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강태준에게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그가 바람을 피우고, 내가 그걸 알아채면, 내 서재에는 희귀본 책 한 권이 놓였다.
마흔아홉 번의 배신, 그리고 마흔아홉 번의 값비싼 사과.
그것은 거래였다. 아름다운 물건과 나의 침묵을 맞바꾸는.
하지만 마흔아홉 번째는 최악이었다.
그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그의 손을 잡고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던 공로상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첫사랑 주예슬에게 줄 오피스텔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너무나 태연한 거짓말은 외도 그 자체보다 더 나를 산산조각 냈다.
심지어 그는 그녀를 우리 엄마의 추모 공원에 데려갔다.
그는 그녀가 엄마의 기념 벤치 옆에 자기 죽은 고양이의 기념비를 세우려는 걸 멀뚱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그 현장을 덮쳤을 때, 그는 내게 측은지심을 가지라며 뻔뻔하게 요구했다.
“측은지심 좀 갖자.”
그가 말했다.
내 어머니의 기억을 모독하는 여자에게 측은지심을.
내가 겪은 유산의 아픔, 그 신성한 슬픔을 더러운 비밀처럼 떠벌리고 다닌 여자에게 측은지심을.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마음이 찢어진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내가 그와 함께 쌓아 올린 거대한 거짓말을 내 손으로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그날 밤, 그가 잠든 사이 나는 그의 휴대폰에 도청 앱을 설치했다.
나는 선거 전략가다. 이것보다 훨씬 사소한 정보로도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쳐왔다.
쉰 번째 책은 그의 사과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나의 최종 변론이 될 것이다.
제1화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와인을 잔에 가득 따르는 것이었다.
나는 거실을 지나쳤다. 식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선거 자료들을 애써 무시하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
유리 장식장의 잠금을 풀고, 비어있는 선반에 조심스럽게 책을 올려놓았다.
‘위대한 개츠비’ 초판본이었다.
아름답고, 희귀하며, 터무니없이 비싼 책.
강태준이 내게 준 마흔아홉 번째 책이었다.
마흔아홉 번의 배신에 대한 마흔아홉 번의 사과.
내가 막 장식장 문을 닫으려 할 때 그가 들어왔다.
“서아야, 왔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던 그 목소리, 부드럽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그는 내 뒤로 다가와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는 뻣뻣하게 굳었다. 그의 손길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당신, 안 왔더라.”
내 목소리는 감정 없이 메말라 있었다.
아버지의 공로상 시상식 이야기였다.
세상없어도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강태준이 맹세했던 바로 그 시상식.
그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약속했었다.
아버지는 편찮으셨다. 그 약속은 모든 것을 의미했다.
“알아, 여보. 정말 미안해.”
강태준이 내 어깨에 턱을 괴며 말했다.
“막판에 후원자 미팅이 잡혔어. 진짜 긴급 상황이었어. 당신도 알잖아, 이런 일이 어떤지.”
나는 정확히 어떤지 알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인 내 친구가 한 시간 전에 전화했었다.
방금 강남 고급 오피스텔 거래를 마쳤다고.
매수자는 강태준. 현금 일시불로 결제했다고 했다.
소유주 명의는 주예슬.
주예슬. 그의 고등학교 첫사랑.
우리 결혼 생활에서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유령.
거짓말은 너무나 태연하고 쉬웠다.
그 사실이 외도 자체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기다리게 내버려 두고, 다른 여자를 위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사러 갔던 것이다.
몇 년 동안, 이것이 그의 패턴이었다.
그가 바람을 피우고, 내가 알아채면, 희귀본 책 한 권이 나타났다.
내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조용하고 값비싼 사과.
그것은 거래였다. 아름다운 물건과 나의 침묵을 맞바꾸는.
나는 쉰 번째 책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결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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