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빚은 피로 갚아야 한다

피의 빚은 피로 갚아야 한다

rabbit

역사 | 1  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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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그녀는 나라를 위해 5년간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그 군공을 여동생에게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헛된 마음을 품고 있었던 약혼자는 냉담하게 지켜보며 그녀를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그녀는 눈 내리는 밤에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모든 사람에게 피로 갚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가식적인 가족과 쓰레기 배신자에게 냉소를 던지며 말했다. "군공, 보상 내 약혼자가 탐 나? 제발 다 가져가!" 그리고 그녀는 궁중 연회에서 무릎을 꿇고 한구석에서 휠체어에 앉은 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폐하, 신녀와 유왕 전하의 혼인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예왕 강운혁은 다리가 완전히 망가져서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성격도 괴팍한지라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는 존재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미쳤다고 비웃으며 자포자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본 것은 바로 그 남자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온 강력한 힘이었다. 그녀는 그를 도와 다시 용기를 되찾고 다리를 치료했다. 그는 그녀에게 평생 안정된 삶을 약속하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가짜 여동생이 그녀의 군공으로 자랑을 늘어놓고 진짜 친어머니가 모략으로 그녀의 인생을 조종하려 했다... 그녀는 예왕과 손을 잡고 일일이 그들의 음모를 간파하며 속 시원하게 혼줄을 냈다. 그러던 어느날, 예왕은 모든 문무환관 앞에서 다시 우뚝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는 진정한 장수의 관인을 보여줬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신복했고 한때 그들이 버린 두 사람은 이미 손을 잡고 세상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1화 환생

"지영아, 네 동생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지 않더냐, 네가 없는 동안 수년간 하영이가 우릴 극진히도 보살폈다. 그러니 네가 이번에 세운 군공과 포상은... 그 하영이에게 양보하는 게 어떻겠느냐?"

익숙한 목소리에 소지영은 번쩍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씨 저택의 대청이 틀림 없었고 아버지 소동성과 어머니 허복희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분홍빛 비빈복(妃嬪服)을 입고 곱게 단장한 소하영이 허복희의 품에 기대앉아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지영의 뇌리 속에 천둥이 울렸고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환생을 한 것인가?'

그녀가 비참한 운명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생, 뻔뻔한 그녀의 부모들은 그녀가 목숨으로 맞바꾸어 온 군공과 포상을 그녀의 동생 소하영에게 양보하라 요구했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심장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듯한 증오가 마치 용암처럼 그녀의 혈관을 타고 온몸에 흐르는 것 같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었고 그 날카로운 통증에 소지영은 간신히 경악과 분노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전생, 북쪽의 만족들이 국경을 넘어 쳐들어 왔고 조정은 즉시 조서를 반포했다.

무릇 5품 이상의 대신들의 가문은 은 100냥을 바치거나 그들 자제들 중 한 명을 군에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가문에 마땅한 남자가 없을 시 여자가 대신 출정해도 되며 세군 군공은 모두 가문의 이름으로 기록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소씨 가문은 후손이 번창하지 않았고 가문을 이어 받을 아들 조차 없었다. 게다가 여동생 소하영은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달고 살아 많이 병약했던 터라 소지영은 자진하여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섰다.

그렇게 장장 5년 동안, 그녀는 피를 흘리며 전장에서 싸웠고 몇 번이고 죽음의 문턱을 헤매었다. 그녀가 매번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소지영은 부모님이 당연히 이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했고 어릴 적 혼약을 맺었던, 평생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그 소년도 자신이 승리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공을 세우고 돌아왔을 때,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했던 따뜻한 위로는 없었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들뿐이었다.

그녀는 내키지 않았다.

그녀가 세운 군공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 군공 하나하나는 그녀의 피와 눈물로 쓰여졌는데 어떻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양보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의 부모들은 혈육의 정을 논하며 그녀의 군공에 소하영의 이름을 적었다.

그렇게 그녀가 세운 모든 군공은 전부 소하영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미 군공록(軍功錄) 에 소하영의 이름이 올라간 이상 그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황제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심하면 소씨 전체가 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가슴 속에서 사무치는 울분을 토해낼 곳도 없었다. 군에서 지냈던 5년간,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시종일관 가면을 쓰고 있었던 탓에 이제 와서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길도 없었다.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약혼자 서정진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군공을 소하영에게 물려주라 그녀를 설득 했다는 점이다.

나중에 그녀는 그 터무니없는 요구에 승낙을 하고 말았고 소하영은 즉시 그 군공을 빌미로 황제에게 서정진과의 결혼을 하사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제야 그녀는 둘이 이미 자신을 등지고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소하영은 현주(县主)작위를 하사 받았고 후부에 시집가 세자비가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

반면 소지영은 예전에 전장에서 싸우느라 입은 상처를 제때에 치료받지 못했던 탓에 고질병을 얻었고 병상에 누워 시름시름 앓았다.

그녀가 그렇게 비참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소하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던 밤. 그 밤은 소지영에게 잊혀지지 않는 악몽이 되었다.

당시, 소하영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하인들을 시켜 거의 죽어가는 그녀를 낡아빠진 침상에서 억지로 끌어내렸다.

"언니. 이제 언니만 사라지면 이 세상에서 군공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여봐라! 이 년의 사지를 잘라 인적 드문 눈밭에 던져 버려라. 멀리 던질 수록 좋다."

그렇게 사지가 잘린 그녀는 어딘지 알 수 도 없는 눈밭에 버려졌고 하늘에서 내리는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천천히 그녀의 눈과 입을 덮어버렸다.

극심한 통증과 추위 속에서 의식이 점차 흐려졌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 나온 선혈이 새하얀 눈을 빨갛게 물들였다...

"지영아, 너와 나의 혼약은 이미 정해졌으니 가문을 위해 생각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 하영이는 몸도 약하고 어디 기댈 곳도 없는 아이야. 나중에 제대로 된 집에 시집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구나. 그래서 말인데, 군공은 하영이에게 양보하는 게 좋을것 같구나. 그러면 하영이 앞길도 걱정이 없을 테고 너도 언니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거나 다름이 없지 않느냐?"

청아한 목소리가 그녀를 피가 넘실대는 기억의 바다 속에서 끌어냈다.

'서정진!'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 마시며 끓어 오르는 감정을 억눌렀고 눈에 비친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감췄다. 그제야 그녀는 천천이 입을 열었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역시 우리 딸은 속이 깊구나!"

소씨 부부는 금세 활짝 웃으며 만족스런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소하영의 눈빛엔 놀라움과 기쁨이 서렸다. 그녀는 한걸음에 다가와 소지영의 팔을 잡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언니!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서정진 역시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다정한 시선은 시종일관 소하영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소지영의 눈빛에 냉기가 스쳤다.

'소하영이 그토록 원하는 이 군공? 주면 그만이다!'

'허영심에 사로잡혀 서정진과의 혼사를 넘본다고? 성사 시켜 줄 것이다!'

이번 생에도 소하영이 과연 명이 길어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

북쪽 만족들의 야심은 결코 한번의 전쟁으로 잠재 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국경에서 전쟁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번엔 달라, 두 번 다시 부모들의 간청에 마음이 약해져 동생을 위해 해골이 즐비한 전장에 다시 발을 들이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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