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빚은 피로 갚아야 한다

피의 빚은 피로 갚아야 한다

rabbit

역사 | 1  화/일
5.0
평가
207.3K
보기
114

전생에 그녀는 나라를 위해 5년간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그 군공을 여동생에게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헛된 마음을 품고 있었던 약혼자는 냉담하게 지켜보며 그녀를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그녀는 눈 내리는 밤에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모든 사람에게 피로 갚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가식적인 가족과 쓰레기 배신자에게 냉소를 던지며 말했다. "군공, 보상 내 약혼자가 탐 나? 제발 다 가져가!" 그리고 그녀는 궁중 연회에서 무릎을 꿇고 한구석에서 휠체어에 앉은 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폐하, 신녀와 유왕 전하의 혼인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예왕 강운혁은 다리가 완전히 망가져서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성격도 괴팍한지라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는 존재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미쳤다고 비웃으며 자포자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본 것은 바로 그 남자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온 강력한 힘이었다. 그녀는 그를 도와 다시 용기를 되찾고 다리를 치료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 안정된 삶을 약속하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가짜 여동생이 그녀의 군공으로 자랑을 늘어놓고 진짜 친어머니가 모략으로 그녀의 인생을 조종하려 했다... 그녀는 예왕과 손을 잡고 일일이 그들의 음모를 간파하며 속 시원하게 혼줄을 냈다. 그러던 어느날, 예왕은 모든 문무환관 앞에서 다시 우뚝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진정한 장수의 관인을 보여줬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신복했고 한때 그들이 버린 두 사람은 이미 손을 잡고 세상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1화 환생

"지영아, 네 동생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지 않더냐, 네가 없는 동안 수년간 하영이가 우릴 극진히도 보살폈다. 그러니 네가 이번에 세운 군공과 포상은... 그 하영이에게 양보하는 게 어떻겠느냐?"

익숙한 목소리에 소지영은 번쩍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씨 저택의 대청이 틀림 없었고 아버지 소동성과 어머니 허복희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분홍빛 비빈복(妃嬪服)을 입고 곱게 단장한 소하영이 허복희의 품에 기대앉아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지영의 뇌리 속에 천둥이 울렸고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환생을 한 것인가?'

그녀가 비참한 운명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생, 뻔뻔한 그녀의 부모들은 그녀가 목숨으로 맞바꾸어 온 군공과 포상을 그녀의 동생 소하영에게 양보하라 요구했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심장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듯한 증오가 마치 용암처럼 그녀의 혈관을 타고 온몸에 흐르는 것 같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었고 그 날카로운 통증에 소지영은 간신히 경악과 분노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전생, 북쪽의 만족들이 국경을 넘어 쳐들어 왔고 조정은 즉시 조서를 반포했다.

무릇 5품 이상의 대신들의 가문은 은 100냥을 바치거나 그들 자제들 중 한 명을 군에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가문에 마땅한 남자가 없을 시 여자가 대신 출정해도 되며 세군 군공은 모두 가문의 이름으로 기록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소씨 가문은 후손이 번창하지 않았고 가문을 이어 받을 아들 조차 없었다. 게다가 여동생 소하영은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달고 살아 많이 병약했던 터라 소지영은 자진하여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섰다.

그렇게 장장 5년 동안, 그녀는 피를 흘리며 전장에서 싸웠고 몇 번이고 죽음의 문턱을 헤매었다. 그녀가 매번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소지영은 부모님이 당연히 이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했고 어릴 적 혼약을 맺었던, 평생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그 소년도 자신이 승리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공을 세우고 돌아왔을 때,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했던 따뜻한 위로는 없었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들뿐이었다.

그녀는 내키지 않았다.

그녀가 세운 군공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 군공 하나하나는 그녀의 피와 눈물로 쓰여졌는데 어떻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양보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의 부모들은 혈육의 정을 논하며 그녀의 군공에 소하영의 이름을 적었다.

그렇게 그녀가 세운 모든 군공은 전부 소하영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미 군공록(軍功錄) 에 소하영의 이름이 올라간 이상 그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황제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심하면 소씨 전체가 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가슴 속에서 사무치는 울분을 토해낼 곳도 없었다. 군에서 지냈던 5년간,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시종일관 가면을 쓰고 있었던 탓에 이제 와서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길도 없었다.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약혼자 서정진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군공을 소하영에게 물려주라 그녀를 설득 했다는 점이다.

나중에 그녀는 그 터무니없는 요구에 승낙을 하고 말았고 소하영은 즉시 그 군공을 빌미로 황제에게 서정진과의 결혼을 하사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제야 그녀는 둘이 이미 자신을 등지고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소하영은 현주(县主)작위를 하사 받았고 후부에 시집가 세자비가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

반면 소지영은 예전에 전장에서 싸우느라 입은 상처를 제때에 치료받지 못했던 탓에 고질병을 얻었고 병상에 누워 시름시름 앓았다.

그녀가 그렇게 비참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소하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던 밤. 그 밤은 소지영에게 잊혀지지 않는 악몽이 되었다.

당시, 소하영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하인들을 시켜 거의 죽어가는 그녀를 낡아빠진 침상에서 억지로 끌어내렸다.

"언니. 이제 언니만 사라지면 이 세상에서 군공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여봐라! 이 년의 사지를 잘라 인적 드문 눈밭에 던져 버려라. 멀리 던질 수록 좋다."

그렇게 사지가 잘린 그녀는 어딘지 알 수 도 없는 눈밭에 버려졌고 하늘에서 내리는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천천히 그녀의 눈과 입을 덮어버렸다.

극심한 통증과 추위 속에서 의식이 점차 흐려졌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 나온 선혈이 새하얀 눈을 빨갛게 물들였다...

"지영아, 너와 나의 혼약은 이미 정해졌으니 가문을 위해 생각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 하영이는 몸도 약하고 어디 기댈 곳도 없는 아이야. 나중에 제대로 된 집에 시집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구나. 그래서 말인데, 군공은 하영이에게 양보하는 게 좋을것 같구나. 그러면 하영이 앞길도 걱정이 없을 테고 너도 언니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거나 다름이 없지 않느냐?"

청아한 목소리가 그녀를 피가 넘실대는 기억의 바다 속에서 끌어냈다.

'서정진!'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 마시며 끓어 오르는 감정을 억눌렀고 눈에 비친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감췄다. 그제야 그녀는 천천이 입을 열었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역시 우리 딸은 속이 깊구나!"

소씨 부부는 금세 활짝 웃으며 만족스런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소하영의 눈빛엔 놀라움과 기쁨이 서렸다. 그녀는 한걸음에 다가와 소지영의 팔을 잡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언니!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서정진 역시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다정한 시선은 시종일관 소하영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소지영의 눈빛에 냉기가 스쳤다.

'소하영이 그토록 원하는 이 군공? 주면 그만이다!'

'허영심에 사로잡혀 서정진과의 혼사를 넘본다고? 성사 시켜 줄 것이다!'

이번 생에도 소하영이 과연 명이 길어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

북쪽 만족들의 야심은 결코 한번의 전쟁으로 잠재 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국경에서 전쟁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번엔 달라, 두 번 다시 부모들의 간청에 마음이 약해져 동생을 위해 해골이 즐비한 전장에 다시 발을 들이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계속 읽기

rabbit의 다른 책

더보기
사냥꾼의 아름다운 아내

사냥꾼의 아름다운 아내

역사

5.0

【농사/공간/나쁜 남자/갑부/달콤한 사랑 이야기】 방예슬은 영천 공간을 손에 쥐고 현대에서 한의원을 열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도 없고, 과도한 근무도 없으며, 먹고 마시는 걱정 없이 돈이 쌓여갔다. 그러나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다른 세상의 가난한 산골 마을 소녀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고, 게다가 가뭄까지 겹쳐 눈을 뜨자마자 팔려가게 생겼다. 다행히도 그녀를 산 집안은 예상과 달리 그녀를 학대하지 않고 보물처럼 귀하게 여겼다. 옷과 음식이 부족하고 가뭄이 심한 이 시대에 방예슬은 은혜를 갚기로 결심했다. 시 어머니가 중병에 걸렸다고? 작은 문제다. 그녀는 약초를 캐서 영천에 담그고, 순식간에 병을 낫게 했다.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작은 문제다. 그녀는 사냥에 동참하여, 사냥감이 행운처럼 그녀에게 찾아왔다. 고기만 먹고 채소가 없어 영양실조라고? 작은 문제다. 영천의 물 한 방울이면 어떤 식물도 자라게 할 수 있어,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게 자라나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친척들이 그들의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시샘이 나서 트집을 잡아? 작은 문제다. 그녀는 전투력이 최고인 남편을 불러 그들을 혼쭐을 내주었다. 뭐라고? 남편이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들을 수 있냐고? 종우혁은 불타는 눈빛으로 다가와 말했다. "여보, 당신이 원하면 내 목숨도 바칠 수 있어. 당신만 평생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면..."

특별한 이별 선물

특별한 이별 선물

로맨스

5.0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함께 도착한 다섯 장의 사진은 말 대신 잔혹한 진실을 들이밀고 있었다. 엉켜 있는 속옷, 꼭 맞잡은 두 손, 구겨진 침대 시트를 움켜쥔 주먹, 그리고 욕실 거울에 비친 흐릿한 실루엣까지 하나하나가 도발이자 조롱이었다. 로나에게 이런 식의 상처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진실을 알아챘다. 다른 여자의 손목을 꾹 움켜쥔 그 큼지막한 손의 주인공이 바로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다렌이라는 것을. 로라의 시선이 사진의 날짜에 멎었다. 두 사람의 연애 3주년 기념일과 정확히 겹쳤다. 그날, 로나는 병원으로부터 다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긴급 전화를 받았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연달아 빨간 신호등 세 개를 무시하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것은 온몸이 피로 물든 비서 클로이를 안은 채 응급실로 뛰어드는 다렌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사라졌고, 9일만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문에 따르면, 그 여자는 다렌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고 기억을 잃었으며, 그 일로 다렌에게 병적인 의존을 보인다고 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다렌은 클로이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모든 따뜻함과 시간을 전부 그녀에게 쏟아 부었다. 로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창을 닫았다. 그리고 줄곧 그녀를 재촉해온 어머니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가족이 주선한 결혼,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떠나기 전, 로나는 다렌을 위해 세 가지 선물을 준비해두기로 마음먹었다.

비슷한 작품

남편의 죄악, 내 마음의 복수

남편의 죄악, 내 마음의 복수

Gavin
5.0

내 결혼은 완벽했다. 첫 아이를 임신했고, 남편 강태준은 나를 여왕처럼 떠받들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 꿈은 산산조각 났다. 그가 어둠 속에서 내 살결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속삭였을 때. 김가영. 내가 직접 키운 우리 회사 신입 변호사였다. 그는 실수였다고 맹세했지만, 가영의 계략이 악랄해질수록 그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내게 약을 먹이고, 작업실에 가뒀으며, 나를 계단에서 밀어 병원 신세를 지게 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배신은 가영이 가짜 교통사고를 꾸며 내게 뒤집어씌운 후에 일어났다. 태준은 내 머리채를 잡고 차에서 끌어내 뺨을 후려쳤다. 그러고는 간호사를 협박해 그의 내연녀를 위해 내 피를 뽑게 했다. 그녀에겐 필요하지도 않은 수혈이었다. 내가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동안 그는 나를 짓누르며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입게 된 우리 아이를 희생시켰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사라지고, 나를 죽게 내버려 둔 악마만 남았다. 그 병원 침대에 누워, 나는 두 통의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내 변호사에게였다. "혼전 계약서의 불륜 조항을 발동시켜요. 그놈을 빈털터리로 만들어 주세요." 두 번째는 10년 동안 말없이 나를 사랑해 온 남자, 윤지후에게였다. "지후 씨." 내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 남편을 파멸시키는 거, 도와줘요."

현모양처가 요부가 되다

현모양처가 요부가 되다

Calla Rhodes
5.0

3년 동안 도지연과 그녀의 남편 육호성은 한번도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도지연은 육호성이 그들의 미래를 위해 일에 몰두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결혼 첫날 밤부터 그는 그녀의 이복동생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드디어 체념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이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비웃었다. "도지연이 미친거 아니야? 지금 상황에서 무슨 배짱으로 이혼을 제기한 것도 모자라, 아무런 배상도 없이 맨몸으로 나가겠다는 거지?" "두고 봐, 얼마 가지 못해서 다시 지 발로 기어 들어 올 거야."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후회하는 꼴을 보려고 했는데, 그 꼴은 보지 못하고 오히려 육호성이 비를 맞으며 그녀에게 무릎 꿇고 사정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자존심도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집착하기만 해요."기자가 인터뷰에서 도지연에게 육성호와 다시 재결합할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귀찮은 듯 가볍게 말했다. "너무 성가시다고 할까, 잘 해줄 때 고마운 줄 모르고 이제 싫다고 하니 집작하는 거 있죠." 그때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강력한 재벌이 그녀를 보호하듯이 감싸 안았다. "누가 감히 내 여자에게 눈독을 들여보시지?"

화가의 복수: 되찾은 사랑

화가의 복수: 되찾은 사랑

Gavin
5.0

세 번째 결혼식이었다. 아니, 결혼식이 될 예정이었다. 웨딩드레스는 비극의 여주인공이 된 내게 억지로 입혀진 무대 의상 같았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끔찍한 연극. 내 약혼자, 강태민은 내 옆에 서 있었지만, 그의 손은 위태로운 친구 윤이현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갑자기 강태민은 윤이현을 데리고 제단에서 멀어졌다. 하객들로부터, 그리고 나로부터.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돌아와 나를 차에 억지로 태우고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숲으로 향했다. 거기서 그는 나를 나무에 묶었고, 더는 창백하지 않은 윤이현이 내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나를 지켜주겠다던 남자, 강태민은 윤이현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나를 몇 번이고 때렸다. 그는 비를 맞으며 피 흘리는 나를 나무에 묶어둔 채 혼자 내버려 뒀다. 처음이 아니었다. 1년 전, 윤이현은 우리 결혼식장에서 내게 달려들었고, 강태민은 피 흘리는 나를 외면한 채 그녀를 감싸 안았다. 6개월 후, 그녀는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내게 ‘실수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 강태민은 윤이현을 달래기 위해 내 친구의 손목을 부러뜨리고, 내 그림 그리는 손마저 망가뜨렸다. 내 커리어는 끝이었다. 숲속에 버려진 나는 추위에 떨며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안 돼. 여기서 죽을 순 없어. 나는 잠들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부모님. 우리 가족의 사업. 그것만이 내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정신을 차렸을 땐 병원이었고, 엄마가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목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오래전 외워둔 국제전화 번호를 눌렀다. “서아라예요.” 갈라진 목소리가 겨우 나왔다. “결혼, 동의할게요. 우리 가족의 모든 자산을 보호를 위해 그쪽 계좌로 옮겨주세요. 그리고 우리를 이 나라에서 빼내 줘요.”

바로 읽기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