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그의 용서

너무 늦은 그의 용서

Gavin

5.0
평가
1.3K
보기
10

내가 사랑했던 남자, 나와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내게 쌍둥이 동생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동생 아리의 신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설명하는 내내 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로 파혼 합의서를 밀어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내 신장만이 아니었다. 내 약혼자까지도 원했다. 그는 죽어가는 아리의 마지막 소원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자신과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잔혹했다. "우리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엄마가 악을 썼다. "아리가 네 아빠를 살렸잖아! 자기 몸의 일부를 떼어줬다고! 그런데 넌 동생한테 똑같이 못해줘?" 아빠는 굳은 얼굴로 엄마 옆에 서 있었다. 가족의 일원이 되기 싫다면 이 집에 있을 자격도 없다고 했다. 나는 또다시 버려졌다. 그들은 진실을 몰랐다. 5년 전, 아리가 내 커피에 약을 타 아빠의 이식 수술에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동생은 내 자리를 빼앗고, 가짜 흉터를 가진 영웅이 되었다. 내가 싸구려 모텔에서 비겁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깨어났을 때, 아빠의 몸 안에서 뛰고 있던 신장은 바로 내 것이었다. 그들은 내게 신장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희귀병이 이미 내 몸을 잠식해 내게 남은 시간이 몇 달뿐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나중에 태준이 너덜너덜해진 목소리로 나를 찾아왔다. "선택해, 아라야. 동생이야, 아니면 너야." 기묘한 평온이 나를 감쌌다. 이제 와서 뭐가 중요할까? 나는 한때 영원을 약속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내 삶을 포기하는 서류에 서명하기로 했다. "좋아." 내가 말했다. "그렇게 할게."

제1화

내가 사랑했던 남자, 나와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내게 쌍둥이 동생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동생 아리의 신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설명하는 내내 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로 파혼 합의서를 밀어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내 신장만이 아니었다. 내 약혼자까지도 원했다. 그는 죽어가는 아리의 마지막 소원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자신과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잔혹했다.

"우리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엄마가 악을 썼다. "아리가 네 아빠를 살렸잖아! 자기 몸의 일부를 떼어줬다고! 그런데 넌 동생한테 똑같이 못해줘?"

아빠는 굳은 얼굴로 엄마 옆에 서 있었다. 가족의 일원이 되기 싫다면 이 집에 있을 자격도 없다고 했다. 나는 또다시 버려졌다.

그들은 진실을 몰랐다. 5년 전, 아리가 내 커피에 약을 타 아빠의 이식 수술에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동생은 내 자리를 빼앗고, 가짜 흉터를 가진 영웅이 되었다. 내가 싸구려 모텔에서 비겁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깨어났을 때, 아빠의 몸 안에서 뛰고 있던 신장은 바로 내 것이었다.

그들은 내게 신장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희귀병이 이미 내 몸을 잠식해 내게 남은 시간이 몇 달뿐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나중에 태준이 너덜너덜해진 목소리로 나를 찾아왔다.

"선택해, 아라야. 동생이야, 아니면 너야."

기묘한 평온이 나를 감쌌다. 이제 와서 뭐가 중요할까? 나는 한때 영원을 약속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내 삶을 포기하는 서류에 서명하기로 했다.

"좋아." 내가 말했다. "그렇게 할게."

제1화

서아라 POV:

내가 사랑했던 남자, 나와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내 동생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우리 관계를 끝내는 서류를 내밀었다.

강태준은 내 작은 식탁의 광택 나는 원목 위로 빳빳한 서류를 밀어 놓으며 내 눈을 보지 않았다. 그의 턱은 단단히 맞물려 있었고, 귀밑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 그의 눈에 서린 피로는 단순한 수면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몇 주 동안 자리 잡은,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깊은倦怠감이었다.

"아리 때문이야." 그가 자갈이라도 삼킨 듯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신장이… 완전히 망가졌대, 아라야."

나는 움찔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집안에서 속삭이던 말들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외침이 되어 있었다. 내 쌍둥이 동생, 우리 가족이 평생을 바쳐 보호해 온 연약한 도자기 인형 서아리가 마침내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의사들이 이식이 시급하대."

나는 손가락으로 테이블 가장자리를 더듬으며 서류에 시선을 고정했다. 맨 위에 적힌 글자는 선명하고 검었다. 파혼 합의서.

그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너무나 깊은 고통이 새겨져 있어 마치 내 고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네 신장이 필요해, 아라야."

바로 그거였다. 부탁의 형식을 띤 요구. 절박함이라는 가면을 쓴 강요였다. 그는 망설였다. 우리 사이에 떠 있던 그의 손이 허공을 맴돌다 옆으로 툭 떨어졌다. 작은 패배의 몸짓이었다.

"그래야만 아리가 받을 거야." 그가 목소리를 더 낮추며 말을 이었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우리 때문에. 자기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생각해."

웃음이 나올 뻔했다. 내 목구멍에서 새어 나온 소리는 건조하고 공허했다. 아리가, 죄책감을 느낀다고. 참신한 소리였다.

"부모님도 동의하셨어. 우리 모두. 이게 최선이야." 그는 힘들지만 꼭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남자처럼 단호하게 들리려 애썼다. 하지만 나는 그의 갑옷에 생긴 균열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우리 가족의 기대라는 무게에 짓눌려 익사하고 있었다.

"아직 사랑해, 아라야. 그것만은 알아줘." 그가 속삭였다. 그리고 그 말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내 장기를 내놓으라는 요구도, 파혼 합의서도 아니었다. 바로 그 거짓말이었다. 배신의 칼날이 더 부드럽게 박히도록 그가 스스로와 내게 들려주는 부드럽고 상냥한 거짓말.

"아리가 회복하고 나면," 그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약속했다. "이 모든 게 끝나면, 우리 다시 바로잡을 수 있어. 약속할게."

내 시선은 다시 법적 서류로 향했다.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남자의 약속. 그것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아리는 평생을 만성 질환에 시달렸다고들 했다. 약한 심장, 연약한 폐,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는 체질. 그녀는 끊임없이 돌봐야 하는 섬세한 꽃이었고, 나는 무시당하고 짓밟혀도 다시 강하게 자라날 것으로 기대되는 질긴 잡초였다.

이제 그녀의 신장이 망가졌다. 말기 신부전증. 그 단어들은 전문적이고 멀게 들렸지만, 그 의미는 기증자 없이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태준에 따르면, 그녀는 어둠에 삼켜지기 전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었다.

"나랑 결혼하고 싶대, 아라야." 그가 수치심에 찬 목소리로, 단숨에 말을 쏟아냈다. "그게…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래. 단 하루라도 좋으니 내 아내가 되어보는 거."

내 남편의 아내가 되는 것.

그는 그것을 고귀한 희생, 죽어가는 소녀를 위한 마지막 자비로운 행동으로 포장하려 애썼다. "그냥 형식적인 거야, 아라야. 아무 의미 없어. 내 마음은 너와 함께 있어."

그의 고뇌가 역력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검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는 갈가리 찢기고 있었고, 절박함 속에서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나를 희생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나는 다시 서류를 쳐다봤다. 내 이름, 서아라, 가 빈칸 옆에 단정하게 타이핑되어 있었다. 그의 이름, 강태준, 은 이미 자신감 넘치고 익숙한 필체로 서명되어 있었다.

그는 내게 동생에게 내 신장과 내 약혼자와 내 미래를 모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한 번의 깔끔한 거래로. 그리고 그는 사랑한다는 고백을 입에 담으며 그 짓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러니가 너무나 지독해서, 혀끝에서 독처럼 쓴맛이 느껴졌다.

계속 읽기

Gavin의 다른 책

더보기
그의 약속은 그녀의 감옥

그의 약속은 그녀의 감옥

로맨스

5.0

내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던 날. 약혼자였던 강태준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약속하면서. 7년 전, 그는 내 부모님과 함께 내게 애원했다. 입양된 동생, 최세희가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써 달라고. 세희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 그들은 세희가 너무 연약해서 교도소 생활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내게 선고된 7년은 그저 작은 희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청담동의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태준의 전화가 울렸다. 세희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웅장한 현관에 나를 혼자 내버려 둔 채, 그녀에게 달려갔다. 곧이어 집사가 다가와 내가 3층의 먼지 쌓인 창고 방에 머물러야 한다고 통보했다. 부모님의 명령이었다. 세희가 돌아왔을 때, 내 존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제나 세희가 우선이었다. 그 애 때문에 내 대학 장학금도 빼앗겼고, 그 애 때문에 내 인생의 7년도 잃었다. 나는 그들의 친딸이었지만, 그저 쓰고 버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날 밤, 비좁은 방에 홀로 누워 있을 때였다. 교도관 한 분이 몰래 쥐여준 싸구려 대포폰이 진동했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8년 전, 내가 지원했던 기밀 직책에 대한 채용 제안이었다. 새로운 신분과 즉각적인 해외 이주 패키지가 포함된 조건. 탈출구였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답장을 입력했다. “수락하겠습니다.”

오년의 기만, 평생의 복수

오년의 기만, 평생의 복수

재벌

5.0

나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JS 그룹의 상속녀였다. 보육원에서 힘겹게 보낸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나를 끔찍이 아꼈고, 남편은 나를 소중히 여겼다. 내 인생을 망치려 했던 여자, 윤채라는 정신병원에 갇혔다. 나는 안전했다. 나는 사랑받고 있었다. 내 생일날, 나는 남편 이환의 사무실에 깜짝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를 찾은 곳은 시내 건너편의 한 개인 갤러리였다. 그는 윤채라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병원에 있지 않았다. 내 남편과 그들의 다섯 살배기 아들 곁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유리창 너머로 이환이 그녀에게 입 맞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로 오늘 아침, 그가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익숙하고 다정한 몸짓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내 생일 소원은 거절당했다. 그가 이미 아들을 위해 공원 전체를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생일은, 내 생일과 같은 날이었다. "쟤는 가족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서 우리가 하는 말은 뭐든 믿잖아." 숨통을 조여오는 잔인함이 섞인 이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보면 좀 불쌍하지." 나의 모든 현실. 이 비밀스러운 삶의 자금을 대준 사랑하는 부모님, 헌신적인 남편. 모든 것이 5년간의 거짓말이었다. 나는 그들이 무대 위에 세워둔 바보에 불과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환이 그의 진짜 가족과 함께 서서 보낸 문자였다. "방금 회의 끝났어. 너무 피곤하다. 보고 싶어." 그 태연한 거짓말이 마지막 결정타였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그저 감사할 줄만 아는 한심한 고아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얼마나 틀렸는지,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비슷한 작품

하늘이 그녀를 보냈고, 지옥이 그녀에게 꿇었다

하늘이 그녀를 보냈고, 지옥이 그녀에게 꿇었다

Harmonia Thong
5.0

하나영은 운명의 장난으로 무너진 가족과 다시 재회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감옥에 갇혀 있었고 어머니는 중병으로 앓고 있었으며 6명의 오빠들도 전부 패가망신하여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양딸은 가세가 기울자, 가족을 버리고 돈 많은 남자와 집을 떠났다. 주위 사람들이 하씨 가문은 이제 끝났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하나영의 명령에 오닉스 조직에 유명 인사들이 하나 둘씩 나서며 모든 것을 뒤집었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나오고 어머니는 불치병에서 완쾌하고 그 무능한 오빠들도 각자 자리를 잡아갔다. 그중 다섯째 오빠는 그녀의 도움 하에 신흥 재벌가로 떠올랐다. 누군가가 그녀를 시골 촌뜨기라며 촌스럽다고 비웃었는데 그녀는 하나 하나씩 자신의 실체를 드러냈다. 의학계의 신의, 국보급 국화 마스터, 세계 최고의 해커, 유명한 월드 스타, 오닉스 조직에 보스도 그녀였다. 이 나라의 최고의 재벌이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 "누가 감히 이 여자를 촌뜨기라고 했어? 하나영은 내 약혼자야!" 하나영은 그를 노려보았다. "파혼하지 않아?" "파혼? 꿈도 꾸지 마." 그는 절대 놓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안돼, 이 결혼만큼은 절대 포기 할 수 없어."

잘못된 사랑: 미련 없는 이별

잘못된 사랑: 미련 없는 이별

Beckett Grey
5.0

송하린은 15년 동안 일편단심으로 최서강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출산하고 식물인이 되어버렸다. 그때 최서강이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최하린, 그대로 영원히 깨어나지마라. 너는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그녀를 깊이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편은 그녀에게 이용하고 증오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송하린이 목숨을 걸고 낳은 아들과 딸은 그녀의 침대머리에 앉아 최서강의 첫사랑을 달콤하게 '엄마'라고 부르고 있다. 송하린은 완전히 체념했다. 다시 깨어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이혼이다. 그런데 이혼하고 나서야 최서강은 자신의 일상 생활 곳곳에 송하린의 흔적이 배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송하린은 의약전문가의 신분으로 회의에 나타났고 그녀의 눈부신 모습은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에 온갖 정성을 다해 최서강을 사랑했던 여자가 이젠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 최서강은 송하린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먼저 말을 걸어 풀어주면 다시 자기한테 돌아올거 라고 믿었다. 필경 온몸으로 그를 사랑했었으니까. 하지만 얼마 후의 배씨 가문의 신임 가주의 약혼식에서, 최서강은 송하린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행복하게 웃으며 배지헌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 했다. 결국 최서강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지고 말았다. 그는 두눈이 뻘겋게 충혈된 채, 유리 잔을 힘껏 쥐어 깨트렸는데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바로 읽기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