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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왕비 그 여자, 죽기엔 너무 아깝잖아? 가기 전에 우리끼리 좀 데리고 노는 게 어때?"
"헤헤... 네 말이 맞다.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인데, 누가 알겠냐?"
"맞아. 강왕이 측비를 들이는 마당에 강왕비의 죽음 따위 신경이나 쓰겠어? 어쩌면 빨리 죽기를 바랄지도 모르지."
……
담생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두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담생은 벌떡 일어나 비녀로 그의 눈을 찌르고는 쉴 틈도 없이 다시 뽑아 목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아악!"
남자가 눈과 목을 감싸 쥐자 손가락 사이로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다른 남자는 이미 죽어가는 줄 알았던 여인이 갑자기 살기를 내뿜으며 사람을 죽이는 모습에 겁에 질려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담생은 그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단숨에 남자의 등 뒤로 다가가 옷깃을 잡아챈 담생은 비녀로 그의 목을 그었다.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두 남자를 해치운 담생은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환생의 기쁨 따윈 없었다. 복잡한 감정과 죽은 이에 대한 연민만이 가슴을 채울 뿐이었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장군부의 유일한 후손으로, 황제가 그녀를 가엾게 여겨 강왕 우문익과의 혼인을 명했다. 그러나 우문익에게는 태부의 딸 상려라는 정인이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하기 위해 우문익은 그녀가 미쳤다는 핑계로 광인들만 모아두는 남산원에 가두어 버렸다.
남산원에서 원래 주인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지금까지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한 가닥의 미련 때문이었다. 이제 담생이 이 몸을 차지한 이상, 그녀가 가졌던 마지막 미련마저 사라진 것이다.
전생에 세계 랭킹 1위의 살수였던 담생은 독희(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독에 능한 그녀의 손에 닿으면 길가의 평범한 꽃조차 치명적인 독약으로 변했다. 의술과 독술은 본래 한 뿌리인 법.
그녀의 의술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너무 많은 임무를 수행했던 그녀는 은퇴를 결심했다. 그러나 그녀의 고객들은 자신들의 비밀이 새어 나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비밀 기지를 찾아내 폭탄을 터뜨렸다. 그녀와 비밀 기지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그렇게 그녀는 낯선 시대에 환생했다.
담생은 사랑과 증오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이 몸을 차지한 이상, 원래 주인이 겪은 원한을 갚아주는 것이 도리였다.
방금 전 두 남자가 나누던 대화가 떠올랐다. 강왕이 오늘 측비를 들인다고 했다. 정비인 자신이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비녀에 묻은 피를 소매에 슥 닦아낸 뒤, 담생은 다시 비녀를 머리에 꽂고 밖으로 나섰다.
남산원은 경성 교외의 산 정상에 있었다. 산을 내려가는 길목마다 수많은 호위병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담생에게 그들의 눈을 피할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남산원에서 경성까지는 백 리가 넘는 거리. 두 발로 걸어갔다간 우문익과 상려의 혼례가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담생이 주위를 살피던 그때, 마차 한 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담생은 길가에 서서 손을 높이 들어 마차를 세우려 했다.
"주인님, 앞에 누군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옷이 다 찢어진 여인입니다."
마차를 몰던 명월이 담생을 발견하고 마차 안의 주인에게 아뢰자, 안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버려 둬라."
명월은 난처한 표정으로 다시 앞을 보며 말했다.
"허나, 여인이 길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남자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되풀이했다.
"내버려 둬라."
명월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마차를 계속 몰았다.
명월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담생을 향해 질주했다.
담생은 마차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잽싸게 몸을 피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마차에 깔려 즉사했을 것이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담생은 머리에서 비녀를 뽑아 들었다. 그녀는 날렵하게 마차 뒤로 올라타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사내의 등 뒤에 나타난 그녀는 비녀의 날카로운 끝을 그의 목에 겨누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허튼수작 부리지 마. 안 그러면 네놈 목숨은 없어."
그녀의 동작은 어찌나 빠르고 민첩했던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으나 마부인 명월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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