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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혼자 강도윤을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다. 우리의 결혼은 두 가문의 제국을 하나로 합치는 완벽한 증표가 될 예정이었다.
지난 생에서, 그는 불타는 내 작업실 밖에서 이복동생 윤주아와 함께 서서 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나는 연기에 질식하고 살갗이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 그를 향해 절규했다. "도윤 오빠, 제발! 나 좀 구해줘!"
주아는 거짓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의 팔에 매달렸다. "너무 위험해! 오빠가 다쳐! 어서 가야 해!"
그리고 그는 그 말을 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를 돌아봤다. 그의 눈에 서린 연민은 그 어떤 불길보다도 나를 아프게 했다. 그는 몸을 돌려 달아났고, 나를 불길 속에 버려두었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항상 나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소년이 내가 불타 죽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내 조건 없는 사랑은 그가 내 동생과 함께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였을 뿐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내 침실에 돌아와 있었다. 한 시간 뒤, 가족 이사회에 참석해야 했다. 이번 생에서 나는 곧장 회의장 상석으로 걸어가 말했다. "파혼하겠습니다."
제1화
선우 그룹 이사회 회의실의 묵직한 참나무 문이 세차게 열리자, 마호가니 테이블 위의 크리스털 잔들이 파르르 떨렸다.
문가에 하선우가 서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창백했고, 늘 따뜻하고 부드럽던 눈동자는 얼음 조각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앉아 있는 테이블 상석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파혼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감정 한 점 없이 메말라 있었다. 선우 그룹과 도윤 그룹의 합병을 논하던 조용한 대화의 흐름이 그 한마디에 끊어졌다.
아버지 하진성 회장이 딸을 빤히 쳐다봤다. "선우야, 무슨 소리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곧 강도윤 군도 도착할 거다."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니에요." 그녀는 회의장에 모인 가족들을 차갑게 훑어보며 말했다. "저는 강도윤 씨와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야, 선우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건 10년 동안 준비해 온 합병에 관한 문제다. 우리 가문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그녀가 그와 이복동생의 불륜 사실을 추궁했을 때, 그녀의 지난 삶은 끝났다. 그 대화는 험악해졌고, 혼란 속에서 그녀의 작업실에 불이 났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그가 자신을 불길 속에 버려두고 떠났을 때의 타는 듯한 고통, 그리고… 칠흑 같고 고요한 심연이었다. 오늘 아침, 햇살이 비치고 새가 지저귀는 가운데 자신의 침대에서 숨을 헐떡이며 깨어나기 전까지는. 달력은 2년 전의 날짜를 가리키고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두 번째 기회였다.
불길이 떠올랐다. 폐를 가득 채우던 매캐한 연기, 살갗을 태우던 지독한 열기.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약혼자, 강도윤을 부르짖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는 거기 있었다. 불길에 얼굴이 환히 비친 채 작업실 문밖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던 건 이복동생, 윤주아였다.
"도윤 오빠, 제발! 나 좀 구해줘!" 목이 쉬어라 절규했다.
주아는 거짓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의 팔에 매달렸다. "도윤 오빠, 너무 위험해! 오빠가 다쳐! 어서 가야 해!"
그리고 그는 그 말을 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우를 돌아봤다. 그의 눈에 서린 연민은 그 어떤 불길보다도 그녀를 깊이 아프게 했다. 그는 몸을 돌려 달아났고, 그녀를 죽음 속에 버려두었다.
기억이 너무도 생생해서 속이 뒤틀렸다. 그것이 그녀의 온화한 성품에 대한 대가였다. 그것이 그녀의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는 날 사랑하지 않아요." 선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 "그는 주아를 사랑해요."
테이블 건너편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이복동생 윤주아가 고개를 들었다. 크고 순진한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언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도윤 오빠는 언니를 정말 아끼잖아. 나는… 나는 그냥 언니 동생일 뿐인데."
"네까짓 게 감히 내 동생 행세를 해?" 마침내 선우의 목소리에 분노의 균열이 일었다.
"하선우, 그만해라!" 하진성 회장이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쳤다.
주아는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집안 남자들에게는 언제나 통하는 섬세하고 애처로운 소리였다. "언니 사고 난 뒤로 도윤 오빠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한 시간마다 전화하고. 언니가 새 그림에 쓰고 싶어 하던 한정판 물감 구하려고 밤새 잠도 안 잤단 말이야."
선우는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물감. 그래, 그는 그녀를 위해 물감을 구해줬다.
그리고 주아를 위해서는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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