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 절대 용서하지 않아

배은망덕? 절대 용서하지 않아

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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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의 생명을 지키고 후작부의 미래를 위해, 심가연은 섭정왕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그녀를 외면했고, 첩실은 그녀를 모욕했으며, 시어머니는 그녀에게 음모를 꾸몄다. 심가연은 후작부를 위해 진심을 다했지만, 결국 수년간 과부로 살아가며 한을 품고 죽는 결말을 맞이했다. 죽기 전에야 그녀는 자신의 평생 계획이 남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태어난 심가연은 나쁜 남편을 떨쳐내고, 첩을 물리치고, 시어머니와 당당히 맞서 모든 자신에게 빚진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사업을 일으키고 큰 돈을 벌며, 부모의 권력을 되찾아 보란듯이 잘 살 것이다! 그녀는 붉은 옷을 벗고 군복을 입고 갑옷을 둘러쓰고 전쟁터를 누비며 수많은 전쟁을 누볐다. 적을 물리치고 국경을 지키며, 그녀의 이름은 적들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악몽이 되었고, 조정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전설이 되었다. 다만, 전생에 그녀와 오랜 세월 대립했던 간신 하운철은 어떻게 그녀에게 집착하게 되었을까? 하운철이 말했다. "심가연, 남편을 바꾸는 게 어떠하냐? 본왕과 함께하는 게, 후작부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 심가연은 갑자기 깨달았다. 지난 생에서의 날카로운 대립 뒤에는 하운철의 깊은 사랑이 숨어 있었다.

제1화 잘못된 선택

붉게 물든 석양이 꽃무늬 박힌 창살 사이로 스며들어 심가연의 여윈 몸을 비추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심가연은 주름진 손수건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는 자잘한 기침을 연달아 터뜨렸다.

비단 손수건에 묻은 핏자국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열여덟 살의 꽃다운 나이에 후작 부로 시집을 온 지가, 어느덧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긴 세월 동안 후작의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곁을 지켜줄 혈육도 하나 없었다.

반평생을 후작부의 안주인으로 지내며 모든 열정을 후작 부에 쏟아 부은 그녀는 이제야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작 부에서 그녀는 그저 뿌리 없는 부평초와 같았고, 의지할 곳조차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의 곁에 조용히 서 있는 시녀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작님을 모셔 오도록 하여라. 내가 후사에 대해 상의할 것이 있다."

문간에 기대어 졸고 있던 어린 시녀는 귀찮은 듯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마님, 후작님께서는 지금 이 부인 처소에 계십니다. 노비가 가봤자 허탕일 뿐입니다."

심가연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은 것을 본 어린 시녀는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을 지킨 심가연이 마른 손가락으로 침상 모서리를 잡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나를 부축하거라. 내가 직접 후작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어린 시녀는 마지못해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몸을 살며시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

심가연은 병든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별채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틈새로, 맑고도 즐거운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살짝 떨리는 손을 들어 문을 밀어젖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온몸의 피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남편 소승욱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이연아의 옥 같은 발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조심스럽게 따뜻한 물에 담그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작 나리. 이러시는 모습을 하인들이 보기라도 하면, 분명 웃음거리가 될 것이옵니다."

평소 결벽증이 심하기로 소문난 소승욱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부드러운 수건으로 이연아의 발목을 살살 닦아주며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부부 사이에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느냐?

네 이 발을, 내가 평생을 닦아준다 한들 전혀 짜증 나지 않고 오히려 바라는 바이다."

"누가 부부라는 겁니까?" 이연아가 교태를 부리며 발끝으로 그의 손등을 살짝 문질렀다. "후작님께서 정식으로 맞이하신 부인께서는 본채에 누워 계시지 않습니까."

소승욱의 목소리에 짜증과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그 여자는 우리 소씨 가문을 위한 돈줄에 불과하다! 내 마음속의 진정한 아내는 오직 너 하나뿐이다."

그는 말을 이어가면서, 이연아의 옥처럼 고운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문 밖에 서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심가연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과거 소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후작 부의 안주인인 그녀는 혼수도 팔고 여러 사람들에게 굽신거리며 도움을 청했다.

그 후, 소승욱이 섭정왕의 심기를 건드려 감옥에 갇히게 되자, 심가연은 화려한 옷차림과 비녀를 벗어 던져버리고는, 홀로 섭정왕부 앞의 차가운 돌계단에 밤새도록 무릎을 꿇고 빌었다.

살을 에는 듯이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그녀는 백 번이 넘도록 머리를 조아렸고, 눈물이 다 마르고 피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섭정왕부에서 사흘 밤낮을 섭정왕의 갖은 희롱을 견뎌낸 후에야 비로소 소승욱은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한 그녀가 이 몹쓸 아이를 낳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다.

심가연은 평생을 소씨 가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헌신해왔으니, 설령 소승욱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헌신에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승욱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이토록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했다니!

심가연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참, 나리, 오늘 아침에 언니를 진찰한 의원의 말에 의하면, 언니가 곧 숨이 멎을 것 같다는데 한번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승욱의 웃음소리가 뚝 그치더니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를 보러 가라고?

전에는 그 자가 후작 부를 지탱해 주어야 했으니, 겉으로나마 상경여빈(相敬如賓)하는 체라도 했지. 이제 곧 죽을 목숨이나 다름없는 자에게 쓸데없이 공을 들이고 시간을 낭비해서 무엇 하겠느냐?"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더욱 냉혹한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그 늙어빠진 얼굴은 보기만 해도 역겹다! 경성 제일 미인은 무슨, 이젠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는 주름지고 늙은 할망구에 불과할 뿐이다!"

심가연은 자신의 바싹 마르고 주름진 늙은 얼굴을 손으로 더듬어 만져보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후작 부를 위해 애를 태우며 살아왔기에, 자신을 돌보고 가꿀 여유와 시간조차 전혀 없었던 것이다.

60이 채 되지도 않은 그녀의 얼굴은, 마치 80이나 90세 노파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녀보다 겨우 두 살 어린 이연아는, 여전히 꽃처럼 아름다운 자태와 용모를 뽐내고 있었다.

별채 안에서 이연아의 달콤한 목소리가 독약처럼 들려왔다.

"나리께선 정말 마음이 모질기도 하시옵니다.

심가연도 한때는 수많은 남자들의 추앙을 받던 아름다운 미인이었거늘, 나리께서는 그 자에게 몰래 절사약을 먹여 불임으로 만드셨지요."

이연아는 소승욱의 목에 팔을 감싸 두르며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멍청한 여인은 후작님께서 저를 정식으로 들일 수 있도록 직접 앞장서 나섰을 뿐만 아니라, 마치 후작부에 큰 죄나 진 듯이, 평생을 소나 말처럼 고되게 일만 해왔지 않았습니까."

절사약, 그 세 글자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처럼 심가연의 상처투성이인 마음에 깊이 내리꽂혔다.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 것이 단순히 물에 빠진 사고 때문이 아니라 소승욱이 치밀하게 계획한 음흉한 모략이었다니!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 대가로 돌아온 것은 오직 뼈를 저미는 듯한 배신감뿐이었다.

소승욱!

소승욱!

어찌 이리도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친 심가연은 목구멍에서 치밀어 오르는 비릿한 피 맛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

입에서 쏟아져 나온 선혈이 그녀의 가슴께 옷자락을 붉게 물들였다.

몸이 바닥에 무겁게 쓰러지면서 의식이 흐려져 가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이연아의 가식 가득한 비명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어머나, 후작 나리! 언니가 피를 토했어요! 이러다 죽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심가연이 평생을 사랑하고 헌신한 남자는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됐구나, 참 잘됐어! 마땅히 죽어야지. 그래야 그 여자 병수발에 후작부 은자를 낭비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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