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가 묵묵히 견딜 줄 알았다

그는 내가 묵묵히 견딜 줄 알았다

Gavin

5.0
평가
5.2K
보기
10

결혼 5주년 기념일에, 나는 남편의 비밀 USB를 발견했다. 비밀번호는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내 생일도 아니었다. 그의 첫사랑 생일이었다. USB 안에는 다른 여자를 위한 디지털 사당이 있었다. 그가 나를 만나기 전 살았던 삶의 꼼꼼한 기록 보관소였다. 내 이름을 검색해봤다. 결과는 0건. 5년의 결혼 생활 동안, 나는 그저 빈자리를 채우는 대용품에 불과했다. 그러다 그는 그녀를 다시 데려왔다. 우리 회사에 그녀를 채용하고, 내가 2년 동안 영혼을 쏟아부었던 내 열정의 프로젝트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회사 창립 기념 파티에서, 그는 공개적으로 그녀를 새로운 프로젝트 책임자로 발표했다. 그녀가 꾸며낸 사고에 그가 즉시 달려가 내게 으르렁거렸을 때, 나는 마침내 진실을 보았다. 그는 나를 무시한 게 아니었다. 다른 여자에 대한 그의 공공연한 헌신을 내가 조용히 견뎌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는 내가 무너질 거라 생각했다. 틀렸다. 나는 손도 대지 않은 샴페인 잔을 들고, 모든 동료 앞에서 그에게 똑바로 걸어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제1화

결혼 5주년 기념일에, 나는 남편의 비밀 USB를 발견했다. 비밀번호는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내 생일도 아니었다. 그의 첫사랑 생일이었다.

USB 안에는 다른 여자를 위한 디지털 사당이 있었다. 그가 나를 만나기 전 살았던 삶의 꼼꼼한 기록 보관소였다. 내 이름을 검색해봤다. 결과는 0건. 5년의 결혼 생활 동안, 나는 그저 빈자리를 채우는 대용품에 불과했다.

그러다 그는 그녀를 다시 데려왔다. 우리 회사에 그녀를 채용하고, 내가 2년 동안 영혼을 쏟아부었던 내 열정의 프로젝트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회사 창립 기념 파티에서, 그는 공개적으로 그녀를 새로운 프로젝트 책임자로 발표했다. 그녀가 꾸며낸 사고에 그가 즉시 달려가 내게 으르렁거렸을 때, 나는 마침내 진실을 보았다.

그는 나를 무시한 게 아니었다. 다른 여자에 대한 그의 공공연한 헌신을 내가 조용히 견뎌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는 내가 무너질 거라 생각했다. 틀렸다.

나는 손도 대지 않은 샴페인 잔을 들고, 모든 동료 앞에서 그에게 똑바로 걸어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제1화

강은서 POV:

결혼 5주년 기념일에 우연히 발견한 남편의 비밀스러운 삶으로 들어가는 암호는, 그의 첫사랑 생일이었다.

0814.

8월 14일. 윤지수.

USB는 우연히 찾았다. 펜이 필요해서 뒤졌을 뿐인 그의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매끈한 검은색 스틱이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명함 더미 아래에 소중하게 숨겨져 있는 방식이, 내 속을 차갑게 옥죄었다.

노트북에 꽂았다. 곧바로 비밀번호 입력 창이 떴다. 순간, 죄책감이 밀려와 그냥 닫아버릴 뻔했다. 이건 강태준의 사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의 소소한 상처들, 취소된 약속들, 감정적으로 늘 멀리 떨어져 있는 남자를 기다리며 보낸 외로운 밤들이 하나의 날카로운 결심으로 응축되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입력했다. 접근 거부.

그의 생일을 입력했다. 접근 거부.

내 생일을 입력했다. 접근 거부.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맴돌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때, 희미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참석했던 그의 대학 동창회. 술에 취해 혀가 꼬인 친구 하나가 태준의 등을 치며 내 드레스에 맥주를 쏟았었다. “이 자식 진짜 대단하지 않냐?” 그가 소리쳤다. “아직도 지수 생일을 기억해! 8월 14일, 맞지, 친구?”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턱은 굳었고, 눈빛은 어두웠다.

떨리는 손으로 타이핑했다. 0. 8. 1. 4.

엔터.

USB가 열렸다.

숨이 멎었다. 폴더 이름은 간단했다. ‘기록 보관소.’ 수천 개의 파일이 들어 있었다. 사진, 영상, 스캔한 편지, 심지어 옛날 SNS 게시물 스크린샷까지. 디지털 사당이었다.

한 사랑 이야기의 꼼꼼한 기록이었다. 햇살 가득한 해변에서 웃고 있는 태준과 생기 넘치는 적갈색 머리의 여자. 더 젊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해 보이는 태준이 그녀에게 완벽한 장미 한 송이를 건네는 모습. 비좁은 기숙사 방에서 춤추는 영상. 그는 마치 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그녀를 감싸 안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이 곳곳에 있었다. 지수. 지수야. 내 사랑.

작은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는 사진도 있었다. 코에 밀가루를 묻힌 채. 그는… 즐거워 보였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정으로, 복잡함 없이 즐거운 모습이었다. 우리의 최첨단 주방을 순전히 장식용 공간으로 여기는 남자, 강태준이 한때 한 여자를 위해 직접 파스타를 만들었다.

클릭할 때마다 심장이 가라앉았다. 그가 그녀에게 쓴 손편지를 스캔한 파일을 발견했다. “지수야, 네가 허락만 한다면 구름 속에 성이라도 지어줄게.” 어리고 유치한 약속이었지만, 그 진심이 명치를 때리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단 한 번도 편지를 써준 적이 없었다.

USB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다. 은서.

결과 0건.

5년의 결혼 생활 동안, 나는 그의 비밀스러운 마음에 단 하나의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현관문이 딸깍 열리는 소리가 나를 몽상에서 깨웠다. 태준이 집에 왔다.

노트북을 닫거나 USB를 숨길 시간이 없었다. 그가 서재로 들어섰다. 잘생긴 얼굴에는 늘 그렇듯 하루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그가 나를,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아내에게가 아니라, 무능한 신입 건축가에게 쓰는 말투였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내 안의 폭풍이 지나가고, 황량한 고요함이 남았다. “이혼해, 태준 씨.”

잠시, 그는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그의 얼굴에 상처가 아닌, 짜증 같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가와 USB를 포트에서 확 뽑아냈다. 그리고 그 작은 플라스틱 스틱을 맨손으로 두 동강 냈다. 조각들이 잘 닦인 원목 바닥 위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는 마치 쓰레기를 버리듯 조각들을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됐지,” 그가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마치 그 간단한 행동으로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다는 듯이. “이제 이혼 안 할 거지?”

그 질문의 오만함에 숨이 막혔다.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증거를 삭제하고 내가 잊어주길 기대했다.

“아니,” 내 목소리는 심장처럼 메말라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히스테리 부리는 여자 때문에 부담스러운 남자가 내는, 길고 연극적인 소리였다. “은서야, 유난 떨지 마. 다 옛날이야.”

“5분 전까진 당신 컴퓨터에 비밀번호까지 걸려 있었는데, 옛날이 아니지.”

그는 이미 이 대화가 지겹다는 듯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알아, 내가 요즘 바빴어. 그냥 이 얘기는 그만하자. 다음 달에 토스카나 가자. 우리 둘만. 내가 스케줄 다 비울게.”

토스카나. 우리의 1주년, 2주년, 그리고 4주년 기념일에 그가 하고 깨버린 약속. 내 불행이 불편해질 때마다 그가 흔드는 반짝이는 물건, 그의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는 내 감정을 협상처럼 다뤘다. 모든 상처에는 거창하고 텅 빈 제스처로 치를 수 있는 대가가 있다고 믿었다. 그 제스처는 사과가 아니라, 그가 내게 베푸는 관대한 선물이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공기가 폐를 태우는 듯했다. “태준 씨, 나 진심이야.”

그의 인내심이 마침내 끊겼다. 매력적이고 성공한 강태준의 가면이 벗겨지고, 그 아래의 차갑고 특권 의식에 찬 남자가 드러났다. “진심이라고? 이혼하고 싶어? 좋아. 나 없이, 이 집 없이, 내가 제공하는 이 삶 없이 네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내가 오후 내내 준비한 기념일 저녁 식사는 식탁 위에 그대로 남겨둔 채.

5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그를 따라나서지 않았다. 상황을 무마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멈춰 서서 나를 돌아봤다.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무너질 거라고, 그에게 달려가 내 ‘짜증’에 대해 사과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돌려 손도 대지 않은 음식 접시를 바라봤다. 내 접시를.

현관문이 날카롭고 격렬하게 닫히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뒤따른 침묵은 평화롭지 않았다. 뻥 뚫려 있었다. 텅 비어 있었다. 마침내 줄 사랑이 바닥나버린 심장의 소리였다. 나는 태준이 그저 감정 표현을 모르는 남자, 인생의 지저분하고 평범한 일들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폴더를 보면서, 나는 그가 방법을 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요리하는 법을, 사랑의 편지를 쓰는 법을, 구름 속의 성에 대한 어리석고 진심 어린 약속을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저 나를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대용품이었다. 윤지수가 남기고 간 빈자리를 채운, 사랑에 빠진 편리한 바보.

그리고 처음으로, 디지털 폴더에 그 모든 것이 펼쳐진 것을 보고, 나는 마침내 그것을 믿었다.

계속 읽기

Gavin의 다른 책

더보기
그의 내연녀에 대한 진실

그의 내연녀에 대한 진실

로맨스

5.0

임신 4개월 차, 미래를 꿈꾸던 사진작가인 나는 상류층의 베이비 샤워 파티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편 최진혁을 보았다.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그를.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를 ‘자신의 아들’이라 소개하면서.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감당할 수 없는 배신감의 급류가 나를 덮쳤다. 진혁은 내가 ‘그저 감정적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 말에 고통은 몇 배로 증폭되었다. 그의 내연녀 유세라는 내 임신 합병증에 대해 진혁과 상의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나를 조롱했다. 급기야 내 뺨을 때렸고, 그 충격에 숨이 멎을 듯한 끔찍한 경련이 일었다. 진혁은 그녀의 편을 들었다.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망신을 주며 ‘그들의’ 파티에서 떠나라고 소리쳤다. 이미 한 가십성 온라인 뉴스에는 그들이 ‘그림 같은 가족’으로 포장되어 기사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내가 돌아올 거라고 확신했다. 내가 그의 이중생활을 받아들일 거라고. 친구들에게는 내가 ‘드라마퀸’이지만 ‘결국엔 항상 돌아온다’고 떠들었다. 그 뻔뻔함, 계산된 잔인함, 그리고 세라의 소름 끼치는 악의.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차갑고 단단한 분노를 지폈다. 어떻게 그렇게 눈이 멀었을까. 몇 달 동안 나를 가스라이팅하며 다른 가정을 꾸린 남자를 어떻게 그렇게 믿었을까.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의 푹신한 카펫 위에서 그가 내게 등을 돌렸을 때, 내 안에서 새롭고 결코 부서지지 않을 결심이 굳어졌다. 그들은 내가 부서지고, 버려지고,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가짜 별거에 순순히 동의할 ‘이성적인’ 아내라고. 그들은 몰랐다. 나의 조용한 수용은 항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략이었다. 그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겠다는 조용한 약속이었다. 나는 더 이상 ‘다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끝내고, 그들의 완벽한 가족 놀음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게 할 것이다.

결혼식을 몇 주 앞두고, 내 약혼자는 나만 잊었다.

결혼식을 몇 주 앞두고, 내 약혼자는 나만 잊었다.

로맨스

5.0

강태준과의 결혼식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7년의 연애. 나는 우리의 미래가 완벽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강태준은 머리를 다쳤다며 ‘선택적 기억상실’을 주장했다. 오직 나만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가 기억을 되찾게 하려고 애썼다. 그의 영상 통화를 엿듣기 전까지는. “완전 천재적인 작전이었어.” 그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상실은 결혼 전 인플루언서 클로이 반과 놀아나기 위한 가짜 ‘자유이용권’이었다.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거짓말을 믿는 척했다. 그가 대놓고 클로이와 시시덕거리는 것과 조롱하듯 보내오는 셀카 사진들을 모두 견뎌냈다. 그는 내 고통을 비웃었고, 클로이의 가짜 응급 상황을 우선시했다. 그가 일으킨 사고 후, 그는 다친 나를 버려두고 클로이부터 병원으로 보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나를 고립시키려 했다. 내 약혼자가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고 계산적인 괴물일 수 있을까? 그의 배신은 모든 추억을 독으로 물들였다. 그 끝없는 잔인함을 믿었던 내가 바보 같았다. 그의 뻔뻔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그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너지는 대신, 차가운 계획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나는 내 존재를 지우고, 오채원이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와 나의 과거, 그리고 그의 약혼반지를 영원히 버리고 사라져 내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재에서 불사조로: 사랑의 부활

재에서 불사조로: 사랑의 부활

로맨스

5.0

폭발 직전의 차에서 약혼자를 구했다. 그 불로 등에는 끔찍한 흉터가 남았지만, 나는 그의 목숨을 살렸다. 그가 4년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모든 걸 버리고 그를 간호했다. 그가 깨어난 지 6개월 후, 그는 컴백 기자회견 무대에 섰다. 그는 내게 고맙다고 해야 했다. 대신 그는 관중석에서 웃고 있는 그의 첫사랑, 윤세라에게 세기의 고백을 했다. 그 후 그의 가족과 윤세라는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파티에서 내 드레스를 찢어 흉터를 만천하에 공개하며 나를 욕보였다. 윤세라가 고용한 깡패들에게 골목에서 폭행당했을 때, 강주원은 관심을 끌기 위해 내가 꾸며낸 짓이라며 비난했다. 내가 온몸에 멍이 들고 부서진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그는 윤세라가 ‘무섭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나는 그가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약혼자인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을 엿들었다. 나의 모든 희생, 나의 고통, 나의 흔들림 없던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에게 나는 그저 동정심 때문에 갚아야 할 빚일 뿐이었다. 결혼식 날, 그는 윤세라가 배가 아프다고 연기하자 나를 리무진에서 내쫓았다.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 고속도로 갓길에 버려두고 떠났다. 나는 그의 차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택시를 잡았다. “공항으로 가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비슷한 작품

전처의 궁극의 복수

전처의 궁극의 복수

Gavin
5.0

20년을 함께한 내 남편, 강지혁이 나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은 유서였다. 나를 위한 유서는 아니었다. 그의 의붓여동생이자 우리 결혼 생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좀먹어 온 여자, 백하린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제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고, 마지막 숨결과 함께 우리의 모든 것, 내가 평생을 바쳐 이룩한 IT 제국을 통째로 그 여자와 그 가족에게 넘겨주었다. 언제나 그 여자였다. 강지혁이 또 다른 위기를 조작해 낸 백하린에게 달려가는 동안, 고장 난 차 안에서 우리 아이가 얼어 죽어갈 때도 그 원인은 백하린이었다. 내 모든 삶은 그 여자와의 전쟁이었고, 나는 이미 패배한 전쟁이었다. 나는 모든 기력이 소진되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십 대 소녀가 되어 있었다. 내가 있던 보육원, 부유한 태강그룹 일가가 위탁할 아이를 고르러 왔던 바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방 건너편에서, 익숙하고 고통에 찬 눈을 한 소년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강지혁. 그 역시 나만큼이나 경악한 표정이었다. “은하야.” 그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 모양으로만 속삭였다. “미안해. 이번엔 내가 꼭 구해줄게. 약속해.” 씁쓸한 실소가 터져 나올 뻔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나를 구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우리 아들은 차디찬 관 속에 누워 있었다.

남편의 죄악, 내 마음의 복수

남편의 죄악, 내 마음의 복수

Gavin
5.0

내 결혼은 완벽했다. 첫 아이를 임신했고, 남편 강태준은 나를 여왕처럼 떠받들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 꿈은 산산조각 났다. 그가 어둠 속에서 내 살결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속삭였을 때. 김가영. 내가 직접 키운 우리 회사 신입 변호사였다. 그는 실수였다고 맹세했지만, 가영의 계략이 악랄해질수록 그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내게 약을 먹이고, 작업실에 가뒀으며, 나를 계단에서 밀어 병원 신세를 지게 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배신은 가영이 가짜 교통사고를 꾸며 내게 뒤집어씌운 후에 일어났다. 태준은 내 머리채를 잡고 차에서 끌어내 뺨을 후려쳤다. 그러고는 간호사를 협박해 그의 내연녀를 위해 내 피를 뽑게 했다. 그녀에겐 필요하지도 않은 수혈이었다. 내가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동안 그는 나를 짓누르며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입게 된 우리 아이를 희생시켰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사라지고, 나를 죽게 내버려 둔 악마만 남았다. 그 병원 침대에 누워, 나는 두 통의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내 변호사에게였다. "혼전 계약서의 불륜 조항을 발동시켜요. 그놈을 빈털터리로 만들어 주세요." 두 번째는 10년 동안 말없이 나를 사랑해 온 남자, 윤지후에게였다. "지후 씨." 내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 남편을 파멸시키는 거, 도와줘요."

그의 비밀 아내, 그리고 공개된 치욕

그의 비밀 아내, 그리고 공개된 치욕

Gavin
5.0

원장님은 나를 방 안으로 떠밀었다. 자살하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VIP 환자를 처리하라는 거였다. 그녀의 이름은 한세라. 약혼자 때문에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였다. 하지만 그녀가 눈물 흘리며 보여준 사랑하는 남자의 사진 속에서,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그는 내 2년 차 남편, 현우 씨였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그를 내가 발견했고, 그는 다정한 건설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 그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초고층 빌딩 앞에 서 있는 냉혹한 재벌 총수, 권지혁이었다. 바로 그때, 진짜 권지혁이 걸어 들어왔다. 내 연봉보다 비싼 명품 수트를 입은 채로. 그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스쳐 지나가 한세라를 품에 안았다. "자기야, 나 왔어." 내가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그가 내게 속삭여주던 그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대로였다. "다시는 네 곁을 떠나지 않을게. 약속해." 그는 내게도 수백 번이나 똑같은 약속을 했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오직 그녀만을 사랑한다고 선언했다. 오직 단 한 명의 관객, 바로 나를 위한 연극이었다. 기억을 잃었던 시간 동안의 우리의 결혼 생활, 우리의 모든 삶이 철저히 묻어버려야 할 비밀이라는 걸 보여주는 잔인한 연극. 그가 그녀를 안고 방을 나설 때, 그의 차가운 눈이 마지막으로 나와 마주쳤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넌 이제 지워져야 할 오점일 뿐이야.'

바로 읽기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