.` (오후 10:30 발신)

`아리엘: 진혁아, 제발 괜찮다고 연락 좀 줘.` (오전 12:45 발신)

새 메시지를 썼다 지우는 동안 입력 중임을 알리는 점 세 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어지럼증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는 소파 팔걸이를 꽉 잡았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의사들은 스트레스, 건강염려증, 시간이 너무 많은 여자의 막연한 불평이라며 내 증상을 일축했다. "잠을 더 자세요, 아리엘 씨. 요가를 해보시고요."

하지만 이 느낌, 이 심각한 육체적 쇠약감은 스트레스 이상이었다. 마치 내 몸이 서서히, 조용히 멈춰가는 것 같았다.

화면 상단에 알림이 울렸고,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

진혁에게서 온 문자가 아니었다.

SNS 친구 요청이었다.

`김서아 님이 친구가 되고 싶어 합니다.`

모르는 이름이었다. 프로필 사진은 전문적으로 찍은 증명사진이었다.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날카롭고 지적인 눈매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가진 젊은 여자. 자기소개는 짧았지만, 그 야망이 거의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가온건축 주니어 건축가. 청사진 하나하나로 미래를 짓습니다.`

가온건축. 진혁의 회사였다. 그가 몇 주 동안 입이 닳도록 칭찬하던 신입 후배였다. "그 친구 정말 똑똑해, 아리엘. 진짜 실력이 장난 아니야."

내 병보다 더 무겁고 오싹한, 차가운 공포가 등골을 타고 기어올랐다. 왜 그의 젊고 야심 찬 동료가 새벽 1시 30분에 나에게 친구 요청을 보내는 걸까?

내 손가락이 떨리며 그녀의 프로필을 클릭했다. 전체 공개였다. 가장 위에 있는 게시물은 두 시간 전에 올라온 것이었다. 사진 한 장.

아니, 이건 사진이 아니었다. 선전포고였다.

진혁이 좋아하는 세련되고 모던한 바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전경에는 칵테일 두 잔이 축배를 들 듯 부딪히고 있었다. 한 손은 틀림없이 남자의 손, 강인하고, 내가 3주년 기념일 선물로 준 은색 인장 반지가 새끼손가락에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은 섬세한 여자의 손이었다. 핏빛처럼 짙은 붉은색으로 완벽하게 관리된 손톱.

사진 아래의 캡션은 단 한 문장, 파괴적인 한 문장이었다.

`나의 미래를 나만큼 선명하게 봐주는 남자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숨이 턱 막혔다. 방 안의 공기가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내 머리는 논리적인 설명을 찾으려 미친 듯이 회전했다. 팀 회식. 클라이언트와의 저녁 식사. 내 직감이 비명을 지르는 그것만 아니면 무엇이든.

그때, 나는 보고야 말았다. 진혁의 칵테일 잔 곡면에 비친, 휴대폰을 들고 있는 사람의 왜곡된 형상을. 그녀였다. 김서아. 그리고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 머리가 거의 맞닿을 듯 기댄 사람은, 내 남편이었다.

내 엄지손가락이, 마치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녀의 친구 요청에 '수락' 버튼을 눌렀다.

즉시,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글자가 아니었다.

사진이었다.

나에게 직접 보낸.

이번에는 모호함 따위 없었다. 왜곡된 반사 이미지도 아니었다. 푹신한 소파 부스에 앉아 있는 진혁과 김서아였다. 그의 팔은 그녀의 어깨를 소유하듯 감싸고 있었고, 그는 내가 몇 달 동안 듣지 못했던, 목청껏 터져 나오는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순수한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들은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보였다.

감각이 마비된 내 손에서 휴대폰이 미끄러져 원목 바닥에 부딪혔다. 액정은 깨지지 않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수백만 개의 복구 불가능한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눈물이 차올라 흐릿해지는 시야로 그 사진을 응시했다. 배경. 그곳은 '루나 비앙카',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그가 첫 번째 결혼기념일에 나를 데려갔던 곳, 남은 평생 모든 기념일을 함께 축하하자고 맹세했던 바로 그곳.

그 사진은 전쟁 선포였다. 그리고 나는 방금, 완전히 비무장 상태로 기꺼이 전쟁터에 발을 들인 것이었다.

서툴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내가 보낸 답장 없는 애원으로 가득 찬 메시지 창을 다시 열었다.

내 엄지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다. 내 병과 슬픔의 안개를 뚫고 타오르는, 갑작스럽고 새하얀 분노가 그 글자들에 연료를 공급했다.

`아리엘: 그 여자 누구야, 차진혁?`

`아리엘: 대답해.`

`아리엘: 너 어디야?`

나는 이번에는 내 세상을 산산조각 낸 그 낯선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리엘: 이게 뭐죠? 누구세요?`

침묵.

양쪽 모두에게서.

나는 남은 밤을 차가운 바닥에 웅크린 채, 내 남편의 배신이 담긴 사진을 쳐다보며 보냈다. 밖에서는 마침내 비가 그치고 비참하게 흐느끼는 이슬비로 변해 있었다. 내 몸의 육체적 고통은 가슴에 뚫린 거대한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새벽 직전, 마침내 피로가 나를 덮쳤다. 나는 불안한 잠에 빠져들었고, 곧바로 악몽 속으로 던져졌다. 꿈속에서 나는 시든 꽃들로 가득한 들판에 서 있었다. 진혁이 들판 건너편에서 김서아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분노가 아닌,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것, 바로 연민의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넌 항상 너무 피곤해하잖아, 아리엘." 그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메아리쳤다. "서아는… 에너지가 넘치지."

나는 숨을 헐떡이며 잠에서 깼다. 그의 말이 남긴 환영의 고통은 현실의 어떤 모욕보다 더 날카로웠다. 뺨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내 옆 바닥에서 휴대폰이 윙윙거렸다.

김서아에게서 온 새 메시지였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또 다른 사진이었다.

이번에는 부엌에 있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레스토랑 주방이 아니었다. 우리 집 부엌이었다. 진혁이 그녀 뒤에 서서,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그녀가 스토브 위 냄비에 담긴 무언가를 젓는 것을 지도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냄비였다. 그가 결혼 선물로 사준 비싼 조리 기구 세트의 일부였다.

그는 그 부엌에서 평생 함께 식사하고 조용한 순간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제 그는 다른 사람과 그 추억을 쌓고 있었다.

내가 공들여 쌓아 올린 세계는 금이 간 것이 아니었다. 체계적으로 철거되었다. 그리고 내 파괴의 설계자는,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단 한 사람이었다.

격렬하고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이 내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나는 눈물로 얼룩진 화면 위에서 미끄러지는 엄지손가락으로 김서아에게 미친 듯이 분노의 메시지를 입력했다.

`아리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당신이 뭔데?`

`아리엘: 당신은 지금 한 결혼을, 한 가정을 파괴하고 있는 거라고요.`

잠시 멈춤이 있었다. 그녀가 다시 나를 무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큼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그때, 작은 점 세 개가 나타났다. 그녀가 입력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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