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의 연애 끝에 알게 된 건, 약혼자 민순양이 내 절친 궁리혜와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내가 하혈하며 아이를 잃어가던 그 순간에도, 그는 리혜의 가짜 공황 발작을 챙기느라 내 연락을 무시했다.
가족들은 더 끔찍했다. 민순양에게 받은 돈이 끊길까 봐, 핏물 젖은 침대에 쓰러진 나를 외면하고 그에게 빌라고 강요했다.
민순양은 내 전 재산을 빼돌리고 나를 별장에 감금한 채, 리혜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기자회견장에 세웠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사과하라는 그의 명령에, 나는 순종적인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가 죽은 듯 지내며 그들의 불륜과 횡령, 감금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는 것을.
생방송 카메라가 켜지고 수많은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나는 준비해 둔 증거 서류를 허공에 뿌리며 마이크를 잡았다.
"민순양 씨, 이제 쇼는 끝났어."
제1화
(차시현 POV)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는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의 숨결이 귓가를 스쳤지만, 예전의 설렘 대신 역겨움이 치밀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랐다.
그의 입술이 내 목덜미에 닿으려는 찰나,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냈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내가 방금 뱀이라도 토해낸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의 뺨에 남은 립스틱 자국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민순양의 눈은 충격과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나를 감히 거부하다니, 그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차시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그 목소리에는 서늘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고 궁리혜가 들어섰다. 그녀는 민순양의 격앙된 얼굴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곧장 민순양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순양 오빠! 괜찮으세요? 제가 조금만 늦었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얇고 가늘게 떨렸다.
궁리혜는 민순양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나를 향해 힐끗 눈을 들어 올렸다. 그 눈빛에는 걱정보다는 교활한 승리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인형처럼 가녀린 몸으로 민순양에게 매달려 있었다. "시현아, 네가 아픈 건 알지만… 순양 오빠는 너무 걱정하지 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민순양의 옷자락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이내 궁리혜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울음이었지만, 그 소리는 오히려 더 극적으로 들렸다. "내가… 내가 괜히 여기 와서… 오빠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시현아, 미안해. 내가 다시 돌아갈게." 그녀는 민순양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시늉을 했다.
"리혜야, 무슨 소리야! 너는 잘못 없어." 민순양은 리혜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의 눈은 나를 향해 강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제 그만해. 네가 리혜한테 상처 주는 건 참을 수 없어." 그는 리혜의 가녀린 어깨를 다독이며, 마치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라도 되는 양 보듬었다.
그의 목소리는 궁리혜에게 향할 때만 부드럽게 변했다. "리혜야,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 아무 걱정 하지 마." 그는 리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마치 세상 모든 오물을 씻어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완벽하게 순진무구하고, 완벽하게 사랑스럽다는 듯.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궁리혜를 바라봤다. 하얀 피부, 한없이 청순한 얼굴. 모두가 그녀를 완벽하다고 했다. 민순양은 늘 그렇게 말했다. "리혜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너무 순수해서 세상 물정 모르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리혜의 찬사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내 시선은 벽난로 위에 놓인 은빛 액자에 닿았다. 그 안에는 내가 직접 디자인한 이 별장의 스케치 도면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함께 이 집을 채워갈 꿈을 꾸었다. 하지만 지금, 이 집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궁리혜의 취향으로 모든 것이 바뀌고 있었다. 그 액자 자체가 조롱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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