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나를 곁에 붙잡아 둔 남자, 현이재가 재벌가 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의 눈을 치료하다 얻은 병으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고, 마지막 희망으로 그에게 치료비를 부탁하러 갔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하며 약혼녀 앞에서 나를 잔인하게 짓밟았다. 약혼녀는 내 뺨에 물을 끼얹고, 임신한 나를 계단에서 밀어 아이까지 잃게 했다. 하나뿐인 엄마의 유품마저 그녀의 손목에서 발견했을 때,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대가가 고작 이것이었나. 결국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나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뒤늦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그가 공항에서 나를 붙잡고 절규했지만, 나는 낯선 그를 밀어내며 차갑게 물었다. "누구세요?"
4년간 나를 곁에 붙잡아 둔 남자, 현이재가 재벌가 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의 눈을 치료하다 얻은 병으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고, 마지막 희망으로 그에게 치료비를 부탁하러 갔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하며 약혼녀 앞에서 나를 잔인하게 짓밟았다.
약혼녀는 내 뺨에 물을 끼얹고, 임신한 나를 계단에서 밀어 아이까지 잃게 했다.
하나뿐인 엄마의 유품마저 그녀의 손목에서 발견했을 때,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대가가 고작 이것이었나.
결국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나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뒤늦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그가 공항에서 나를 붙잡고 절규했지만, 나는 낯선 그를 밀어내며 차갑게 물었다.
"누구세요?"
제1화
나는 그가 원치 않는 나의 자유를 잃은 지 오래였다. 그가 나를 그의 곁에 붙들어둔 지 4년. 이제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 소식은 전화 한 통으로 전해졌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현이재라는 이름 앞에 '스타 프로듀서'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였다. 그리고 그의 약혼녀, 진한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진한봄은 재능 있는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명문대 출신에 재벌가의 딸. 그녀는 빛나는 외모와 매력적인 성격을 가졌다.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여자.
현이재와의 만남도 순조로웠다고 했다. 드라마 같은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했고, 주변에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이었다.
현이재가 누군가와 이렇게 진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처음이었다. 과거에는 그저 스쳐 가는 인연만 있었다. 하지만 진한봄은 달랐다.
전화를 건 사람은 현이재의 친구였다. 그는 현이재가 진한봄에게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질투와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진한봄에 대해 처음 들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저 지나가는 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소문은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진한봄과의 첫 만남은 의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병원이 아니었다. 그의 회사 로비였다.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의사는 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곧 모든 기억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절망감이 나를 덮쳤다.
의사는 현이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알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나는 이미 그에게 버려진 여자였다.
나의 목적은 오직 하나였다. 치료비를 마련하는 것. 이 병은 불치병은 아니었지만, 치료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나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의지할 곳 없는 나에게 돈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는 현이재의 회사로 향했다. 예약도 없이 무작정 찾아갔다.
회사 로비는 진한봄의 촬영 준비로 분주했다. 그녀는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가 그녀를 찬양했다.
진한봄은 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분은 누구세요?"
옆에 있던 직원이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아... 이재 씨 비서요. 하지만 뭐, 그냥 잡일이나 하는 사람이에요."
진한봄은 나에게 다가왔다. "이재 씨 비서라고요? 왜 이재 씨는 이런 분을 비서로 두었을까요? 능력도 없어 보이는데." 그녀의 말투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진한봄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진한봄의 말에 동조했다. "그러게요, 한봄 씨 말대로 비서치고는 너무 초라하죠." 그들의 조롱은 내 귀를 찔렀다.
나는 그들의 비웃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그들이 나를 향해 쏟아내는 말들은 더 이상 내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사랑받는 비서가 아닌, 그저 현이재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진한봄은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실망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왜 또 나타난 거죠? 이재 씨와 결혼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가요?"
그녀는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착각하지 마요. 당신 같은 건 이재 씨에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돈이 필요하면 말해요. 얼마든지 줄 테니까." 그녀는 지갑을 열어 돈뭉치를 꺼내 들었다.
나는 진한봄의 이마에 있는 점을 보았다.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현이재는 나 같은 여자를 좋아했지. 그래서 이 여자와 결혼하는 건가?'
진한봄은 내가 여전히 말이 없자 짜증이 난 듯 프런트 직원에게 화를 냈다. "이런 사람을 왜 들여보낸 거예요? 당장 끌어내요!"
프런트 직원은 당황해서 말했다. "저... 이재 씨가 특별히 허락하신 분이라서요..."
진한봄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당장 끌어내지 못할까!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해!"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나는 프런트 직원이 곤란해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직원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현이재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만나게 해주세요."
내 말에 진한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제야 그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살기 등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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